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날마다 ‘하한가’
  • 런던·한준엽 통신원 ()
  • 승인 2006.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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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여론조사 33%로 … 당분열, 경기침체가 원인


 총선 승리 이후 첫 연례 전당대회를 치른 존 메이저 영국 총리가 최근 국제외환시장에서 매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영국 화폐 파운드처럼 인기의 하강곡선을 빠르게 긋고 있다.

 지난 3일 실시된 모리(국제시장 여론조사기구)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이저 총리에 대한 영국 국민의 지지도는 9월 한달 동안 47%에서 33%로 줄어들었다. 불만족을 표시한 국민의 비율은 46%에서 60%로 크게 늘었다.

 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묻는 항목에서 지난 4월 총선 당시의52%에서 25%로, 위기를 잘 처리하는가 묻는 항목은 39%에서 16%로 크게 떨어졌다.

 2년 전 당 내부의 반란으로 대처 총리의 뒤를 이은 메이저는 지난 총선 승리가 보여준 것처럼 언제나 소속 정당인 보수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보다 개인적 인기가 앞선 이른바 ‘테플론 총리’로 불려왔다.

 그러나 총선 후 6개월이 지난 요즘, 메이저는 자신에 대한 인기 하락뿐만 아니라 보수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 하락으로 집권 이후 가장 심각한 정치적 시련을 맞았다.

유럽통합 의회 비준으로 인기 만회 노려

 메이저 총리를 극단적인 곤경으로 몰고 있는 것은 국민에게 비치는 당내 분열이다. 모리 여론조사 결과 영국 국민의 34%는 보수당이 분열되어 있다고 평가한 반면, 노동당이 분열되어 있다고 보는 견해는 32%로 나타나, 지난 83년 모리 여론조사가 영국내 정당의 이미지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래 처음으로 보수당이 노동당 보다 당내 단결과 통합면에서 더 분열된 정당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메이저 총리와 당내 고위 지도자들은 지난 총선에서 마지막까지 노동당의 승리를 잘못 예측한 여론조사의 전례를 내세워 여론조사의 수치는 국민의 진정한 본심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메이저는 당의 분열 속에 그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언론과 야당의 비판에 맞서, 지난 1일 ‘태풍의 핵’이 될 수 있는 유럽통합을 위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의회 비준을 올해 안에 끝낼 것이라고 재차 선언했다. 지난 9월 20일 근소한 차로 조약을 승인한 프랑스의 국민투표 직후 이 조약안의 의회 비준을 덴마크의 국민투표 재실시 시기와 연계시켜 내년까지 미루겠다고 한 메이저 총리가 연내 의회 표결을 강행키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파운드화 폭락과 유럽환율조정장치(ERM)에서의 파운드화 탈퇴 이후 당내에서의 권위 상실을 우려한 메이저 총리는 우유부단한 태도로 조약안의 표결을 계속 늦추는 것보다 당내 유럽통합 회의론자들을 서둘러 잠재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의회 표결을 강행하려 한다고 영국 언론은 분석한다.

 메이저 총리는 파운드화의 유럽환율조정장치 재가입을 앞으로 2년 동안 잠정적으로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미끼로 유럽통합 회의론자들의 공세를 꺾고 권위 회복을 위해 가장 첨예한 현안인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연내 비준을 승부수로 내건 것이다.

 현재로서는 하원내 70여명의 보수당 소속 유럽통합 회의론자들이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국민투표 회부를 주장하면서 하원에서의 비준안 부결을 벼르고 있으나, 야당인 노동당이 당초 유럽통합을 당의 노선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조약안의 의회 통관은 올해 안에 이뤄질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이미 지난 한달 동안 20% 가까이 평가절하된 파운드화 가치를 회복하는 데 속수 무책인 메이저 총리는 3백만명에 이르는 실업자와 경기침체를 반전시킬 새로운 경제 정책을 이 달 안에 내놓지 못할 경우, 멜러 문화성장관의 해임 이후 두번째로 라몬트 재무장관을 경질해야 하는 위기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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