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의 불만 폭발
  • 편집국 ()
  • 승인 1990.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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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있었던 ‘사건’ 한토막.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 대한 李承潤부총리의 기조설명과 李起浩경제기획국장의 세부계획 설명이 끝나자 姜普性농림수산부장관은 “물어볼 말이 있다”고 입을 뗐다. 강장관이 “정부미를 하루에 10만가마까지 확대 방출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말이 안된다. 하루에 밥을 세끼 먹지 여섯끼 먹느냐. 하루 쌀소비량은 18만가마인데 농민이 자체 소화하는 4만가마를 빼면 실질적으로 14만가마밖에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국장이 “그건 어제(25일)차관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이라고 끼어들었다. 이에 분노한 강장관은 “이 형편없는 것이”라는 원색적 발언을 한 뒤 “나는 본래 경제기획원 무용론자이지만 기획원이 이렇게 고압적 자세를 보이면 되느냐”며 질책의 강도를 높여 갔다.

 강장관의 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6 · 19 청와대회의로 비난의 과녁을 옮겨갔다. “청와대 긴급회동이 있을 때 아무도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것까진 좋다. 장관들은 서로 대통령에게 잘보이려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책 소신을 펴야지 대통령에게….” 그러자 이부총리가 말을 끊고 나섰다. “이 상태론 회의 못하겠다. 15분간 정회하자”하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분위기는 갑자기 경색됐다.

 이 한토막의 ‘사건’은 기획원과 농림수산부의 첨예한 의견대립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기획원의 일방적 정책결정에 강장관으로서는 소외되고 있다는 ‘서운함’을 느껴 불만을 폭발시켰는지 모른다. 어찌되었든 물가안정을 위해 범부처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드러나고 있는 경제부처간의 감정적인 의견대립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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