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출신이 뽑히면 어떤 일이?
  • 서명숙 차장대우 ()
  • 승인 1994.09.2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9월7일 민자당 서울 남부지역 당원 현지 교육장. 김덕룡 서울시지부장은 “서울시는 우리나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며, 결코 시정과 국정이 따로 갈 수 없는 곳”이라며 서울시장 선거가 갖는 함축성을 힘주어 강조했다. 이처럼 여권이 ‘시정과 국정이 따로 갈 수 없는 곳’으로 여기는 서울시에서 야권 출신 민선 시장이 뽑힌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치권과 학계 전문가들은 정부 · 여당의 세력권과 통제력을 벗어난 야당 출신 시장이 ‘대통령에 버금가는 정치 영향력을 발휘하는 서울시장’이 되리라고 내다본다. 현재 임명직 서울시장은 의결권이 없는 구성원으로서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만일 이 규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야당 출신 서울시장은 집권 세력 내부의 논의 구조에 참여하는 유일한 야당 인사가 된다. 설영 논의 구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정부 · 여당과의 접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정부 · 여당과 발상법이 다른 야당 출신인 만큼, 서울특별시의 위상과 유권자들의 지지라는 막강한 자산을 담보로 하여 중앙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할 공산이 크다.

 서울에 집중된 중앙 언론 매체들은 ‘중앙 정부 · 서울특별시의 갈등과 야권 서울시장의 움직임’을 주요 뉴스거리로 취급함으로써 새로운 정치 스타를 만들어낼 것이다. 야당 출신 시장은 임명직 시장은 물론이거니와 여권 출신 시장과는 비교도 안되리만큼 언론의 주목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세련된 국제 감각을 발휘한다면, 내정에서의 영향력은 물론 수도 시장의 자격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서도 화려하게 빛을 발할 수 있다.

 경제 측면에서도 야권 서울시장은 자기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서울시는 국세의 40% 정도를 담당하면서도 지방교부금 · 국고보조금 · 양여금 등에서 중앙 정부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을 정도로 재정 자립도가 높다.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를 조종하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지방교부금을 한푼도 안 받는 자치 단체가 바로 서울시다. 오연천 교수(서울대 · 행정학)는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재정에 관한 한 서울시는 중앙 정부의 영향을 받기보다 오히려 중앙 정부의 재정 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한다.

 그러나 야당 출신 서울시장의 목소리가 높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반대쪽 전망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법률적으로 대통령과 각 부처의 ‘령’이 서울시 조례보다 우선한다. 오랜 중앙집권제적 군위주의의 틀 안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제반 법령은 모든 측면에서 중앙 정부에 유리하게 정비돼있다. 서울시장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지적되는 교통 · 교육 · 환경 문제만 하더라도 교통부령 · 교육부령 · 환경처령이 더 우선하기 때문에 그 방침 안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 민선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중앙 정부의 감사권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야권 서울시장은 서울시 안에서 ‘또 다른 여야 구도’의 견제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현재 서울시 의회 의원 가운데 야당 의원은 21명에 불과하다. 압도적 다수가 민자당 소속이다. 내년 시의회 선거에서도 이런 의석비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그럴 경우 야당 출신 서울시장은 의회 다수 의석을 점한 ‘또 다른 야당’의 집중 견제를 받게 된다. 여당 출신 민선 구청장을 통제하는 일 역시 만만치 않는 숙제다.

 야당 출신 서울시장의 정치적 위상과 권한을 둘러싼 가설은 분분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야당 출신 서울시장이 탄생하는 그날부터 우리 사회 자체가 ‘새로운 정치의 한 실험장’이 되리라는 점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