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 연작’ 걸개그림 구상중
  • 우정제 기자 ()
  • 승인 199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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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적반핵도’ ‘쓰레기들’ 그린 화가 崔秉洙

 88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렸던 ‘원폭평화대회’에 그는 한폭의 대형 그림을 내걸었다. 무용가 이애주씨의 한판춤 ‘통일굿’의 무대배경이 된 이 그림은 ‘핵’의 폐해를 고발한 작품. 검붉은 하늘 위로 버섯구름이 떠 있고 흰 저고리의 여인이 두 팔을 벌려 절규하는 장면이 피폭의 악몽을 섬찟하게 상기시킨다.

 작가 崔秉洙(30)가 환경문제에 눈을 돌린 것은 80년대 중빈. 핵의 위력을 알리는 판화 소품을 제작하면서부터이다. 중학 2년 중퇴 후 줄곧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노동의 문제에 눈뜨게 되었고, 그 관심이 이후 그림을 그리면서 ‘분단’과 ‘환경’의 문제로 확산된 것이다.

 지난 4월 ‘지구의 날’ 행사용으로 쓰인 ‘쓰레기들’(7m X 10m)은 쓰레기하치장에 버려진 지구본을 통해 공해로 죽어가는 지구를 상징한 것으로 최병수 외 6인이 공동제작한 작품이다. 코카콜라 병과 라면봉지 등 인스탄트식품의 잔해가 산업사회의 토사물처럼 화폭을 메우고 있는 20평짜리 초대형 걸개그림이다. 그가 현재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작품에 이은 ‘공해연작’이다. 이 연작에는 만화의 형식을 도입, 버려진 지구본의 전전과정을 하나의 줄거리로 엮을 계획인데 총 1백50컷의 파노라마로 구상중이다.

 핵문제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금기시돼온 우리 화단에서 그의 작업은 매우 선도적 의미를 담고 있다. “걸개그림의 대형화로 ‘조직창작’할 동료들이 아쉽다”는 그의 말대로 민중미술의 주된 주제는 아직 정치·사회적 이슈에 머물러 있으며 이제 서서히 환경문제로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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