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 대신 인공치아 이식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1.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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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는 압력 1백% 흡수…만성 위장장애 해소 등 삶의 활력 회복

나이 든 노인이 튼튼한 치아를 갖고 싶어하는 바람은 간절하다. 이제까지 유일한 대안은 틀니 또는 의치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 대안은 완벽하고 항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서울 종로5가에서 치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前先載 박사(경희대 의대ㆍ치과학)는 “의치를 하려면 우선 주위의 자연치에 손상을 줘야 하고 틀니 역시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새로 맞추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고 말한다. 틀니를 대신할 방법은 없는가. 자연치와 다름 없는 인공치아이식술의 개발에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인공치아를 박아넣어 치아가 없는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치아이식술이 재료공학 고분자공학 등 의용공학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 가운데 치아이식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가 92년까지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현재는 88년의 두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 梁在鎬 교수(치과)는 외국의 한 전문지를 인용, 미국의 치아 없는 성인 2천만명 가운데 치아이식을 한 환자는 90년 현재 적어도 5백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치아이식산업은 해마다 번창하여 치아이식산업 종사자들은 올 한해만도 1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여건이 변하면서 치아이식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대한치과이식학회(회장 劉光熙 한양대 치대)를 중심으로 학술대회와 연수회가 잇따라 열리는 등 의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치아이식학회 裵昶 박사(강남성모병원ㆍ치과)는 “최근 5년 동안 치아이식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관심도 부쩍 높아져 각 병원에 치아이식을 문의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힌다.

 치아이식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가. 예를 들어 앞니 한개를 뺐다고 치다. 당장 보기도 흉하고 음식물 먹기에도 불편하여 의치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치료방식을 따른다면 한개의 의치를 새로 해넣기 위해 좌우에 있는 멀쩡한 치아의 일부를 깎아내야 한다. 의치의 수명은 보통 7~10년 정도이므로 이 기간이 지나면 희생해야 할 자연치의 수는 또다시 늘게 된다. 그러나 치아이식을 하게 되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인공치아는 주위의 다른 치아에 의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치아의 대부분을 상실한 노인들이 치아이식을 이용해 의치를 하게 되면 소화능력이 향상된다. 외국의 임상결과에 따르면 음식물을 씹을 때 발생하는 압력의 흡수도는 전체 틀니가 25%, 부분 틀니는 50% 정도인 데 비해 이식된 치아는 거의 1백% 압력을 흡수한다. 치아이식을 할 경우 노인들은 저작능력의 감퇴로 인한 만성 위장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고 오그라든 턱의 주름살도 펼 수 있다. 기쁜 일이 있으면 마음 놓고 흰 치아를 드러내고 웃을 수 있으므로 삶의 의욕도 회복할 수 있다. 결국 예로부터 오복의 하나라 하여 귀중하게 여겼던 ‘건강한 치아??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치아이식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치아이식은 일반 보철에 비해 비용이 훨씬 많이 들며 경우에 따라서 일반보철 방식이 환자들에게 더욱 유리한 경우가 있다. 최근 해외에서 귀국, 치아이식 전문병원을 개업한 梁雄 박사(웅덴탈클리닉 원장)는 “이식할 치아의 위치가 좋지 않거나 환자의 턱뼈가 심하게 닳았을 땐 오히려 일반보철을 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한다. 치아이식수술의 결정 여부는 우선 “수술하는 사람과 수술받는 환자간의 충분한 상담 아래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치아이식 전문병원 개업
 현대적 치아이식술 개념이 확립된 것은 지난 40년대. 이탈리아의 포머기니, 독일 골드베르크와 거쉬코프 등의 의학자들이 새로운 치아이식술을 시도하면서 비롯되었다. 현재 실용화된 치아이식술은 40~50여종에 이르고 있으며 크게 ‘골막하 방식??과 ??골유착 방식??으로 나뉜다.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의 崔牧均 박사 (가톨릭의대)는 “초기의 치아이식은 이식체 제작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골막하 방식으로 행해졌지만 최근 골유착 방식이 유행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골막하 치아이식술은 잇몸을 째고 아래턱이나 위턱 뼈 위에 금속 프레임을 설치한뒤, 인공의치를 해넣는 방식으로 요즘에도 널리 쓰이고 있는 치아이식술의 하나이다. 그러나 의학자들 사이에선 골막하 치아이식을 하면 뼈의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해 실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비해 골유착 방식은 인체의 ‘살아 있는 철골구조??라 할 수 있는 뼈에 드릴로 구멍을 뚫은 뒤 작은 철못을 박아 넣어 유착시키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튼튼한 지반에 못을 박아 인공치아를 더욱 단단히 지탱한다는 것이다. 골유착 방식은 지난 58년 스웨덴 치과 의사인 페르 잉그바르 브렌마크가 개발한 치아이식술로 티타늄 지대치를 뼈에 직접 유착시키는 방식이다. 브렌마크는 이것을 ??골유착 방식??이라 이름을 붙였지만 오늘날엔 ??스웨덴 방식??또는 ??브렌마크 방식??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 유행했던 브렌마크 방식은 지난 82년에 열렸던 캐나다 ‘토론토회의??에서 성공적인 임상결과들이 소개되면서 미주지역에 진출했다. 3년 뒤에는 미국 치과의사협회(ADA)의 공인을 받으며 더욱 각광받기 시작했으며 현재 전세계에 가장 널리 행해지는 치아이식술이 되었다. 브렌마크 방식은 티타늄 고정물을 뼈에 이식하고 잇몸을 봉합하는 단계, 수개월간 뼈와 티타늄의 유착을 기다린 뒤 봉합부분을 다시 절개하여 티타늄에 받침대를 설치하는 단계, 보철물(의치)을 받침대에 고정시키는 단계로 나뉜다.

 치아이식의 불모지나 다름 없던 한국의 치과분야에 치아이식술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5년 대한치과이식학회가 정식으로 발족되면서부터였다. 최근 회원수가 크게 늘고 김기홍치과의원 등 개인병원과 일부 대학 병원에서 치아이식수술 사례가 늘고 있으나 아직 시험적인 단계이다. 가톨릭의대 최목균 교수는 “치아이식학을 대학 학부과정에 정식 개설하는 등 해결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최근 치아이식의 본바닥에서 활약하던 전문가들이 국내 학계에 가세, 앞으로 국내 치아이식 분야는 새롭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0년 초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 유수한 대학들을 두루 거치며 임상경험을 쌓은 梁雄 박사는 해외에서 활약하다 귀국한 치아이식 전문가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근래 치아이식 중심지로 떠오른 미국 뉴욕 대학에서 각국 전문의사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보수교육??강의도 하게 된 양박사는 이미 지난 8월 서울에 치아이식 전문클리닉을 개설,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미국 뉴욕대학처럼 국제 규모의 치아이식센터를 국내에 설립하는 것이 당면 목표”라고 양박사는 밝힌다. 현대의학의 ??총아??인 인공치아이식이 한국에서 꽃 피울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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