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의 운명 가름할 소련 제28차 당대회 개막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0.07.1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수파 ‘대반격’ 예상되나 개혁노선 타격 없을 듯

 페레스트로이카의 속도를 둘러싼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대립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소련 공산당의 장래 위상을 판가름하게 될 역사적인 제28차 당대회가 7월 2일 개막됐다.

 원래 이번 당대회는 내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당의 결속을 통해 개혁을 가속화하고자 한 고르바초프등 개혁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앞당겨진 것이다. 최근 러시아 공산당 창당대회를 계기로 급진적인 개혁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보수세력이 전면에 등장함에 따라, 보수세력에 의한 당권장악을 우려한 옐친 등 급진개혁파 일부는 당대회 연기를 주장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6월29일 긴급 소집된 당중앙위 전체회의는 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르기로 결정하는 한편 이번 당대회에 제출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보고서, 새로운 당강령 및 규약안을 통과시켰다.

 공산당의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당 규약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온 당서기장과 정치국이 폐지되는 대신 당의장제와 제1서기직이 신설되어 주요 정책과제의 심의 · 의결은 당의장을 정점으로 하는 간부회의에서 맡고 정책의 집행 및 당의 실무는 제1서기가 이끄는 서기국에서 관장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새로운 당강령안은 인간적 사회주의 실현과 공산당의 권력독점 배제를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일부에서 예견했던 것과는 달리, 새 당강령은 공산당 및 사회주의 이념 자체는 배제하고 있지 않다. 당 규약에서도 그동안 보수파와 개혁파간에 논란이 돼온 ‘민주집중제’의 원칙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크렘린 대변인인 당정치국원 바딤 메드베데프는 이같은 당강령 및 규약이 급진개혁파인 ‘민주강령’파와 보수파인 ‘마르크스 주의 강령’파 등 다양한 그룹들의 견해가 고려된 합의적 제안이라고 표현, 개혁파가 보수파에 어느정도 양보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당대회는 다소 파란이 있긴 하겠지만 고르바초프를 정점으로 한 당주류를 중심으로 당내 보수파와 개혁파가 대타협을 이룰 공산이 크다.

 물론 고르바초프의 당의장 취임을 저지하고자 하는 리가초프 등 강경 보수파와 공산당의 전위적 성격 및 민주집중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급진 개혁파 일부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는 한다.

 29일의 당중앙위 전체회의 직후 ‘민주강령’파는 당 중앙위에서 채택된 새 당강령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당강령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선언하여 파란을 예고했다.

 최근 급진개혁파의 주류를 대표하는 옐친은 고르바초프와 협력할 것을 선언한 바 있고, 지난달에 러시아 공산당 제1서기로 선출된 보수파 이반 폴로즈코프도 리가초프 등 강경 보수파와는 달리 고르바초프의 대통령직 및 당서기장직 겸임을 지지했다. 이처럼 급진개혁파 및 보수파 양세력내에서도 각각 강 · 온파의 분열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어 고르바초프를 정점으로 한 당 주류파의 노선에 큰 타격을 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