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는 ‘가면을 써라
  • 이세용(영화 평론가) ()
  • 승인 199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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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스크〉

사람이 짓는 표정을 기준으로 주위를 돌아보면, 세상은 표정 관리에 능숙한 사람과 서투른 사람이 모여사는 곳이다. 얼른 생각하기에 관리된 표정은 감정을 솔직히 표현한 것이 아니므로 일종의 변장이라 하겠는데, 이 변장이 굳어지면 가면이 된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가면이란 ‘가짜 얼굴’이다. 하지만 정신분석학은 한 인격의 ‘다른 얼굴’이라고 말한다. 가면은 한 인격으로 하여금 다른 존재가 되어 진짜 속셈을 드러내거나 실천할 때 고민을 덜어준다. 문제는 가면을 쓰면 용감해지는(더 정확하게는 수치심을 줄여주는) 것이 분명하지만 이 가면을 쓰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간은 화장ㆍ분장ㆍ변장ㆍ가면의 순서로 탈바꿈 과정을 밟는다. 여자들의 화장도 ‘제2의 피부’로 착각하는 얇은 가면이다. 술에 취하면 ‘딴 사람’이 되는 남자가 있는데, 이 때 그 남자의 얼굴은 대개 ‘붉은 마스크’이다. 마스크는 이렇게 꿈꾸던 언행을 현실화하는 효용이 있다.

  특수 분장과 특수 효과의 성과가 기막힌 영화〈마스크〉의 주인공 스탠리(짐 캐리)는 가면과 인간의 이중성을 표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신비한 마스크를 쓰는 순간, 초능력을 발휘하여 악당을 물리치고 아름다운 여자를 사로잡는다는 내용의〈마스크〉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오락 영화이지만, 보면서 캥기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마스크〉에서 가면을 쓰는 사람은 순둥이 은행원 스탠리와 악당 도리안 그리고 스탠리의 애완견뿐이지만, 겉으로 요염하고 속은 청순한 미녀 티나(카메론 디아스)와 선량하게 보이는 신문기자 페기 역시 얇은 가면을 쓴 인간이다. 범인을 잡기는커녕 총을 겨눈 채 스탠리를 따라 춤추는 경찰들을 너무 바빠서 미처 가면을 쓰지 못한 사람들로 보이는데, 등장 인물들의 진면목을 하나씩 폭로하면서 배꼽을 쥐게 하는 재미가 있다.

  특수 시각 효과(SFX)의 귀재인 루카스팀과 작업한 찰스 러셀 감독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한다. 인간의 이중성을 더 이상 파고들다가는 현란한 눈요깃거리를 놓칠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정신 없이 빠른 템포의〈마스크〉는, 가면도 착한 사람이 쓸 때와 악한 사람이 쓸 때를 선별하여 보여줌으로써 권선징악이라는 목표를 잃지 않는다. 구성도 좋고 디테일도 잘 살려낸 ‘SFX 액션 러브 코미디’이다

  짐 캐리의 풍부한 표정 연기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마스크〉는 만화적 상상력을 실제 영화로 완성한다.〈마스크〉 때문에 만화 영화 만들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 같다.
李世龍(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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