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적은 집안에 있었다
  • 소성민 기자 ()
  • 승인 199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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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인가 원수인가. 페루와 아르헨티나가 국가 원수의 가정 불화로 시끌벅적하다. 부인이 남편인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곤경에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페루 대통령인 알베르토 후지모리의 부인 수산나 히구치(오른쪽)와, 아르헨티나 대통령인 카를로스 메넴의 영부인 줄레마 요마(맨 오른쪽)가 화제의 인물들.

 히구치는 토목기사 출신이자 영업 실적이 좋은 리마 건설회사의 사주이기도 하다. 히구치는 남편이 권위주의자이며 그의 경제 개혁 정책은 너무 엄격하다고 꼬집어 왔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전직 각료를 포함한 일부 고위직 공무원들이 각종 정부 발주 공사에서 뇌물로 수십만 달러를 챙겼다고 폭로했다. 65%의 지지율을 등에 업고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꿈꾸고 있는 남편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아울러 부패 타도를 위해 자신이 직접 대통령에 출마할 것을 외치며 대통령 친인척의 공직 출마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는 영부인 자격 박탈과 별거 선언이었다.

 아르헨티나 메넴 대통령의 부인 요마도 이에 못지않다. 그는 90년 각료들의 부정을 비판해 남편을 곤경에 빠뜨리고 그 일로 관저에 감금 당한 적까지 있지만 그의 열린 입은 닫히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나는 차우셰스쿠 부인 같은 종말을 맞고 싶지 않다”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남편 메넴의 정적인 페론주의자 당원들에게는 아주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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