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무기여 잘 있거라’
  • 파리·연합 ()
  • 승인 199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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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등 각국 군축계획 구체화… 프랑스는 찬반논쟁 가열

 유럽 각국의 군축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동서독 통합 실현에 따른 ‘가상적국’ 소련이 평화 지향으로 급선회하자 그동안 유보적 태도를 보였던 서유럽 각국이 군축을 실행단계로 이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미 나토의 대부격인 미국이 서독 주둔군의 대폭 감축을 선언한 데 이어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서독에 주둔시키고 있는 영국, 벨기에, 그리고 네덜란드 등이 군축계획을 구체화 하고 있다.

 그동안 나토의 군사기구와 거리를 두어왔던 프랑스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군축계획을 입안하지는 않았으나 향후 군비증감 여부를 둘러싼 내부 논란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군축방침을 이미 굳힌 이들 국가 외에 상당수의 서유럽국가가 빈의 ‘동·서 재래식군비감축협상’이 타결되는 대로 군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 각국은 군축에 따른 막대한 ‘평화 배당금’이 경제·사회 등 타분야로 전용되어 좀더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반기고 있다.

 영국의 경우 톰 킹 국방장관이 향후 5년간 병력의 18%를 감축할 것이라고 선언, 서유럽국의 군축을 이끌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변화를 위한 선택>이라는 군축보고서를 마련, 향후 군축일정을 밝히고 있는데 앞으로 5~7년 이내에 육군 4만, 공군3천, 해군 1만4천명을 감축할 방침이다.

 이밖에 향후 10년간 1만명의 민간요원(군무원)도 감축시키고, 육군의 경우에는 서독주둔군을 먼저 감축시킬 계획이다. 해군도 보유 잠수함을 27척에서 16척으로, 순양함 및 구축함을 48척에서 40척으로 줄일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영국의 이같은 예상 외의 대폭적인 군축조치가 “평화배당금을 노린 성급한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측은 이같은 군축조치는 빈의 군축회의, 독일통일을 위한 2+4회담의 결과와 연계해 진행될 것이라고 단서를 붙이고 있다.

 벨기에도 최근 기 쾨메 국방장관이 군축계획을 공표했다. 쾨메 장관은 군수분야에 대한 투자중지, 군복무기한 단축, 신병모집 감축 등의 기본 방침을 천명했다. 우선 금년 국방예산 중 6%, 그리고 91년에는 최소한 10%를 삭감할 계획이다.

 네덜란드도 오는 2천년까지 군비를 대폭 감축할 예정이다. 테르 베크 국방장관은 향후 10년간 현 병력의 3분의1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육군 35%, 공군30%, 해군 25% 등 총 4만명을 줄인다는 것이다. 테르 베크 장관은 군복무기한도 14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에서는 군축을 둘러싼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미테랑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군의 복무기한을 12개월에서 10개월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중해와 대서양에 면한 프랑스의 지정학적 위치, 숙명적 라이벌인 독일의 통일, 그리고 아직까지는 유럽 주둔 소련군의 전력이 서방을 능가한다는 평가 등을 내세운 군비유지론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프랑스 재무부는 91년 예산 중 60억프랑(약 7천억원)의 국방비 삭감을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현상고수를 내세운 국방부와 대립하고 있다.

군축의 대세 속에서 한편으로 실세를 유지해야 하는 미묘한 입장이 프랑스를 딜레말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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