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그러진 미국 對北 ‘중요구상’
  • 워싱턴 ● 이석열 특파원 ()
  • 승인 1990.08.0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 하원 청문회서 확인돼

 남북 대화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가운데 美의회는 7월25일 청문회를 열어 행정부 관리와 북한문제 전문가들로부터 ‘남북한관계, 특히 核문제’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하원 외교위 아시아 · 태평양 소위원회(위원장 스티븐 솔라즈)에 나온 국무부 고위관리들과 외교문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미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위해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부 동아시아 및 태평양 담당차관보를 지낸 개스턴 시거는 미국이 북한에 호의를 보이기 위해 지금이라도 북한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북한 고위인사를 초청할 것, 그리고 북한을 테러범 명단에서 빼줄 것을 제의했다.

  랠프 클러프 교수(존스 홉킨스 대학)는 서울과 모스크바 사이에 이뤄지고 있는 정도에 상응한 공식 접촉이 워싱턴과 평양간에 이루어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북한의 개방을 돕기 위해서라도 수출금지 조치는 해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미국정부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바라고 있고 이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세이 앤더슨 국무부 동아시아 및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그간 미국이 관계개선의 선행조건으로 내세워온 다섯가지 사항은 “선행조건이 아니고 또 북한이 이를 모두 다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주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그 다섯가지란 북한이 △남북대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힘쓸 것 △국제 원자력기구의 핵안전협정에 가입하고 준수할 것 △테러를 반대한다는 확고한 보장을 할 것 △테러를 반대한다는 확고한 보장을 할 것 △신뢰구축 조치를 취할 것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미군병사 유해를 합당한 과정을 통해 반환할 것 등이다.

  앤더슨 부차관보는 미국의 대북한 교역제한 완화와 관련, “89년도 미국정부가 인가한 인도적 차원의 대북한 수출액은 8백40만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앤더슨 부차관보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조심스러이 판단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교차승인 반대’라는 관점에서 對美외교관계를 수립하고자 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평양에 미 외교공관을 설치하는 것은 상호 일련의 관계개선 조치가 이루어진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이 갈수록 남북한 관계는 북한쪽에 불리하게 돼있다고 밝힌 앨런 롬버그(미 외교협회 위원)는 미국의 대북한 접촉에서는 미 · 중국 경우의 ‘닉슨 쇼크’와 같은 극적인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과의 관계 때문에 부수적으로 평양과의 관계가 고려되는 것이며 그러므로 서울과의 관계를 불안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롬버그씨는 또 “북한이 교차승인의 관계에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한다면 미국은 이에 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통일전망에 대해서는 “김일성이 고려연방제를 고집하는 한 가능성이 희박하다”(시거) “김일성 사후에 어쩌면 걷잡을 수 없는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클러프) “닉슨과 모택동이 손을 덥석 잡았듯이 김일성이 죽기 전에 그런 일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하겠는가”(롬버그) 등등 견해가 구구했다.

  북한의 핵개발문제에 대해서는 다같이 불안해 했다. 자칫하면 남한이 대응조치를 취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지금 단계에서는 북한이 국제핵안전협약을 준수한다는 보장을 하고 이에 미국과 남한이 만족한다면 남한에서 핵무기를 모두 철수하여 한반도를 비핵지대로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스라엘 특공대가 이라크 핵시설을 기습, 폭격한 것 같은 구상이 있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어차피 주한미군의 핵무기는 철거하고 역대 미국정부가 약속해온 이른바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는 핵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선언이 북한에 적용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남한은 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개진된 의견을 놓고 볼 때 두가지 점이 확인되었다. 무엇보다도 지금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무엇인가 중요한 구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은 한국의 북방정책을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고 이를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