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에 온 방콕 공무원들
  • 원주.송준 기자 ()
  • 승인 199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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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문제아다, 비행청소년이다 하면서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고 탄식들을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문제 기성세대??들이에요.  도덕교육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른들이 먼저 도덕을 갖춰야 합니다.??

 지난 15일 강원도 원주군 신림면에 자리잡은 제2가나안농군학교 강당, 김범일 교장이 ‘효사상과 실제??를 주제로 강연을 하는 동안, 때로 폭소를 떠뜨려가며 강의 듣기에 열중하고 있는 3백여명의 청강생들 가운데 이어폰을 통해 통역자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는 49명의 태국인이 섞여 있었다.  통역을 맡은 한국지구촌선교회 소속 김정웅 선교사(위 사진 맨오른쪽)의 인솔 아래 이곳을 찾은 25명의 남자와 24명의 옂는 가나안농군학교의 개척정신과 앞선 농사기술 등을 배우고자 ??고행??을 자처한 것이다.

  까무잡잡한 남국의 이방인들이 긴소매옷을 입고 한국의 쌀쌀한 가을 날씨에 몸을 떨어야 했던 사연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방콕의 청백리??잠롱 시장이 一家기념상을 수상하면서 비롯된다.

  일가상은 가나안농군학교를 세운 故 一家 金  基 장로의 뜻을 기리기 위해 아시아지역에서 ‘더불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애쓴 인물??을 대상으로 제정된 것이다.  지난 9월5일 경기도 하남시 소재 제1가나안농군학교에서 거행된 제1회 시상식에서 2만달러의 상금과 함께 일가사회공익상을 받게 된 잠롱 시장은 뜻을 같이하는 태국인의 입교를 농군학교측에 부탁했고. 학교측에서는 승낙과 동시에 이들의 한국 체류중 일체의 경비를 부담할 것을 자청했다.

  쿠데타로 의회가 해산되면서 지금은 평민으로 돌아온 탐롱 생수리야찬 전 국회의원(43.오른쪽 두 번째)과 잠롱 시장 비서 니파폰 사마키닛씨(36.여. 오른쪽 세 번째)를 비롯, 방콕시청 직원과 교사, 농업지도자 및 자원자들로 구성된 이들 ‘외빈??그룹은 12일 오전 7시 김포공항에 도착, 정오에 학교에서 여장을 풀었다.

 “일하기 싫은 사람은 먹지도 말라??는 구호와 함께 시작되는 식사시간. 감색 작업복을 입은 교관들의 선창에 이은 입교생들의 복창을 통역으로 들으면서 ??외빈??들은 시종 숙연한 표정이었다.

  안운영 교무부장(49)은 “김장로의 신조가 ??먹기 위해서는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이라면 잠롱의 신조는 ??적게 먹고 적게 쓰며 많이 일하고 남는 것은 남을 위해 나누자??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들 중에는 잠롱이 1일1식을 실천하는 것을 본받아 하루 한두끼만 먹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여기서는 모두 세끼 식사를 하며 이곳의 규칙을 따라주고 있습니다.  식사를 조금밖에 들지 않는 탓인지 이들은 대체로 몸이 야윈 편이어서 일을 그렇게 많이 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남는 것을 남에게 베풀기 위한 것이라 하니 그것 또한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이들의 교육 받는 모습을 설명했다.

  이들은 매일 새벽 5시에 기상, 이침점호를 하고 5시30분부터 6시20분까지 김범일 교장의 ‘참되게 사는길??강의들 들은 다음 50분 동안 학교 뒷산을 달리며 체력 단련으 한다.  오전에는 ??잘 사는 길??과 ??삶과 직업관??등의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실습을 한다.  농군학교 직영 농장에 나가 흑을 직접 만져보고, 수확한 농작물과 과일등을 처리하는 기술을 견학하는 것도 이때이다.  출국하는 28일까지 농촌을 찾아 농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견학, 농촌진흥원 방문 등도 일정에 포함돼 있다.

  잠롱 시장의 교육담당 비서인 솜퐁 팡자런칫씨(39.맨왼쪽)는 “방콕에도 가나안농군학교와 같은 정신 교육기관이 있습니다.  7만5천평 규모의 ??방콕시 정신개발훈련원??이 바로 그것인데 여기에서도 새벽 5시에 기상, 30분간 운동을 하며 짜여진 일정에 따라 ??청결 근면 절약 정직 희생??의 덕목을 가르칩니다??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배운 것들을 태국에서 꼭 실천하고 싶다고 밝힌 이들은 특히“교관들의 솔선수범, 애정과 헌신, 그리고 강인한 체력에 감명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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