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를 찍는 광고 테러리스트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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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통 전속작가 토스카니 한국서 사진전…“나는 자극의 미학에 충실할 뿐”

아마도 올리비에로 토스카니(52)가 없었더라면 이탈리아 옷 베네통이 지금처럼 유명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베네통이라는 걸출한 사업가가 없었더라면 사진 작가 토스카니는 그냥 묻혀버리고 말았을지 모른다.

 토스카니는 그의 사진 때문에 오전에는 영국의 법정에 서야 했고, 같은 날 오후에는 네덜란드에서 영예로운 상을 받았다. 일본은 그의 어떤 사진은 금하면서도 어떤 사진에 대해서는 상을 주었다. 어쨌든 그의 광고 사진은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켰고 그 때문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다. 마치 광신도 같은 칭송이 있는가 하면, ‘꼬리 달린 못생긴 원숭이’라는 비방도 줄을 잇는다.

 그의 사진전(10월19일까지 조선일보 미술관) 개막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토스카니는, 지난 15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열린 광고학회 세미나를 통해 그의 사진 슬라이드를 참석자들에게 보여주었다. 그 중 한 장은 국내 일반인들이 보지 못한 것이었다.

“다른 광고는 모두 어리석다”
 그 사진은 각 인종 남녀노소 56명의 성기 모습을 모자이크한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게재하도록 허용된 매체는 단 하나, 프랑스의 일간지 <리베라시옹>뿐이었다. 그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토스카니는 마치 비웃듯이 말했다.

 “이 광고가 실린 것은 전세계 수많은 매체 중 단 한 나라의 한 매체 두 쪽이었는데도, 전세계에 신속하고도 광범위하게 알려졌다. 광고는 반드시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막대한 돈을 쓰는 광고는 반복을 통해 광고의 효용을 높인다. 그 광고는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 베네통은 수익의 3.4%만을 광고에 쓴다. 특별한 광고회사와 계약한 것도 아니다. 단지 6명의 창조적인 아티스트가 베네통의 광고를 만든다.”

 토스카니는 베네통 이외의 광고에 대해 ‘어리석다’고 단언한다. 그가 다른 광고에 대해 충격을 받는 것은 ‘왜 이렇게 어리석은 광고를 만드는가’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그런 광고도 인간의 정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렇다.

 “오늘날 광고의 이미지는 모두 아름답고 부유하며 비윤리적이고, 여성을 메말랐다. 그렇지만 그것을 현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단지 거짓말을 잘 한 것이다. 지금의 광고들은 모두가 서로를 모방하기 때문에 구별하기가 힘들다. 도요타와 혼다, 혹은 펩시콜라와 코가콜라의 광고가 무엇이 다른가. 이런 광고 때문이라면 광고 회사가 그렇게 많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단지 광고를 찍어내는 기계 하나만 있으면 된다.”

 지독한 조소이다. 그러나 짙은 녹색에 ‘유나이티드 컬러스 오브 베네통’이라고 찍힌 로고, 혹은 상표가 전 세계에 얼마만큼 파급되어 있으며, 그것을 보는 순간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갖는가를 생각한다면, 토스카니는 ‘자본주의적 미덕’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광고 사진을 찍는 데 한 가지 믿음이 있다. 광고 사진은 끊임없이 대상을 자극하고 도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피카소도, 다다도, 큐비즘도, 바로크도, 바우 하우스도 바로 이러한 ‘자극’에서 나왔다면서, ‘자극의 미학’을 부르짖는다.

 토스카니의 결론은 베네통 회사로 온 편지를 모아 만든 책 <에이즈와 스웨터가 무슨 상관인가?> 서문의 한 구절로 대체할 수 있다. ‘왜 수녀에게 키스하는 신부 모습을 보여주는가. 총천연색 콘돔과 베네통이 선전해야 하는 상품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자진해서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떨어지기로 작정한 사람들의 질문이자 고뇌들이다.’
趙瑢俊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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