이스라엘 극우정권 탄생
  • 김현숙 기자 ()
  • 승인 1990.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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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또 ‘전쟁 그림자’

샤미르 총리 내각, 점령지 팔레스타인인 완전축출 기도

 연정붕괴 후 3개월간 내각이 없는 상태로 표류하던 이스라엘에 ‘전쟁내각’이라 불릴 정도의 초강경 극우정권이 탄생해 아랍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샤미르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극우 및 종교계의 소정당들과 연정을 구성해 지난 6월11일, 찬성 62, 반대 57, 기권1표의 근소한 표차로 의회(크네세트)의 승인을 받았다. 이는 역대 이스라엘 정부 중 가장 극우적인 성향을 띤 정부로서 중동평화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77년  메나헴 베긴총리 집권 이후 이스라엘의 對아랍정책은 국수주의적 성격이 강한 극우강경책으로 선회했으며 이같은 분위기 속에 이스라엘은 82년 베이루트 침공을 감행, 중동평화를 위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현 연립정권을 주도하고 있는 리쿠드당의 기본입장은 “이스라엘의 군사력이 미치는 모든 지역을 이스라엘 영토화하며 이를 통해 중동에서 보다 유리한 발언권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인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점령지에 대한 이들의 견해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이 지역이 로마지배 이래 근 2천년간 외세에 의해 지배돼 왔으나 이제는 이스라엘에 의해 실지회복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점령지구가 아니라 해방지역이라고 주장한다.

 이번에 출범한 샤미르정권이 베긴정권보다 더 강경한 우익정권이라 비판받는 이유는 그 정책방향과 내각을 구성하는 주요 면면들 때문이다. 샤미르는 소련으로부터 유대인을 받아들여 인위적 인구증가를 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을 의도적으로 문제의 점령지에 정착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점령지에 정착하는 소련계 유대인에게 장려금까지 지급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 지역 팔레스타인인들의 완전축출까지 기도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새 우익내각 초강경파들로 구성

 이번 내각은 아리엘 샤론, 데이비드 레비, 이츠하크 모다이 등 초강경파들이 트로이카체제를 구축, 가성 이미지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 이중에서도 샤론은 지난 82년 베긴 총리의 지시 아래 레바논 침공을 주도한 장본인으로서 당시 팔레스타인 양민을 대량학살한 책임을 지고 국방장관직에서 퇴임했었다. 그가 소련계 유대인을 점령지역에 정착시키는 일을 주관하는 주택장관으로 재기용되었으며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인들은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며, 대결감정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7년 가자지구에서 촉발된 팔레스타인인들의 反이스라엘 소요사태는 이스라엘의 강경진압으로 고조돼 점령지 전역에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아랍진영을 자극해 최악의 상태를 야기했었다. 그후 샤미르는 89년 4월 부시미국대통령에게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의 자유총선을 제안해 미국은 물론 팔레스타인측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러저러한 조건을 붙여가며 결국 이 案을 백지화시켜버렸다. 이후  팔레스타인의 무장봉기(인티파다)가 격렬해졌으며 대립상태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소련계 유대인의 이주가 급증하면서 긴장은 더욱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이주자 수는 올해 약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샤미르가 이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大이스라엘’을 건설하겠다는 야심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피난민이 되어야 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왜 그들은 자신이 한번도 밟아본 일조차 없는 이 땅으로 오는가? 그리고 수백년간 이곳에서 살아온 우리는 왜 쫓겨날 때만을 기다려야 하는가?”하고 반문하고 있다. 그들은 또 이미 이곳에서 쫓겨나 레바논 · 시리아 · 요르단을 떠도는 3백만 팔레스타인 난민들도 마찬가지로 ‘고향에 돌아올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샤미르는 이제 군소정당들과 연립해 새 내각을 출범시킴으로써, 점령지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보적 정당인 노동당과 손을 잡지 않아도 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자신감은 앞으로 ‘인티파다’에 대한 철저한 무력진압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팔레스타인쪽에도 강경세력 부상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는 새 우익내각을 출범시킨 직후 “PLO와는 어떤 대화도 거부한다”“소련계 유대인들이 점령지에 정착하도록 도와주겠다”선언해 중동전역을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몰아갔다. 미국도 이에 격분, 베이커 국무장관이 즉각 샤미르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이스라엘 문제에서 손을 떼겠다. 만일 평화협상에 뜻이 있으면 전화하라”며 백악관 전화번호를 대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샤미르는 지난 5월30일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팔레스타인 게릴라의 테러를 비난하며 “미국은 18개월간 지속해온 PLO와의 대화를 즉시 중단하라”고 응수, 양국은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에 강경 우익내각이 들어서자 팔레스타인측은 거주지 전역에서 ‘인티파다’를 강화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팔레스타인쪽에도 보다 강경한 세력이 부상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스라엘의 극우정부에 대응할 만한 적절한 정책을 세우지 못하고 PLO와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까지 공공연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의 이같은 강경자세는 협상테이블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힘겨루기 성격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중동지역의 정치적 일기는 ‘흐림’과‘맑음’이 교차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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