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보다 씀씀이 헤픈 한국 여행객
  • 워싱턴ㆍ이석열 특파원 ()
  • 승인 199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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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등 고가 상품 마구잡이 쇼핑 … 밀렵혐의로 체포되기도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해마다 거의 배로 늘어나면서 미국 법을 몰라 엉뚱하게 곤욕을 치르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최근에 나온 미국 관세청의 한 자료를 보면, 작년 10월부터 올 6월까지 8개월 동안 미국내 여러 공항에서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된 한국인이 51명이었고 이 가운데 18명이 체포되어 재판에 회부되었으며, 압수된 돈은 모두 3백만달러나 된다.

 외환관리법 위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은 상품을 반입하다 적발되는 경우이다. 연방세관 캐티 해머 공보관은 “법을 모르는 한국인이 너무 많다”면서 “사소한 혐의자는 훈계해서 보낸다”고 말한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의 수석 감사관 데이비드 버렐씨도 몰래 돈을 들여오다가 적발되어 곤욕을 당하는 한국인이 많다고 지적한 뒤 “미국 달러ㆍ여행자수표ㆍ공채ㆍ증권ㆍ송금수표 등을 합친 금액이 1만달러 이상이면 신고서에 기입하여 보고해야 아무 일없이 통과된다는 사실을 한국인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미 국무부 영사국은 89년에는 14만9천3백23명의 한국인이 비이민 비자로 미국에 들어왔고 올해에는 그 수가 20만이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8년에는 불과 2만9천3백13명만이 비이민 비자로 미국에 왔다.

 물론 3백30만명의 일본인 관광객에 비하면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수는 적은 편이다. 그러나 무제한으로 외화를 사용할 수 있는 일본인은 비교적 쩨쩨한 반면에 한 사람이 5천달러밖에 소지할 수 없는 한국인 관광객의 ‘돈씀씀’이는 헤프다고 미국인들은 말한다.

 최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한국인 관광객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이 신문은 점원의 말을 인용하여 “법적으로 5천달러 이상의 돈을 못가지고 나오는 한국인들이 베벌리 힐스에 있는 후래드 보석상에 지난 여름에만 약 3백명이 다녀갔다. 남자 로렉스 시계와 여자 다이아몬드 반지 등 값비싼 물건이 동이 날 지경이었다. 한 사람당 5천달러는 썼을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국말 신문의 한기자는 “한국인들이 알래스카로 불곰사냥을 가서 곰을 잡아 웅담을 가져간다는 소문이 나자 미국 정부기관이 이를 추적하여 밀렵혐의로 몇 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알래스카에서의 곰사냥은 한 사람당 1천달러만 내면 가능하다고 한다. 이 기자는 또 한국 관광객이 골프장 규정을 어겨 심심찮게 말썽이 생긴다고 전했다. 예약도 없이 갑자기 떼지어 들이닥친 후 스타터를 매수하여 필드에 나가려다가 미국인과 시비가 붙어 망신을 당하는 일이 더러 있다는 것이다.

 “선글라스 하나에 2천달러, 블라우스 하나에 5천달러씩 하는 고급 상점에 드나드는 손님의 행동치고는 전혀 되어먹지 않은 고객이 코리언”이라는 양품점 점원의 하대를 탓할 수 만도 없을 만큼 한국인의 몸가짐은 흐트러져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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