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늘려 물가 잡을 터”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0.10.1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기획원 李起浩 국장, “앞으로 6개월 전망 어둡지 않다”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장기화되는 페르시아만 사태와 수해의 여파로 내년 경제는 갈수록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들을 한다. 우리 경제가 앞으로 6개월간 어떤 그림을 그릴지, 경제정책 운용의 실무책임자인 경제기획원 李起浩 경제기회국장으로부터 들어보았다.

 

 

현재의 경제상황은 어떤가?

 경제가 나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훨씬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하반기중 성장률 자체는 7.5% 내외로 둔화되나 성장구조는 설비투자와 수출회복세를 바탕으로 건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업의 설비투자 증기율은 상반기중 19.9%에 달했으며 연간 16.5%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청신호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경상수지도 상반기중에는 16억달러의 적자를 보였으나 하반기중에는 균형이나 소폭의 흑자를 나타내 연간 15억달러 내외에서 적자폭이 멈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수직상승하고 있는데 앞으로 국내유가는 어떻게 조정할 생각인가?

 9월중순 원유 도착가격은 배럴당 24달러였다. 9월부터 연말까지 4개월간 평균가격이 25~27달러선을 벗어나지 않으면 유가완충자금으로 보전할 수 있어 인상요인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5~6개월 이상은 버티지 못한다. 25달러 수준을 유지한다 해도 6개월이 넘으면 국내유가는 30%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30달러가 되면 40~50% 인상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인상해 충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유가의 수직상승은 물가불안 수출둔화 국제수지악화 등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의 타격을 예상하고 있는가?

 앞으로 6개월 동안 원유수입가 상승에 따른 추가부담이 15억 달러, 수출차질은 1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20~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에는 1~1.5%포인트(30억달러) 둔화효과가 예상된다. 수출이나 국제수지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물가에 꽤 심각한 파급효과가 예상돼 걱정이다. 국내유가각 오르게 되면 우선 석유화학 제품과 에너지관련 제품의 가격상승을 부를 것이다. 이후 산업전반으로 파급돼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커지게 돼 있다. 이들 제품의 급격한 가격상승은 막아보겠다. 또 농축산품 서비스요금 집세등 생계와 밀접한 부문의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도 역점을 두고 있다. 물가안정은 내년에도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1·2차 석유파동처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과거와 같은 긴축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정부가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과도한 통화·재정 팽창정책을 쓰면 고물가경제의 악순환에 휘말려 들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운용 방향을 들려달라.

 물론 안정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이냐, 안정이냐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보면 곤란하다. 물가안정에 최대 역점을 두면서도 내년의 성장둔화와 관련해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지원할 것이다. 설비투자를 늘리고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 약화를 극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는 생산물확대정책을 의미하는데 공급이 늘어나니까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내년에 가시화될 고유가로 인한 어려움은 산업구조를 기름을 덜 먹는 에너지(석유)절약형으로 개편하고 국민들의 에너지절약 노력을 강화하는 것밖에 해결의 길이 없다.

 

세계경제는 어떨 것으로 보는가?

 페르시아만 사태로 인해 교역량이 줄고 경제성장이 다소 둔화될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수출국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달러화 약세, 엔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어 일본과 경쟁하게 되는 제3국 시장에서 유리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그렇게 나쁘지 않게 작용될 수 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