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교육청 마음대로 “교단서 내려와라”
  • 문정우 기자 ()
  • 승인 199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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姜慶大타살 ‘시국선언 교사’5명 선별해임 교체·교수 ‘집단행동’ 징계 안해 형평성 잃어

 지난달 30일 서울시교육청 징계위원회로부터 해임통보를 받고 현재 징계철회투쟁을 벌이고 있는 신시흥국민학교 김광철 교사(37)와 동의초등학교 김호정 교사(34)는 아직도 자신들이 왜 해임됐는지 정확한 사유를 알지 못한다.

 징계위가 밝힌 공식적인 이유는 “두 교사가 89년 전교조 탈퇴각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계속 전교조 활동을 해왔으며 시국선언이란 집단행동을 하고도 반성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겐 납득할 수 없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5월 경찰의 강경대군 타살사건에 대한 교사들의 시국선언을 공무원법이 금하는 집단행동으로 봐야 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서울시교육청에 따져 묻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두 교사가 우선 문제삼고 있는 것은 법 집행의 형평성이다. 백번 양보해서 시국선언이 집단행동이었다고 쳐도 그것이 과연 10여년 동안 교단에 몸바쳐온 교사들을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 만한 합당한 사유가 되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 87년 4·13 호헌조처 철회투쟁을 벌인 교사들이나 올해초 교장임기제 실시를 반대하며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집단행동’을 한 교장들은 징계대상으로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두 교사가 더욱 황당하게 여기는 것은 교육당국이 시국선언에 서명한 교사들을 선별 징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전국에서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는 무려 5천7백여명(전국교직원노동조합집계)에 달하는데 그 중 해임이란 ‘극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김교사 등 5명뿐이었다. 교육부에서는 징계를 받은 소수만 빼놓고는 대부분 철회각서를 썼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영 딴판이다. 시국선언에 서명했던 교사 중 상당수는 자신들은 철회각서는커녕 구두로도 철회의사를 밝힌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선언 교사 모두 반성” 허위 발표
 지난달 22일 시국선언에 서명했던 서울시내 국민학교 교사 1백50여명 중 반수가 넘는 87명은 성명을 통해 “시국선언 교사들이 모두 반성하고 철회했다는 당국의 발표는 대다수 교사들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사람으로 몰아가면서 결국 교육자의 신념을 꺽으려는 부당한 처사이다. 시국선언 교사들이 모두 반성했다는 발표는 시교육청의 자의적인 것이었음을 밝히며 선별 징계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게다가 5월 시국선언 때는 같은 ‘공무원’인 대학교수들도 대거 참여했는데 서명 대학교수 중에는 징계를 받은 사람은 고사하고 철회각서를 쓴 사람조차 없다.

 두 교사는 징계절차에도 하자가 많다고 주장한다. 김광철 교사와 김호정 교사는 해임되기 전인 지난달 8일 이미 직위해제 통보를 받았는데 그때부터 학교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 직위해제된 공무원은 현 직책에서 물러나 조용히 다음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법규정을 들어 학교에서 수위와 용인을 동원해 김교사 등을 내몰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교사등은 학교정문 앞에서 한달 가깝게 출근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호정 교사는 “교육청이나 학교 책임자들이 우리들에게 불리한 사실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자유를 누렸던 만큼 우리에게도 유리한 증언과 증인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주어져야 했다. 우리는 그같은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김교사 등의 징계사유에는 시국선언을 했다는 것 외에 “학교에서 과격시위를 해 교사의 품위를 손상시켰다” “공문서를 빼돌렸다”등의 죄목도 포함돼 있는데, 두 교사는 이는 모두 터무니없이 과장되고 왜곡된 중상모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광철 교사와 김호정 교사가 가장 분노하는 것은 학교당국이나 교육청이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헤어질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김광철 교사는 “직위해제 통보를 받고 학교 당국과 시교육청에 우리 반 애들의 마음을 다독거려줄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통사정했습니다. 제가 갑자기 충분한 설명도 해주지 않고 학교에서 떠나버리면 아이들이 큰 충격을 받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통사정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저를 강제로 교단에서 끌어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일생동안 제 가슴에 한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라고 애기했다.

학생·학부모 교사 해임 납득 못해
 두 교사의 해임을 납득하지 못하기는 학부모나 학생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난달 22일 신시흥초등학교 학부형 5백57명과 동의초등학교 학부형 4백90명이 각각 서울시교육청에 두 교사의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인근 주민들도 탄원서명에 적극 동참하는 추세이다. 김광철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신시흥초등학교 3학년4반 학생들과 김호정교사가 담임으로 있던 동의초등학교 6학년 3반 학생들은 연일 두 선생님에게 “선생님 사랑해요. 용기를 잃지 마세요. 우리들의 담임은 선생님뿐입니다”라는 편지를 띄우고 있다.

 김호정교사가 가르친 동의초등학교 학생의 한 어머니는 “시국선언이 얼마나 큰 죄인지는 모르지만 선생님이 그동안 얼마나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쳐왔는지는 잘 압니다. 선생님이 교단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작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어머니는 또 “아이들 장래를 위해서도 걱정입니다. 우리 아이는 이만 저만 상심한 것 같지 않습니다. 밥도 잘 안 먹고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을 때가 많습니다. 한번은 이런 말도 했어요. 무쇠차가 있다면 학교정문을 부숴버리고 선생님을 모셔오고 싶다고. 또 로보캅옷을 입고 수위 아저씨들을 학교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다고. 저는 무슨 말로 위로하고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앞으로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답답하기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교육부가 이같이 법적용에 무리가 있고 학부모들까지 반대하는 교사들의 해임을, 그것도 시국선언이 있은지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강행한 까닭은 무엇일까.

 서울시 교육청의 초등교육국장 이용훈씨는 “6개월이나 끌어온 것은 징계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정차원에서 보면 교사들의 해직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직을 관리하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분명히 법을 어겼고 교육청은 법대로 처리한 것뿐이다”라고 얘기했다.

“교사 입 틀어막으려는 것”
 하지만 일선 교사들과 전교조 관계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그들은 이번 해직은 총선과 대선 등 선거를 앞두고 교사들의 정치참여욕구를 잠재우려는 현 정치권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보고 있다. 시국선언을 계기로 결속력이 급속히 강화돼 학교 민주화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일선 교사들과 정치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전교조가 연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보는 것이다.

 교사들의 비리 시정요구로 수세에 몰린 교육관료들이 반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즉 정치권의 의지에 편승해 교육관료들이 입바른 소리를 하며 자신들을 궁지로 몰아온 일선 교사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희생자가 많이 나온 초등교육 현장에서는 요즘 주임 교감 교장승진에 대한 공정한 인사관리가 큰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국가에서 주는 예산만 바로 집행해도 이렇게까지 교육환경이 낙후될 리 없다”면서 학교운영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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