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난민 먹을 것 찾아 평화 찾아 매년 수십만명씩 보따리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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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오늘

지구 곳곳에서 좀더 나은 삶을 찾아 조국을 등진 난민의 수는 지난 20년 동안 무려 2천만명이 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D)와 국제이민기구(IOF), 유엔난민구제고등판무관(UNHCR)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70년대 2백50만명이던 난민 수가 최근 2천만명으로 늘어났으며, 해마다 수십만명씩 새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민은 주로 정치 박해가 심한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다. 소말리아의 경우 난민 수는 전체 인구 9백만명 가운데 10%에 이른다. 특히 아프리카의 르완다의 경우 양대 부족인 후투족과 투치족의 패권 다툼으로 이미 50만명이 사망한 것말고도 국내 난민의 수가 1백50만명이나 발생했다. 국외로 탈출한 난민 수도 엄청나, 이웃 나라인 자이르에 1백 62만명, 우간다에 1만5천명, 브룬디에 20만명, 그리고 탄자니아에 38만명이 탈출해 있다.

 조국을 등지지는 않았지만 전쟁과 정정 불안 때문에 국내를 떠도는 유민들도 지구 전체로 볼 때 2천5백만명이나 된다. 2년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옛 유고에서는 93년에만 ‘인종 청소’ 형태로 3백만명의 국내 유민이 발생해 유엔고등판무관의 지원을 받아왔다. 아프가니스탄 · 캄보디아 · 모잠비크 · 중앙아메리카 등 난민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자발적으로 본국에 귀환하는 난민 수가 늘고 있다. 그러나 난민 귀환을 꺼리는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하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난민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외 망명의 경우 10년 전 유럽과 북미 지역에 대한 한 해 망명 신청자가 9만4천명이었으나 지난해엔 유럽에 55만명, 미국에 15만4천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올해는 뚜렷한 이유 없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오랫동안 에티오피아 · 케냐 · 말라위 · 파키스탄 · 태국 등이 난민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으나 탈냉전 이후 난민 유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 때문에 93년의 경우 68만4천5백명에 이르는 난민이 대거 서유럽 국가로 몰려들었다. 그 가운데 4만5천명만이 난민 지위를 부여받았으며 17만8천명은 인도적인 견지에서 체류 허가를 받았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난민 수가 수그러들지 않는 요인이 과거에 정세 불안 등 생존적 차원에서 행해진 국외 탈출이 최근에는 경제난 가중에 따라 더 나은 삶을 향한 국외 이주 쪽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卞昌燮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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