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민주당 金大中 총재
  • 김승웅 편집국장 대리 ()
  • 승인 1990.11.0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기 대권 지자제가 좌우”

단식을 끝낸 金大中 평민당 총재를 병실에서 만났다.  10월24일 오전10시, 신촌 세브란스병원 별관 951호실.  13일간의 단식을 눈물로 마감한 김총재는 나흘간의 병실요양을 끝낸 후 막 퇴원채비를 서두르는 중이었다.  그의 귀가채비가 기자에게는 등원채비로 느껴졌다.  “지자제 협상은 이번 정기국회 아니면 그 기회가 없다”고 못박는 김총재의 어조에서 등원을 향한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식중단 후 언론과의 첫 회견인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그는 뜻밖에도 ‘성령체험론’을 제기했다.  단식 기간 내내 성령의 臨在를 확인했고, 그래서 더욱 강건해졌다는, 의외의 신앙고백이었다.

 

●단식을 끝낸 후 첫 인터뷰치고는 가혹한 질문이 되겠습니다만, 단식은 왜 하셨습니까? 정국의 위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김총재 자신의 개인적 위기 때문이 아니었습니까?

저 개인의 위기 때문에 선택했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귀지가 제 단식을 놓고 ‘묘한 시기의 묘한 선택’이라는 기사를 쓴 건 핵심을 잘 지적한 표현이었습니다만,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우리 당내 사정이 위험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엊그제도 趙尹衡 의원 등이 다녀갔습니다.  그분들은 모두 저를 지지합니다.  다만 방법론에서 생각이 다를 뿐입니다.

●그렇다면 단식의 동기를 구체적으로 밝혀주시지요.

제가 단식한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첫째, 사퇴서를 낸 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여당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어요.  우리를 무시하는 측면도 있지만 여권내의 내분탓도 있습니다.  민자당내의 어떤 계파에서는 평민당은 가만히 두면 들어올 테니 그냥 내버려두라고 버티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충격요법을 쓰지 않으면 여권이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지요.  둘째, 저는 30년 동안 지켜온 정치적 신앙이 있습니다.  지자제를 안하면 민주주의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지자제를 이번 정기국회 때 마무리짓지 않으면 13대 국회에서는 할 기회가 없습니다.  내년 정기국회는 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12월부터는 언제든지 총선을 할 수 있거든요.  결국 지자제는 이번밖에 기회가 없는 셈이지요. 셋째, 투쟁은 해야겠는데 국민이 혼란을 바라지 않아요.  가장 효과적인 투쟁방법은 간디식의 단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절한 시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적기는 아니었지요.  시기는 아주 안 좋았습니다.  북경 아시안게임, 중국과의 관계 개선, 한소 수교, 남북고위급회담 등으로 단식이 시선을 끌기에는 아주 안 좋은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렵고 묘한 시기에 묘한 선택을 했던 셈이지요. 그러나 사퇴정국이 단식정국으로 변했습니다.  여권은 3개월 동안 코방귀도 안 뀌다가 우리가 요구한 4개 조건에 대해 협상하자고 나섰습니다.  효과는 있었다고 봐야지요.

●지금 건강은 어떻습니까?

 순조롭게 회복되어갑니다.  여러분들이 격려해주신 덕분입니다. 6ㆍ25때 감옥에서 수염이 길게 자란 적이 있었는데, 이번처럼 길지는 않았어요.  머리카락 색깔은 검은데 수염은 하얀색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단식 기간중에 평양에서 2차 남북고위급회담도 있었습니다만….

총리회담에서 북한의 延亨? 총리가 김아무개가 단식을 한다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더랍니다.  정치가 안정돼야 총리회담도 잘될 것 아니냐고 했대요.  대북정책으로 국내정치의 불안상태를 희석시키겠다는 여권 의도를 이번에 정면으로 뒤집을 수 있었습니다.  여권은 지금 내정은 그대로 방치한 채 대북정책으로 포장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민자당 金泳三 대표최고위원과 가진 50분간의 병상회동 내용이 궁금합니다.  김영삼 대표는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는데, 어떻습니까.  김총재도 뭔가 밝힐 내용이 없습니까?

안 밝히면 마치 밀약이 있는 것처럼 비칠 테고… 김대표가 부산에서 일부 밝혔으니까 저도 얘기를 좀 하지요.  내각제 개헌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진 대로 야당과 국민이 반대하면 안하겠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저쪽.민자당)에서 내각제로 개헌하려 했는데 우리가 반대하니 안하겠다는 말 아닙니까.  김대표도 국민 7할 이상의 지지가 있어야 개헌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김대표가 기초자치단체까지 정당공천제로 하겠다는 약속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입니까?

분명히 그랬습니다.  만약에 기초자치단체선거에 정당공천제가 적용 안된다고 생각해보세요.  나도 김대표에게 이점을 설명했습니다.  정당공천제가 안되면, 군의회 의원 25명이나 군수가 모두 무소속이 됩니다.  그러면 여당이나 야당의원이 자기 선거구에 내려가더라도 군이나 읍,면의 문제점에 대해 물어볼 사람도 없고 대답해줄 사람도 없게 됩니다.  그 지역 의원이나 단체장은 책임도 없고 소속이 없으니 아무도 간여할 수 없게 됩니다.  중앙 정치가 도 단위까지만 책임지고 그 이하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세계에 그런 제도가 어디 있습니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이고 이론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결국 과거 통일주체국민회의식 무소속 의원들을 만들어 정부 여당이 마음대로 하겠다는 발상입니다.  제2의 통일주체국민회의를 만들자는 거지요.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하면 여당에도 큰 흠이 됩니다.

●김영삼 대표의 민자당내 입지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두 분 사이의 약속에 대한 실현 가능성이 궁금하기 때문에 질문하는 겁니다.

제가 김대표에게 전한 내용으로 답변을 대신하겠습니다.  당신이 여당으로 간 것을 1백%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도 30년 정치생명을 건 소신으로 택한 것이니 간섭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여당으로 가면서 한 약속만큼은 지켜야 하지 않느냐.  신사고, 개혁, 야당에서 못했던 민주화, 구국의 결단, 다 좋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것도 된 게 없다.  새로운 개혁은커녕 경찰중립화법이니 의료보험법이니하는 것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그러면 대통령하겠다고 간 것밖에 안되지 않느냐.  제가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본인도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한다”고 말했고요.

●그의 당내입지를 거듭 묻습니다.  이를 묻는 까닭은 두 분 회동이 있고 나서 민자당내에서 내각제 조기 공론화와 지자제 연계론까지 나오기 때문입니다.  내분으로 비쳐지는 이런 문제의 돌출은 김영삼 대표의 당내입지가 불안하기 때문으로 보지는 않습니까?

김대표와의 만남은 정식회담이 아니었어요.  본인이 위문하러 왔다가 단 둘이 이야기했으면 해서 50분 동안 얘기를 한 것이지요.  나의 최종 상대는 盧泰愚 대통령입니다.  김대표를 저쪽에서 대표라고 하니 저도 대표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리고 여권내에서도 지자체의 기초단위 빼고는 어느 정도 공통된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가까스로 만들어놓은 여야합의를 정당공천제 때문에 깬다는 것은 저쪽에서도 원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지자제도 사실 母法은 다 돼 있습니다.  절차법인 선거법이 문제가 되고 있거든요.

●여야 영수회담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비공식 접촉입니다만, 여야총무회담에서는 곧 될 것처럼 흘리고 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진전된 것은 없어요.  그리고 이왕 대통령하고 만나면 뭔가 마무리지을 만한 것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총무접촉이 안 끝났으니까 좀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총무 접촉에서 나오는 얘기만 해도 그렇지요.  광역은 정당공천이 좋고 기초는 안된다는 그런 발상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런 점으로 봐서는 여야 관계가 회복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김총재가 지자제를 주장하는 것은 차기 대통령선거를 겨냥하기 때문이다”라는 분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지자제만 보장되면 평민당에 승산이 있습니까?

지자제를 하면 92년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이 이긴다는 표현으로 바꾸지요.  이기는 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지자제를 안하면 아무리 야권에서 단일후보가 나오더라도 이길 수 없습니다.  63년, 67년, 71년 세 차례에 걸쳐 윤보선씨가 두번, 내가 한번 야권 단일후보로 대선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모두 졌습니다.  부정투표, 부정개표를 못 막았기 때문입니다.  증거를 하나 대지요.  지난번 대선 때 전주 개표상황을 숨어서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개표결과를 지켜봤는데 계속해서 김대중, 김대중만 나와요.  그런데 부재자투표 결과를 보니 처음부터 시종 노태우, 노태우로 나타나더군요.  92년 선거의 승패는 첫째가 지자제이고 둘째가 야당후보 단일화에 달려 있습니다.  87년에 지자제가 되었더라면 분명히 노태우씨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노대통령 지지율이 36%였습니다.  그중 부정득표를 10%로 본다면 득표율은 26%에 불과한 셈입니다.  두 김씨 중에 한 명이 대통령이 되었을 겁니다.  결정적 요소는 지자제입니다.  우리가 지자제를 어떻게 해서 따낸 것인데 그냥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5공청산의 대가로 받아낸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파렴치하게 지자제를 안하겠다는 것은 부정선거를 또 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봐요.  광역만하고 기초는 안하겠다는 것도 결국은 말단에서 부정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이번에는 어차피 질문하실 것 같아 제가 먼저 보안사 파동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디스켓 내용을 보니 김총재 몫도 상당량이던데요.

  내것만 보더라도 터무니없는 엉터리들입니다.  내가 남로당에 가입해서 파출소를 습격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렇다면 내가 구속돼 처벌받았을 텐데 기소되거나 재판받아본 일도 없어요.  일일이 다 말하자면 시간이 길어지니 보안사에 대해서만 얘기하겠습니다.  보안사는 이름을 아무리 바꿔도 소용없고 서빙고 분실을 폐쇄해도 소용없습니다.  보안사 자체를 해체해야 합니다.  민간사찰만 문제되는 것이 아닙니다.  군의 개혁을 위해서도 해체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지요.  보안사는 고급 장교들이 군사정권에 충성을 하느냐 안하느냐를 감시합니다.  그러니 충성 안할 수 없지요.  그러다 보니 정치군인이 됩니다.  눈 부릅뜨고 북쪽 바라보는 군인이 출세하는 게 아니고, 서울쪽 바라보고 윙크 잘하는 군인이 출세합니다.  보안사는 두가지 일만 해야 합니다.  첫째는 대공첩보, 둘째는 군내부의 쿠데타 음모 사전 방지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민간인사찰이 보안사내의 정보처가 아닌 대공처에서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 문제된 1천3백명을 모두 용공분자 취급하고 있다는 거지요.

●영광ㆍ함평 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경북 칠곡 출신인 李壽仁 영남대학 교수를 공천했는데, 단식기간중의 소산입니까?

영남인사 공천을 생각한 것은 작년 가을부터입니다.  徐敬元 전의원이 간첩죄로 구속 기소되었을 때지요.  보선에서 1석을 더 얻고 못 얻고는 대세에 큰 영향이 없다,  또 잔여 임기도 1년 남짓밖에 안 남았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동서 장벽을 무너뜨리지는 못하더라도 구멍이라도 하나 뚫어보겠다는 심정으로 결심했습니다.

●과거에 영남인사가 호남에서, 또 호남인사가 영남에서 당선된 적이 있긴 합니다만, 이번 경우 이교수가 호남에 거주한 적도 없고 해서 특이한 경우로 보여지는데요.

정상적인 경우가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 보선의 경우 평민당으로서는 가만 있으면 편한 선거입니다.  그런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남과 북은 점차 접근해갑니다.  그런데 동과 서는 왜 이럽니까.  이게 도대체 뭡니까.  망령도 아니고 악령입니다.  지역감정을 만든 책임은 朴正熙 시절부터의 군사정권에 있지만 그 지역감정을 깨야 할 책임은 모두에게 있습니다.  61년 군사쿠데타 이전의 정치풍토로 돌아가자는 취지입니다.  이번 영남인사의 당선을 나는 낙관합니다.  지역감정 타파에 결정타는 못되더라도 정치사에는 남을 만한 획기적인 일이 될 겁니다.  우선 호남은 도덕적 우월성에 대해 평가받을 수 있고, 영남은 영남대로 닫혀진 마음을 열어 지역감정 타파의 한 계기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야권통합은 하실 겁니까.  안하실 겁니까? 가부간 결단을 내려야 할 것 아닙니까?

우리는 할 일 다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재야에서 내놓은 8ㆍ24안을 민주당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재야안을 수용하면 내일이라도 통합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처음 李基澤 총재를 만났을 때 제가 그랬습니다.  무조건 통합하지 않으면 안된다, 늦어지면 통합이 안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총재가 3단계 통합론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좋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하자.  통추회의 1차안도 우리는 받아들였습니다.  민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통추회의 2차안도 나는 수용했습니다.  민주당은 또 거절했습니다.  金觀錫 목사의 3차 서한 내용도 나는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 민주당이 거부했습니다.

●‘인간 노태우’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통령 노태우’가 아닌, ‘인간 노태우’말입니다.

어려운 질문만 골라서 하시는군요. (한참을 생각하다)약속을 안지키는 분입니다.  대신 참을성이 많고, 남의 말을 귀담아들을 줄 아는 장점을 지닌 분입니다.  귀가 커서인가 보죠(웃음). 중요한 건 그분에 대한 후대의 평가인데, 한소 수교다, 뭐다 하고 바깥 일 가지고 승부를 내려고 하는데, 민주주의를 실천했느냐 안했느냐가 진정한 평가기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침대 위에 성경이 놓여 있는데, 단식하는 동안 신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까?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흔히 기도는 이쪽에서 하느님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도는 이쪽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제 단식을 하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듣는 겁니다.  야권통합에 대해, 원내총무를 시켜 협상하는 것에 대해 하느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얘기를 들어야지요.

● 단식하면서 너무 ‘종교적’이 된 것 아닙니까?

저는 성령주의 일변도가 아닙니다.  현실을 외면하는 종교는 아편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사회구원과 개인구원을 동시에 추구해야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소위 말하는 ‘종교적’은 아닙니다.  굳이 따진다면 사회구원쪽에 가깝습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