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표현 달라도 통일염원 같아
  • 박덕규 (문학평론가) ()
  • 승인 1990.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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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소설’에 나타난 전쟁 체험작가와 미체험작가의 작품 분석

한국전쟁발발 40주년을 맞은 느낌이 여느때와 다르다. 그것은 무엇보다, 그 아득한 열망 안에서 존재했던 남북통일이 열망만이 아니라 현실적 가망이라는 실체감으로 우리 앞에 당도해 있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단일민족의 열화와 같은 통일염원이 짙게 내재되어 있다. 한편으로, 동유럽 변혁과 한 · 소관계의 개혁등이 말해주듯, ‘공동의 이익 아래 뭉치자’라는 자본주의 사회체제의 자본논리에 의한 세계화 단계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에 개입되는, 민족 동질성 회복의 민족적 필연성 못지 않은 자본논리의 세계화라는, 때로는 반민족적이기까지 한 이 타산적 법칙-이러한 이중성에 대해 차갑게 인식해야 될 때가 바로 오늘인 것이다.

 소설에 국한시켜 살펴보면 6 · 25를 제재로 한 소설은 대체로 네가지 흐름으로 파악될 수 있다.

 첫째 전쟁을 직접 체험한 작가에 의해 전쟁의 잔혹성과 그 인간성의 황폐함이 고발되고 인간생명의 존엄성이 강조된 유형이다(손창섭·장용학·서기원·하근찬·선우휘·이철의 소설). 둘째 분단의 비극과 현실을 6·25에 대한 총체적 시각으로 파악하는 소설이다(최인훈 ≪광장≫, 홍성원 ≪남과 북≫, 이문열 ≪영웅시대≫, 조정래 ≪태백산맥≫ 등).

주목받는 70~80년대의 6·25소설

 셋째는 소년 시절에 6·25를 경험한 세대에 의한 ‘6·25회상소설’이다(윤홍길 ≪장마≫, 김원일 ≪노을≫외 김승옥·유재용·한승원·조선작·이청준 등의 소설). 다음으로, 6·25 미체험세대, 이른바 전후세대에 의한 80년대의 ‘6·25간접체험소설’이다(임철우 ≪아버지의 땅≫, 이창동 ≪소지≫, 현길언 ≪우리들의 조부님≫, 윤정모 ≪님≫ 등).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대목은 70년대와 80년대의 작품 유형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사회에 있어서의 6·25 체험세대에서 6·25미체험세대로의 인식적 전환을 그대로 표상해 주는 소설이며, 앞으로 미체험 세대에게 짐지워질 통일 실현의 꿈을 감안하면 이 전환은 소중한 관찰 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로 6·25를 소년 시절에 경험했던 작가가 6·25를 소재로 쓴 70년대의 소설은 대개 그 내용이 좌·우 이데올로기에 찢긴 가족사이며, 그 방법이 회상에 의한 일인칭 소년 관찰이다. 전범을 보인 윤홍길의 ≪장마≫는 거듭 우리의 재인식 대상이 되고 있다. 아들을 국군에 보낸 외할머니와 빨치산 아들을 둔 할머니가 한 집에 살고 있는 이 소설적 상황은 6·25 참극 아래에 놓인 당대 사회의 전형적 가족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관찰자 ‘나’는 이 상황에 대해 그 비극의 크기나 아픔의 색채를 아무런 가치 판단 없이 보여준다. 김원일의 장편 ≪노을≫에는 아버지가 개입된 좌익 폭동에 의해 찢겨진 가족사가 70년대 어느 중산층 가장의 시점에서 6·25 직전과 현재와의 29년이라는 시공의 교차로 전개되고 있다.

귀향(회상)에 의한 소년 관찰 방법으로 찢긴 가족사를 서술하는 이러한 70년대 분단문학의 양식은 판단 유보성과 단편성을 담보하는 한편으로 민족사적 원형 회복의 필연성을 집약화된 삶의 상황에서 일관되게 드러내는 장점을 지닌다.

체험성 확보 위해 ‘반추체험’ 자기화

 80년대의 전쟁 미체험 세대 작가들은 이러한 전세대적 방법과 정신에서 한발짝 물러난다. 이들은 당연히 미체험 주인공을 앞세우는 한편으로 체험성 확보를 위해 6·25와 관련된 육친의 체험을 수용한다. 80년대 초에 발표된 임철우의 ≪아버지의 땅≫, 현길언의 ≪우리들의 조부님≫은 모두 6·25 피해자 아버지와의 오랜 갈등의 세월이 解恨되는 어느날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른 작가 이창동은 좌익으로 행방불명된 아버지로 인해 "빨갱이‘ 자식으로서 연좌제 등의 피해를 입고 자라난 형제의 갈등 해소 과정을 담은 ≪소지≫와 같은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 미체험세대인 ‘나’는 전제된 분단 상황을 육친의 비극을 통해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육친의 비극을 ‘반추체험’에 의해 자기화한다. 이때 절실한 문제는 분단의 실상이 미체험 주인공에게 새로이 각인되는 방법적 환기일 것이니, 이들 미체험세대 작가들은 분단고착의 현실 상황에 분단의 역사를 반추하게 하는 문제제기적 사건을 제시함으로써 분단 비극의 지속성이라는 역사적이면서 당대적인 주제를 문학사적 의의로 끌어올린다. <아버지의 땅>에서의 유골 발견이나 <우리들의 조부님>에서의 조부의 노망 등이 그 방법적 사건들로서 미체험인 그만큼 체험 상황의 다양한 연계성을 확보해나간다. 따라서 주인공이 주로 사회 현실의 역사조건에 고심하는 대학생인 것은 다분히 시사적이다.

 이제 통일 노력은 미체험세대에 의해 주도 될 것이다. 미체험세대가 현실적 모순과의 관련하에서 분단의 근원과 현재와의 역사적 연계성을 탐색하는 일에는 더 많은 방법적 다양성과 인식적 깊이를 필요로 한다. 임철우·이창동 등에 뒤이어 김명현·박상우·하창수 등 젊은 작가에 이르러 그러한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는 점은 아주 고무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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