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후보 뽑혀야 자치가 핀다”
  • 오민수 기자 ()
  • 승인 1994.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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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 “2~3곳 당선 자신”

시민운동 지도자 중에서 지방자치 선거에 가장 적극적인데, 혹시 기존 정당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은 적이 있는가?
92년 대통령 선거 직전에 민자당에서 이종찬 의원의 탈당으로 공석이 된 종로지구당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의해온 적이 있다. 또 지난해 민자당 고위 인사로부터 춘천 보궐선거에 출마할 의사가 없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두 번 다 딱 잘라 거절했다. 개별적으로 입당하면 현실 정치에서 자기 뜻을 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환경운동가이다. 정치할 생각이 있다면 대중적 기반이 있는 정당을 만들든가, 아니면 기존 정당에 집단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을 것이다.

내년 선거에 직접 출마하는가?
내가 직접 정치권에 진입한다면 그것은 환경운동에 큰 손실이라고 본다. 나는 선거에 환경 후보를 내야 한다고 제안한 사람인데 직접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끼리 얽힌 문제를 풀어가는 정치보다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풀어 내는 환경운동이 더 우위에 있다고 본다. 나는 계속 환경운동을 할 생각이다.

왜 내년 선거에 그토록 적극적인가?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큰 문제로 재정자립의 취약성이 꼽히고 있다. 만약 내년에 지역에서 경제력을 쥔 사람들이 뽑힌다면, 틀림 없이 그린벨트를 풀어서 땅을 팔거나 대대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내년 지방자치 선거에서도 이런 사람들 일색이라면 지방자치고 환경운동이고 다 끝장이다. 내년에 시민 후보, 녹색 후보가 뽑혀야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비로소 자리를 잡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을 상황이 아니다.

현재 환경운동연합이 어떤 인물을 접촉하고 발굴하고 있는지 밝힐 수 있는가?
거론되는 분들이 있다. 지역에 내려가보면 안다. 기성 정치인보다 훨씬 도덕적이고 참신하고 대중성 있는 인물이 많이 있다. 다만 이 분들은 조직이 없다. 우리가 조직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지금 접촉하는 인사가 누구인지 밝힐 수는 없다. 틀림없이 여야에서 ‘곶감 빼먹듯’ 빼갈 것이기 때문에, 일찍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다. 그들은 마음대로 안되면 우리가 추대하는 후보를 어떻게 해서든 흠집 내려 들 것이다.

기존 정당의 기득권을 돌파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큰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다. 최소한 2~3개 지역만 따내면 성공이다. 우리는 거기서 주민이 참여하는 지방자치제, 환경을 생각하는 지방자치제의 전형을 창출할 것이다. 그리고 유권자의 상당수가 기성 정치권에 대해 신뢰감을 갖고 있지 못하다. 다만 최선이 없으니까 차선을 선택해 왔을 따름이다. 우리는 유권자들에게 바로 그 최선의 기회를 제공할 작정이다. 누가 보든지 수긍이 가는 인물이 녹색 후보로 나설 것이다. 승산이 있다.

현재 당선을 확신하는 지역이 있는가?
핵쓰레기 문제로 환경 분쟁이 발생했던 울진 같은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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