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力 운용능력이 더 중요
  • 지만원 (시스템분석가·경영과학박사) ()
  • 승인 199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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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축 진전 위해선 현재의 비교방식 지양해야

 현대 군사력은 무기 운용전략 훈련의 3대 요소로 평가된다. 현대전의 속대와 가공할 만한 파괴력은 장기전 개념을 퇴색케 하고 있으며, 따라서 무기공급을 동원능력에 의존하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존 무기수는 운용능력만큼의 효과밖에 나타낼 수 없으며, 군사력평가에 있어 전략과 훈련이 고려되지 않은 무기숫자의 비교나 살상효과의 정태적 비교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걸프전의 승패는 무기나 병력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자전 능력과 운용능력의 격차에 의해 결정된 것이었다. 이같은 차이가 있는 한 이라크가 6백대가 아닌 6천대의 전투기와 50만이 아닌 5백만의 병력을 보유했다 해도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군사력평가에 워게임 모델을 자주 사용하고 있으나 워게임 모델은 군사력 평가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워게임 모델은 장교들로 하여금 복잡하게 전개되는 정쟁상황에 평소 익숙해지도록 해서 전쟁상황에서의 계획능력이나 순간 판단능력을 배양하고 전략 및 전술, 장비 및 군수·지휘 통제상의 허점을 미리 발견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 모델에 의하면 파괴력이 강한 무기를 많이 가진 쪽이 언제나 승리하도록 되어 있다. 냉전종식 직전까지도 미국은 늘 나토 군사력이 바르샤바 군사력에 비해 숫자상 너무 열세이기 때문에 전쟁 발발시 나토는 불과 수일간밖에 지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는 미국이 나토가맹국들로 하여금 군사비를 더 증액시킬 것을 종용하는 데 이용되어왔다.

 그러나 자원을 아무리 많이 가진 나라라 하더라도 경영능력이 부실하면 후진국이 되듯이, 무기를 많이 보유한 나라가 전쟁에서 꼭 이기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남북한 간의 무기숫자를 비교하는 것보다는 전쟁목표 무기보유수 그리고 운용능력의 균형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전투력향상에 있어 무기수의 증가는 수확체감법칙에 따라 더하기식의 한계효과밖에 발휘할 수 없으나 운용방법의 개발은 곱하기식의 증폭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에 우리는 빨리 착안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운용방법의 개발은 수백명의 고급 시스템분석가를 필요로 한다. 미국의 경우 군전문요원과 5만~6만명 규모의 사설 연구집단이 운용방법 개선을 위한 개념,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오고 있다. 또 각종 모의훈련 장비와 워게임 모델을 통하여 군간부를 훈련시키고 있다. 북한은 생활화된 진중 토의문화를 통해 군간부의 판단능력과 응용능력을 훈련시키고 있으나 우리 간부들은 과중하고 반복되는 단순 행정 때문에 사고력을 개발할 수 있는 진중문화를 아직 갖지 못하고 있다. 이는 남북한 간 전투력을 비교하는 데 있어 무기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남북한 군축을 진전시키기 위하여 우리는 현재의 군사력 비교방법을 지양하고 새로운 전략과 운용방법을 과학화하는 일에 먼저 착수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군사력 비교방법은 군축보다는 오히려 군비증강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군사력은 병력과 장비 면에서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운용능력, 전투프로문화, 군복무 제도 등에 있어서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이러한 무형적인 군사문화의 차이는 장비증강만으로는 보상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산업인력 수요가 군인력을 흡수할 만큼 커질 때에 북한은 군축에 적극적일 수 있을 것이며 남북한 경제협력은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남한은 남한대로 국방비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남북한은 파격적인 군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군축을 선도하면서 축소지향적이며 전쟁 경영능력을 과학화하는 새로운 타입의 군사력 건설을 지향해야 할 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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