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문단 ‘들쑤신’ 작가지원제 시비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0.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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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문학지원사업, 사전심의 등 논란…문예지 편집장 · 일부 작가 ‘제도 개악’ 반발

한국 문학작품의 주요 발표 공간인 문예지를 통해 문학인들의 창작환경을 조성하고 창작의욕을 북돋고자 실시할 예정인 문예진흥원의 ’90 문학연구기획지원사업(이하 연구지원)이 일부 문예지 편집자 및 작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90년 여름 문단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이 사업은 간단히 말하면, 문예진흥원이 일정 기금을 문예지社를 통해 해당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할 예정인 작가들에게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지난 7월21일 13개 문예지 편집자가 ‘90문학연구기획지원 신청에 관한 우리의 의견’을 발표하면서 신청을 거부했다. 진흥원측은 이들 의견의 일부를 반영하여 7월27일 수정발표했다. 그러나 7월28일 현재 문예지 편집자들은 수정안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전면적으로 개정된 문예진흥원의 작가지원사업은 89년 이전에 실시하던 원고료지원제의 폐해를 극복, 좀더 많은 작가에게 골고루 혜택을 준다는 반영임에 따라 실시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논란의 대상이 된 연구지원을 비롯 △문학작품 창작지원 △문학작품 연간선집 편찬 △문학작품 발간비 보조 등이 그 사업이다. 진흥원의 새 사업은 문예지의 안이한 편집자세와 무분별한 문예지 창간 붐에 일침을 가했다는 긍적적 반응을 얻기도 했다.

  1차 신청 마감을 한달 연기한 연구지원사업은, 수정되기 전에는 장시(연작시 포함) 등 네 장르에 한해 문예지사가 작가와 사전 합의한 작품의 주제, 집필기간, 작품 분량, 방향, 내용 등을 적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이를 진흥원이 심의해 연구비(작가당 50만원~1백만원, 전체예산 연간 1억5천만원)를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수정안은 평론(지원액 10만원)과 신작특집시(5편 이상, 10만원) 동화(5만원)과 신작특집 동시(10만원)을 포함시켰고, 신청서 양식도 작품소재와 필자연보만을 작성케 해 ‘사전심의’라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문학정신》《한국문학》《문예중앙》《현대문학》《현대시학》《외국문학》《실천문학》《동서문학》《창작과 비평》《심상》《문학과 사회》《문학과 비평》《한길문학》등의 편집자들은 의견서에서, 이번 연구지원사업은 △창작행위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실질적인 사전검열이 될 우려가 있으며 △문예지 고유의 편집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 등 결과적으로 이 제도는 89년 이전 문예지에 게재되는 모든 작품에 주어지던 원고료지원제도의 개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계간《외국문학》편집장 이정주씨(시인)는 “진흥원의 수정발표에 사전검열 소지와 창작이전에 지원한다는 점 등 문제가 그대로 남았다”고 지적한다.

 

사전검열이냐. 단순한 절차냐

  계간《실천문학》편집장 김영현씨도 수정 발표내용에 근본적 변화가 없다고 지적한다. 김씨는 “당사자인 문예지 편집자와의 이견조정 기회가 없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면서 “문예지 편집자들이 다시 모여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일부 문예지사는 진흥원측에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있어 1차 마감이 끝나는 8월말에야 이 제도의 정착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문예지 편집자들에 따르면, 연구지원 사업을 신청하기 위해 작가들과 접촉한 결과, 작가들이 이를 창작행위 침해로 간주 “신청서를 작성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왔으며, 신청서를 문예지에 제출한 작가들도 문예지의 원고청탁에 응하는 차원에서 신청서를 쓴 것이지 신청서 제출 자체는 마땅찮아 한다는 것이다. 어떤 작가는 “문예지들이 분발해서 지원을 받지 않는 것이 떳떳하다”면서 “작가가 왜 국민의 세금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원칙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연구지원 및 문학작품(창작집) 창작지원제는 “문예지(출판사)를 심부름꾼으로 전락시켰다”는 반응과 함께, 해당기간 동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작가의 창작의욕 위축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작가는 “문인이 4천여명이 넘는다. 매년 4백여명 정도밖에 혜택을 못 받는다면, 문학을 발전시킨다는 이 제도의 목적과 위배된다”고 제도 자체를  반대한다.

  원고료 지원제가 폐지되면서 90년 상반기 동안 문예지가 입은 타격은 적지 않다. 원고료가 전반적으로 삭감되었으며 원고료를 지불하지 못하는 문예지도 생겼다. 따라서 역량있는 작가의 문예지 기피현상이 나타났고 문예지 지면의 축소와 질적 저하를 초래했다.

  문예진흥원 문학미술부 조정권부장은 “문예지사들이 지원제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사전심의 여부와 관련하여 “발표하지 않은 작품을 사전에 심의할 수는 없다. 신청서는 하나의 절차일 뿐이다. 앞으로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개선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힌다. 그는 “현재 55개사에 달하는 문예지의 단시 · 단편까지 지원하려면 연 10억이 있어도 부족하다. 문예지를 직접 지원할 경우 내년에는 문예지가 1백개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라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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