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FIAC 화랑미술제 세대교체 색채 뚜렷
  • 파리.고명희 기자 ()
  • 승인 199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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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한 제6회 화랑미술제가 지난 9월 5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다. 모두 49개 화랑에서 한국작가 70명과 외국작가 5명 등 75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참여 규모가 지난해(화랑 38개 작가 47명)에 비해 대폭 늘어 화랑미술제가 명실공히 미술시장으로서 자리를 굳혔음을 증명했다.

 화랑미술제는 각 화랑마다 협회에 일정한 돈을 낸 뒤 부스(작품진열장소)를 빌려 선정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그림을 파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차가화랑과 추천작가의 홍보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FIAC의 운영방식을 모델로 삼았다고 볼 수 있으나, FIAC의 경우 부스 크기를 돈 액수에 따라 자유자재로 결정할 수 있는 반면 화랑미술제는 어느 화랑이나 똑같이 협회가 정해준 총 16m의 벽면에 작품을 소화하도록 하여 전 화랑의 고른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91화랑미술제는 세대교체가 이뤄진 점이 가장 큰 성과였다는 게 미술계의 총평이다. 그동안 화랑들이 거래가 거의 없으면서도 턱없이 작품값만 높았던 인기 원로작가의 작품에서 과감히 벗어나 전체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진출시킨 것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된 미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화랑계의 자구책으로 시행됐는데 신진작가 발굴의 역할도, 본격 미술시장의 기능도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화랑미술제의 면모를 쇄신한 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화랑협회 許成 사무국장은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바람 탓인지 관람객도 늘어나 약 6만명을 헤아렸다??고 전했다.

 또 미술시장의 축제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해 2층에 미술 관련업체 매장을 만들어 도자기 찻잔 재떨이 등 미술소품들을 시중가격보다 싼 2만?3만원에 팔아 액자로 벽에 걸리는 것만이 미술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살아 숨쉬는 ‘생활미술??로서의 인식을 심어준 것도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미술품 매매는 전반적인 경제침체 탓인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미술제의 마지막 3일간은 화랑들끼리 공개적으로 사고 파는 교환매매가 화랑미술제 사상 최초로 시도되었으나 그동안 철저히 비밀리에 거래되던 미술시장의 구조가 하루 아침에 청산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부동산의 열기가 미술시장으로 흐르면서 미술품 구임이 ‘투기??냐 ??투자??냐 하는 해묵은 논쟁이 틈만 나면 재연되는 상황에서 건전한 미술시장의 확립은 화랑미술제가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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