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선수 市場’
  • 로마 · 신중식 조사분석실장 ()
  • 승인 1990.07.0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카웃바람 경기보다 뜨거워

崔淳鎬 · 金鑄城 팔릴지 관심

 불멸의 축구황제 펠레는 “월드컵은 지상 최고의 축제”라고 예찬했다.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유명한 프리랜서인 미하엘 그레이는 “민족주의와 노스탤지아가 결합된 월드컵이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축제”라고 말한다.

 월드컵은 이념과 인종을 초월한 지구촌의 큰 축제가 아닐 수 없다. 레바논에서도 월드컵 중계로 내전의 총소리가 멈췄고 카메룬에서는 국경일이 선포되고, 남미 전역에서는 공장이 문을 닫고 학교수업이 단축되는 등 월드컵의 열기는 지구를 온통 뜨겁게 달구고 있다.

 스페인 스포츠 평론가 그래험 터너의 지적대로 월드컵은 5백여 ‘상품’이 그 맵시와 성능을 겨루는 세계무역박람회나 다름없다.

 축구가 바로 종교이자 생활로 여겨지고 있는 주최국 이탈리아도 예외일 수 없다. 알리탈리아, 피아트, 올리베티 등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8개 기업체가 후원하고 있는 데다 현존 세계최고의 화가라 불리는 알베르토부리가 포스터를 그렸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여배우 소피아 로렌이 동원되는가 하면 상징조각은 마리오 체로리가 만들어냈다. 로마제국의 찬연했던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가 이번 월드컵에 쏟는 정성은 놀라울 정도다.

 유럽의 명문 클럽의 구단주들과 스카우터들은 본선에 진출한 24개 출전국의 5백여 선수에 대한 신상과 기량을 철저히 추적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새 상품은 아마도 카메룬제 ‘검은 사자들’로 기록될 것이다. 아프리카 상아해안의 조그마한 나라 카메룬이 전세계 1백18개국에 중계된 텔레비전과 8천여명의 세계 각 국 기자들에 의해 속속들이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북한이 66년 영국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1대 0으로 제압해 외부세계에 “동양의 검은 진주”로 알려졌듯이.

 이들 상품감정사(스카우터)와 수입상들(명문클럽)이 58년 스웨덴 대회 당시 17세의 펠레나 74년 서독대회의 베켄바워, 78년 아르헨티나대회의 캠페스, 82년 스페인대회의 로시, 86년 멕시코대회의 마라도나 같은 축구천재를 발굴해낼 것인지.


최고의 수입상은 이탈리아 프로팀

 제14회월드컵에서의 최고의 상품(스타)과 그 가격(몸값)은 어떻게 매겨질 것인지 현지에선 경기 못지 않게 커다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특수상품인 ‘일류’선수의 수입선은 역시 이탈리아가 제일이고 프랑스가 뒤를 따르고 있다. 그 다음 벨기에 · 네덜란드 서독 영국의 순이다. 3단계는 거상들이 쓸고난 뒤 남은 이삭을 줍는 그리스 터키 차례가 된다.

 세계최고의 축구스타들을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지난 80년부터 작년까지 1백30명의 외국용병 선수들에게 자그만치 2억1천만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지불했다. 이번 월드컵출전 선수 가운데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등 7명, 브라질의 카레카등 4명, 네덜란드의 굴리트 등 3명, 유고의 요지크 등 2명, 서독의 마테우스 등 5명이 현재 이탈리아 1부리그에 소속돼 있을 정도이다.

 나폴리팀에 소속돼 있는 마라도나는 연봉 1백30만달러에 각종 친선경기 수입금 25%를 받고 있다. AC 밀란에서 뛰고 있는 굴리트는 1백만달러, 삼프도리아팀의 비알리는 92만4천달러, 인터밀란의 마테우스는 75만6천달러, 로마팀의 벨러는 67만5천달러를 받고 있다. 서독의 크린스만 선수를 서독 1부리그 슈투트가르트에서 스카웃할 때 이탈리아 인터밀란팀은 2백만달러의 이적료를 지불했을 정도. 그뿐인가? 피오겐티나에서 바기선수를 유벤투스팀에 방출했을 때 이적료는 자그만치 1천2백60만달러, 연봉 1백50만달러에 호화 빌라가 곁들여졌다. 이탈리아 1부리그 소속의 선수들은 연평균 60만달러를 받고 있으며 스페인의 정상클럽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도 비슷한 수준이다.

 소련의 미드필더 알렉세이코프도 유벤투스팀에 2백80만달러에 팔려갔다. 50여개 기업체를 거느린 텔레비전재벌인 AC밀란구단주 실비오, 패스트푸트 재벌인 인터밀란 구단주 에르네스토, 자동차 재벌인 유벤투스의 구단주 지안니 등 재벌 총수들도 이탈리아 월드컵에 출품된 새 ‘상품’의 선정과 수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유럽의 명문 클럽은 재정난 등의 이유로 이적료나 연봉이 싼 북구와 아프리카선수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따라서 카메룬의 대표선수 가운데 현재 프랑스의1, 2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9명이 스카우트의 가장 일차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

 남미선수들은 월평균 5백5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이들에게는 월드컵을 통해 유럽 명문 클럽에 진출하는 것이 최대의 꿈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펼치는 플레이는 바로 수입상들의 눈을 노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개인플레이, 과감한 태클로 그들의 시선을 끌지만 이는 곧 팀 전체의 조직플레이에 흠이 되는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유럽 각 명문 클럽의 고민은 1992년 유럽통합 이후 선수들의 자유이적문제가 대두될 것이란 점이다. 재력과 전통이 있는 명문 클럽에 스타들이 모두 운집 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이에 대비하여, 각 클럽은 외국선수의 수입을 3명에 국한하고 있으며(5명으로 늘리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음) 빈번한 이적을 막기 위해 엄청난 이적료를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천문학적 거액을 쏟아가면서 클럽의 명예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이 구단주들은 “최고의 씨앗이 최상의 꽃을 피운다”며 “내가 필요할 때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 기업철학이라고 기염을 토한다. 본격적인 결선에 돌입하면 장내외의 열풍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아들의 이름을 ‘로마’로까지 지으면서 유럽무대 진출을 꿈꿨던 崔淳鎬, 긴머리로 ‘아시아의 삼손’의 이미지를 심으려 했던 金鑄城-이들의 꿈은 한국팀의 16강 탈락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