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따라 흐리고 개는 기업 이윤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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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이후 ‘기상 마케팅’에 관심…올 겨울 에어컨ㆍ선풍기 생산 늘일 듯

기상 이변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기상 정보의 중요성에 눈뜨기 시작했다. 기상 정보를 마케팅 전략과 연계한다는 의미의 ‘기상 마케팅’이라는 신조어도 유행한다. 기상 마케팅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일부 업체들은 기상 마케팅 전담반을 설치할 것을 고려하고 있기도 하다. 아래 사례에서 보듯 기상 정보는 마케팅 전략 가운데서도 수요 예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아직까지 일부 업종과 업체를 제외하고는 기상 정보의 중요성에 크게 주목해오지 않았다.

  최근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소장 金永佑)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62%의 기업만이 기상 정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언론ㆍ농축산ㆍ운수ㆍ해운 업종과 관공서가 비교적 기상 정보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조사 대상을 한국기상협회로부터 기상 정보 서비스를 받고 있는 3백개 기업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기상 정보 서비스를 받고 있는 3백개 기업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기상 정보를 활용하는 기업의 비율이 턱없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이 기상 마케팅에 눈뜨게 된 계기는 무엇보다도 올 여름 혹서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가전업계는 올 여름 냉방 기기에 대한 수요 예측이 크게 빗나가 재고가 바닥나는 곤경에 처했었다.

사례1 90년 3월 초 세계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용어는 아마 ‘엘니뇨 현상’이었을 것이다.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이 자연 현상 때문에 세계적인 기상이변이 예고됐다. 그러나 이 뉴스와 자사의 영업 전략을 연결해 생각해본 기업은 거의 없었다.

  단 두 군데, 삼성물산과 (주)코오롱만이 기상 이변이 옷 판매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기상 이변으로 강우량이 크게 늘면 여름 장마가 길어지고, 그렇게 되면 여름 옷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을까.’ 두 회사는 각각 자사 브랜드엔 에스에스패션과 코오롱 맨스타의 생산량을 크게 줄였다. 여름이 되어 다른 회사들이 넘치는 재고 때문에 고전하게 되자 두 회사의 ‘선경 지명’은 빛을 발하게 됐다.

사례 2 냉난방 기기 제조업체들은 올 겨울철 기상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업계가 의존해왔던 주먹구구식 기상 전망에 따른다면, 여름이 유난히 더웠던 올해의 경우는 겨울도 아주 추울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업체들은 난방이 생산량을 크게 늘려 잡아야 한다.

  증권시장이 난방기 제조업체들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해당 업체들은 워낙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어 수요를 늘려잡아야할지에 대해 확실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재고 부족 사태까지 겪었던 냉방기 제조업체들은 올 여름 혹서의 영향으로 겨울에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사두려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오히려 냉방 기기 생산량을 늘릴 태세다.

사례 3 석유개발공사가 오는 9월부터 시추에 들어갈 포항6-1광주 시추 현장도 기상 정보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이다. 기상 상태에 따라 작업 진행 속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추 현장에서 받아볼 기상 정보를 제공해줄 회사를 고르는 입찰에서는 몇몇 외국 업체가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기업들이 정확한 기상 정보에 목말라하는 가운데 기상 정보를 상품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기상협회가 제공하는 기상 정보 서비스 외의 유료 서비스로는 한마음정보센터의 날씨 서비스가 있다. 이 음성정보 서비스의 날씨 예보를 맡고 있는 문화방송 金東完 기상통보관은 이 분야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가 앞으로 본격적인 기상 정보 회사를 차릴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인은 “아직은 그럴 계획이 없다”라고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기상 정보에 관심을 기울여온 업종들 외에 새로이 전자ㆍ건설ㆍ항공 업계가 상품화한 기상 정보에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일부 외국 업체들이 먼저 상륙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렸던 월드컵 때 기상 정보를 상품화한 기업이 많았다. 당시 미국의 한 기상 정보 회사는 미국내 여러 도시의 경기 당일 일기 예보를 거기서 경기를 치르는 나라 대표단과 방송국에 판매했다.
金芳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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