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화교류 ‘빗장’풀어야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0.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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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선언 두돌…방송교류 등 문화의 동질성 회복에 전력할 때

한 · 소정상회담이 남북관계의 새 차원을 전망케하는 이즈음, 특히 7·7선언 두돌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돌아본 남북문화교류의 현주소는 아쉬움이 대부분이지만, 문화교류의 필요성은 새삼 절실해지고 있다.

 북한을 동반자관계로 보고 물적 · 인적 교류를 실시한다는 7·7선언 이후 지금까지 1백 50여 건의 방북신청(북한주민접촉신청)이 있었다. 그 가운데 89년 7월 방북했던 재일교포 이대경목사와 학술, 체육대회 등 제3국에서 북한주민을 만난 경우를 합해 10여 건만이 성사되었다.

 골이 깊어진 민족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지름길이 남북문화교류이며, 그 교류가  통일의 밑거름이라는 당위성은 88년~89년 이태 동안 문화예술계 · 학계 · 언론계는 물론 종교계에까지 퍼져 적지 않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문익환목사와 임수경양 등의 방북으로 이른바 ‘공안정국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남북문화교류는 ‘빗장’이 채워지고 말았다. 그후 문화교류뿐 아니라 전반적인 남북교류의 걸림돌인 국가보안법을 전향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문화예술계의 지적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나온 문화교류 방안 중에서 가장 절실한 것이 남북한 방송교류이다. “베를린 장벽을 허물어뜨린 것이 텔레비전이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방송학자들은,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우선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서로의 이데올로기 면에서 중립적인 프로그램을 교환하고 인적교류로 나아가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방송교류가 그 효과면에서 시급하다면 고고학이나 생물학 등의 학술교류는 당장의 영향력보다는 교류의기초를 다진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난 6월초 북한문화예술의 실상을 주제로 열린 통일문제세미나에서 서울대 權寧珉교수(국문학 · 문화평론가)는 남북문화교류의 실패 원인을 “서로에 대한 무지와 체제의 우월성 경쟁”으로 분석하고 “북한이 80년대 이후 체제의 우월성 주장에서 민족문화의 정통성으로 관심을 돌린 사실에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시립가무단장 朴萬圭씨도 체제의 우월성을 주장해서는 교류가 안된다고 강조하고 “겨레의 기쁨과 아픔을 주제로 한 작품을 남북이 함께 공연, 민족문화의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의 북경아시안게임이 남북관계와 문화 교류에 새 전기가 될 것이란 기대는 벌써부터 있어왔다. 북경아시안게임 문화행사에 선보일 한국의 공연작품은 홍신자씨가 안무한 서울시립무용단의 <탄실이>를 비롯하여 세 작품이며, 북한은 1백명이 넘는 대규모 예술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토통일원의 한 관계자는 “대회 참가자들이 북한측과 동질성 회복을 위한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북경아시안게임을 전후해 남북교류가 새 장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학계 일부에서는 문화교류를 통한 동질성회복과 더불어 남과 북 서로가 자체내 전 구성원간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독인이 서독사회를 동경해온 것처럼, 우리의 국민적 합의에 따른 통일이 되기 위해서 북한이 한국체제에 호감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李溫竹교수의 지적처럼 “남한당국과 사회전반의 도덕성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며 문화교류도 그러한 바탕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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