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특허 내야"
  • 정희상 기자 ()
  • 승인 1994.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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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호 박사 “기밀누출 방지대책 절실"



 과학자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 없는 과학기술계 영구추방 상황까지 감수하며 신물질 K11587의 ‘구명??과 과학기술계의 기밀 누출 방지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조인호 박사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연구소측에 의해 실험실에서 추방된 뒤에도 외로운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 조인호 박사로부터 그의 집념을 들어보았다.

K11587에 대해 그렇게 자신이 있는가?
신농약을 창출할 K11587의 노하우는 내가 가지고 있다. 솔직히 92년 1월 내가 K11587 합성에 성공한 뒤 계속된 연구 과정에서 나는 좀더 뛰어난 물질까지 합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K11587이 왕이라면 그 주변에 있던 것은 대왕이었다.

K11587보다 뛰어난 대왕격 물질은 무슨 근거로 이제야 얘기하는가?
이 자리를 빌려 처음 밝히지만 나는 그 대왕격 물질의 실험 데이터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밝히지 않은 이유는 기밀 누출 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균제실로 전보된 뒤에도 나는 몰래 연구를 계속해 그 대왕 물질을 가끔 실험 의뢰했는데 약효가 훨씬 뛰어나다는 실험 결과 데이터를 받았다.

연구소측은 K11587이 별로 뛰어나지 않다고 맞서는데…
국내 최고 권위를 가진 화학연구소의 농약활성실험실에서 1년간 실험한 결과, K11587은 세계적으로 실용화한 제초제보다 우수한 약효와, 기존 화학연구소가 합성한 물질들보다 훨씬 낮은 약해를 보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순리대로 했다면 바로 그 때 K11587을 집중 연구해야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는 안전보장 장치 없이 국내외 민간 회사들에 K11587의 약제 샘플과 정보가 유출됐음을 확인해 이의를 제기했다. 연구소측은 이를 문제 삼아 나를 연구에서 제외했다. 이후 연구소자 진행했다는 외부 실험에 대해 나는 진품을 갖고 했는지조차 의문을 품고 있다. K11587 합성의 노하우와 순도 조절 방법 등은 내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박사가 주장하는 기밀 누출 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가?
K11587의 약효가 확인된 뒤 바이엘사에는 물질 특허를 출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농약 3사에는 기밀 준수 협약도 없이 약제 정보와 샘플을 전했다.

연구소는 협약 체결 없이 K11587 샘플을 국내 회사에 건네준 것은 ‘관행??이고, 특허는 이미 낸 K11299에 보호돼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결실을 본 국책 연구소의 중요한 연구 결과를 공식 절차와 안전보장 장치 없이 개인적으로 민간 기업에 건네주는게 관행이라면, 그 관행에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 K11587을 이미 출원한 K11299 특허로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의 위험성은 특허청이 이미 판정했다고 본다.

자신의 신념이 틀렸을 수도 있지 않는가?
과학하는 사람은 잘못을 발견하는 순간 이를 바로잡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 따라서 과학자는 진실만을 추구하게 된다.

아무리 신념이 확고하더라도 조박사의 청원서에는 상사에 대한 감정이 개입됐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청원서의 핵심은 K11587의 결과가 국가에 귀속되도록 특허를 내야 한다는 것과, 기밀 누출 사실을 철저히 조사해 방지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청원서를 쓸 당시는 연구소로부터 극단적인 위협을 받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격한 표현도 들어갔다고 본다. 법리적으로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면 감수하겠다. 연구소측이 고소한 명예훼손죄를 피하려 했다면 재판부가 권했던 양측 간의 고소 취하와 화해를 받아들이는 등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지만 나는 처벌 받는 길을 택했다. 나 하나 희생되더라도 내 주장이 본질인 과학계의 국가 기밀 누출 방지책이 마련돼 과학자들의 노력이 국익에 이바지되고, 그런 가운데 연구 분위기도 신명나기를 바랄 뿐이다.
丁喜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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