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불편도 고치면‘황금알"
  • 김상익 경제부 차장대우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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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狂들의‘발명 6계명'…생각.메모 생활화로 누구나 발명 가능

“게으른 사람이 발명을 한다." 지난 10월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91년 국제아이디어 발명 신제품대회'에서 산업기기부문 금상을 차지한 金淳太씨가 농반 진반으로 하는 말이다. 부지런한 사람은 세상일에 불편을 덜 느끼지만 게으른 사람은 제 몸이 편해지기 위해 더 편리한 물건을 생각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대신 머리는 더욱 부지런해야 한다.

 고도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좋은 발명을 할 수 있다.‘안남림 모자??를 발명한 尹貞淑씨 경우를 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윤씨는 얼마전까지 고등학교 교사였는데, 수학여행을 갈 때마다 모자를 바람에 날려 잃어버리는 학생이 많은 것을 보고 턱끈 없이도 바람에 안 날리는 모자를 구상하게 됐다. 원리는 간단하다. 모자 안쪽에 오톨도톨한 돌기물을 부착해 머리를 죄게 하는 것이다. 윤씨는??예수의 가시면류관??에서 생각을 얻었다고 말한다.

‘예수의 가시면류관'도 아이디어
 1초 이내에 맬 수 있는 군화끈을 발명한 宋有鎬씨도 생활 속에서 느낀 불편을 황금알로 뒤바꾼 사람이다. 그는 군대에 있을 때 군화끈을 늦게 매는 바람에 항상‘선착순??에 끼이지 못해 벌을 받았다.〈대구일보〉기자로 있다가 80년 언론 통폐합 때 일자리를 잏은 그는 20년 전 군대 있을 때 기억을 되살렸다.

 군화처럼 목이 긴 신발을 신을 때는 구멍 3개쯤 끈을 풀었다가 발을 넣은 뒤 다시 끈을  매야 한다. 그래서 안씨는 끈을 풀지 않고도 신을 수 있는 군화를 발명하기 위해 군화 수백켤레를 사서 이리저리 궁리했다. 아무리 시험을 해도 신통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거의 포기할 즈음 끈구멍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발견??했다. 그는 구멍의 간격에 변화를 주어봤다. 밑을 좁게 하고 위를 넓게 하니 잡아당기기만 하면 끈이 조여지고, 반대로 구두 목부분을 잡고 벌리면 자동으로 끈이 느슨해졌다. 과학 지식이 없었던 유씨는 그것이??동력학의 분력작용 원리??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이 군화는 83년부터 한국군에 납품되고 있다.

 이처럼 발명은‘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발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김순태씨는??당신은 머리가 참 좋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상한다. 머리 속 생각을 하나의발명품으로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헤아리지 않은 채??머리??에 공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천재가 아닌 보통 사람이 자기 노력으로 얼마든지 좋은 발명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기발한 상풍을 발명하면 떼돈을 벌 수 있으나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므로 나와는 상관없다.??발명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이다. 이같은 고정관념은 자기 자신 속에 내재된 발명욕구를 억누를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발명을 할 수 있을까. 발명에 지름길에 지름길은 없을까.“빵 때림은 30집??등의 바둑격언처럼 발명에도 몇가지 격언이 있다. 수많은 발명품을 몇가지 범주로 묶는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발명격언들은 초보자들의 사고훈련에 매우 유용하다.

■더하거나 빼라 : 지우개 달린 연필, 목걸이 겸용 시계, 필터 달린 담배 등 이 원리에 해당하는 발명품은 수없이 많다. 奇斗錫씨가 고안한‘불따개??는 값싼 플라스틱 가스라이터의 몸체에 홈을 파 병따개를 덧붙인 매우 단순한 것으로 발명의??더하기??원리를 응용한 모범적인 예이다. 누구나 담배 하면 술을 연상하는 데서 착안한 이 제품은 김씨가 공사판에서 인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발명으로 연결한 것이다. 현재 매달30만개씩 팔리고 있는 불따개는 기씨를 무명발명가에서 일약??젊은 사업가??로 뛰어 오르게 했다. 기씨는 최근 불따개에 열쇠고리 기능을 덧붙인 신제품을 내놓았다.
 더하기 발명품은 가장 간단한 발명원리이지만 그것이 꼭 만들기 쉬운 것은 아니다. 한국 발명왕 申錫均씨의‘라디오 모자??는 모자에 라디오를 붙인 간단한 고안이지만 이것을 발명할 당시에는 기술 수준이 낮아 모자에 덧붙일 만한 소형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나와 있지 않았다. 신씨는 작은 라디오와 태양열 전지를 먼저 발명한 뒤에야 라디오 모자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빼기의 예는 시멘트 벽돌을 생각하면 된다. 구멍이 뻥뻥 뚫린 시멘트 벽돌은 시멘트가 적게 들어 경제적이고, 가벼우면서도 수명은 더 길다. 손잡이에 구멍이 뚫린 머리빗도 같은 원리다.

■반대로 생각하라 : 물건의 생김새 방향 성질 들을 반대로 생각하는 것도 발명을 이끌어내는 좋은 방법이다. 오명근씨의‘손으로 가는 세발자전거??는 이같은 발상법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보통 자전거는 발로 페달을 밟아 바퀴를 굴리고 손으로는 방향을 잡는데 이 어린이용 자전거는 이와 정반대다. 즉 손으로 바퀴를 굴리고 발로 방향을 잡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기두석씨의 샤프펜슬을 들 수 있다. 보통 샤프펜슬은 끝부분 단추를 눌러 심이 나오게 한다. 이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야 하므로 좀 불편하다. 이같은 불편함을 없앤 발명품은 독일에서 나왔다. 손가락으로 쥐는 부위에 단추를 달아, 이 단추를 밑으로 밀면 연필심이 나오도록 고안한 것이다. 기두석씨는 이것도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연필을 잡은 채 손가락을 아래쪽으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손마디를 굽혀 위로 움직이는 게 더 편하다. 기씨는‘레크와 피니언 기어의 원리??를 이용해 방향을 바꿔줌으로써 단추를 끌어올리는 연필심이 나오도록 고안했다. 이 발명은 아직 제품화되지는 않았다.

■크기를 작게 하라 : 오대양 사건과 관련돼 구속된 (주)세모의 兪炳彦씨는 종이비누를 발명했다. 해외출장이 잦았던 그는 비행기 안에서 여행자들이 간편하게 쓸 수 있는 1회용 비누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기술 발달과 함께 작게 만드는 발명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5인치밖에 안되는 텔레비전이 등장했고 손목시계 두께는 더욱 얇아졌다. 잡는 우산도 작게 만들기의 사례다.

■모양을 바꿔라 : 상경물산의 이상연씨는 구부러진 빨대를 만들고 있다. 직선으로 된 빨대는 환자가 누워서 음료수를 마시기 힘들다. 일반인도 고개를 앞으로 숙여야 하는 불편이 있다. 빨대를 구부리면 이같은 불편이 해소된다.
 이처럼 기능을 더 좋게 하는 경우가 아니라도, 모양을 아름답게 바꾸면 발명으로 취급된다. 산업재산권에는 특허 실용신안 의정 상표 등 4종류가 있는데 여기서 모양은 의장에 해당된다. 만년필 모양을 유선형으로 만든 파커는 의장으로‘만년필 왕??이 되었다. 시장에서 잘 팔리는 물건 치고 의장등록이 안된 물건은 거의 없다. 전화기 세탁기 냉장고 텔레비전 선풍기 라디오 시게는 물론 물컵 주전자 쟁반 접시까지도 남이 흉내내지 못하도록 의장등록이 돼있다.??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기 때문에 모양 바꾸기는 발명으로 대접받는 것이다.

■폐품을 이용하라 :‘생활 속의 발명??이라는 명제와 가장 가까운 발상법이라 할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폐품을 어떻게 발명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성창물산 高昌岩 사장의 골풀인형은 그 방법을 잘 보여준다. 골풀이란 줄기가 원기둥꼴이고 높이가 1m 정도인 다년생 풀로 돗자리를 짜는 데 이용된다. 골풀인형은??돗자리를 짜고 남은 자투리 골풀을 다른 데 이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고씨의 소박한 생각에서 탄생했다.
 문제는 부러지기 쉬운 풀잎으로 어떻게 인형을 맵시있게 만드는가였다. 고씨는 작은 원형 밑판에 대나무로 받침대를 세우고 골풀을 써서 인형의 손발, 주름치마, 머리를 만들었다. 이렇게 골풀로 인형을 만드는 방법은 나중에 실용신안과 의장으로 등록돼 법적인 보호를 받게 됐다. 생산제품 대부분을 수출해 오히려 해외에 더 잘 알려진 골풀인형의 미국식 이름은‘유니언 아씨??. 고씨는??골풀인형이 인기를 얻자 중국에서 똑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국제시장에 내다팔고 있어 손해를 크게 보고 있다??고 말한다.
 폐품을 이용한 발명처럼 쉬운 것은 없다. 폐품은 원래 형태와 기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창작이 아닌 개선만으로도 발명이 된다. 폐품을 그댈 사용하면 중고품이 되지만 쓸모있게 개선하면 발명품이 된다.

■남의 생각을 빌려라 : 金淳太씨는 1분 이내에 설치할 수 있는 텐트를 발명했다. 낚시광인 그는 언젠가 낚시터에 갔다가 텐트를 치던중 비를 만나 온통 젖었다. 기분이 상한 그는 돌아오면서 줄곧 날씨와 텐트를 원망했다. 김씨는 버스에서 누군가가 자동우산을 펴면서 내리는 광경을 보고 무릎을 쳤다.“그가 만든 텐트는 우산살을 펴듯 다리를 펴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설치된다. 이 텐트는 현재 연간 1천만달러어치 수출된다.
 元仁浩씨가 지난 87년에 내놓은‘건강양말??은 양말바닥에 바이오세라믹 등을 오돌도돌하게 돌출시킨 것이다. 발상법은 매우 간단하다. 원씨는 ??냉장고 탈취제는 냄새를 없애주므로 발냄새 또한 빨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와함께 발바닥에 자극을 주면 피로회복에 좋다는 점에 착안, 양말바닥에 작은 돌기를 만들기로 했다. 슬리퍼에 흔히 사용되었던 발바닥 마사지용 돌기가 양말에 응용된 것이다. 작은 돌기는 탈취제 외에 바이오세라믹 물질과 자석분을 혼합해 만들었다. 작은양의 자석분을 넣으면 혈류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건강양말의 원리는 최근 신발로 확대되었다.“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유명 신발업체에서 특허권을 사기 위해 교섭을 시도해오기도 했다??고 밝히는 원씨는 자신의 새로운 발명품이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있는 국내 신발산업이 돌파구를 여는 데 보탬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 경제력은 특허 숫자와 비례 
 사람들은 대개 발명이란 말에서 돈을 연상한다. 무언가 남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새롭게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기발한 생각도 시장성이 없으면 가치가 떨어진다. 가령 누가 맹인용 볼펜을 발명했다고 했다면 그것은 중요한 발명이기는 하나 실용적이지 못한 발명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발명은 발명가 개인에게 부를 약속해주지만 그것은 국가에도 큰 이익을 준다. 오늘날 경제력은 곧 국력이다. 경제력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기술의 요체는 발명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가미되지 않은 상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떨어지지만 발명품은 부가가치가 높다. 발명가들은“한 나라의 경제력은 그 나라 국민이 출원하는 발명특허 숫자와 비례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원건수는 특허 실용신안 의장 상표 등 4개 부문을 통틀어 11만4천여건이었다. 반면 일본은 72만건으로 우리를 훨씬 앞선다. 이중 특허만 해도 36만건에 이른다. 경제대국 일본의 저력은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해주는 수치다.

 발명가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발명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외국에 나갔을 때 사람을 만나 직업이‘발명가??라고 말하면 당신을 무엇을 만들었느냐, 원리는 어떤 것이냐 하고 물으며 큰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공항에서 발명가의 가방은??무사통과??이다. 그만큼 발명가를 믿고 존경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반국민이든 기업이든 발명가나 발명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빨리 신을 수 있는 군화를 발명한 安有鎬씨는 특허사용료가 너무 낮다고 주장한다. 한국군에 군화를 납품하고는 있지만 특허사용료가 2%밖에 안되며 최근에는 1%가 깎였다는 것이다. 외국 상표를 사용하는 데도 최소한 3%의 사용료를 지불하는 데 비한다면 국내 발명품에 대한 대접이 너무 소홀하다는 것이다. 안씨는‘사재를 털어 후진을 양성하겠다는 뜻에서 발명학과를 중심으로 한 전문대학을 세우려 했지만 교육부로부터 인가를 받지 못했다??면서??이란 것들이 발명에 대한 낮은 인식을 보여주는 예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같은 푸대접 속에서도 발명가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다. 빨리 설치할 수 있는 텐트를 발명해 월 1천5백만원 정도 특허수입을 올리고 있는 김순태씨는 발명에 미쳐 직장을 잃고 아내로부터 버림받은 쓰라림을 겪기도 했다.

 ‘2천5백개 발명??기록을 갖고 있는 발명왕 신석균씨는 발명가를 산악인에 비유한다. 남이 못오른 산을 오르려고 산악인처럼 발명가는 더 편리하고 더 새롭고 더 기발한 물건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루 한개씩 발명을 하고 있는데 최근 타고 다니던 자가용 승용차를 버렸다. 그 이유는 운전하는 동안에는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면 많은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의 수첩은 알아볼 수 없는 그림으로 가득차 있다. 그는 언뜻언뜻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그림으로 붙잡아놓은 뒤 그 착상을 수십번 수백번 되씹는다.

 이처럼 발명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같은 습관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또한 누구나 당장에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발명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작은 발명품 하나라도 일단 만들어보면 점차로 더 큰 발명을 할 수 있게 된다. 발명가들은 어떤 신제품을 보고“이런 것이 나왔구나??하고 감탄하지 않는다.??이 제품엔 이런 것이 빠져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발명가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생활 속에서 불편을 느끼되 부지런히 머리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명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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