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식 밀어붙이기 효험
  • 편집국 ()
  • 승인 199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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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灣 사태 해결 조짐

미테랑ㆍ고르비회담에서 윤곽 드러날 듯

  페르시아만 사태가 발생 3개월만에 해결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듯하다.  10월27일까지만 해도 곧 전쟁이 터질 것처럼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더니 주말을 지나면서 낙관론이 새롭게 나오고 있다.  낙관론은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소련 특사가 지난 주말을 전후해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과 두차례 회담을 갖는 것을 계기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시점이 미국의 급박한 군사행동 위협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강경대응방침이 천명되고 난 뒤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의 대이라크 군사적 ‘목조르기’ 작전이 결국 효과를 나타내는 방향으로 대세가 잡혀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압력은 최근 계속 가증되고 있는 상황이다.

  딕 체니 미 국방장관은 지난 25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군 병력(현재 21만명 주둔)을 10만명 증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럽 아랍 제3세계 등 다국적군의 병력도 10만명 증강시킨다는 게 미국의 의도이고 보면 이 지역의 연합군 병력 수는 가까운 시일 안에 40만명을 넘어 쿠웨이트와 이라크의 사우디 국경에 포진한 45만명의 이라크군과 수에 있어 거의 맞먹게 된다.

  한편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11월 첫째주에 중동순방길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목적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대이라크 군사공격일자를 협의하고 이집트 등 여타 아랍국들과도 대이라크 공격문제를 협의키 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28일 사우디가 더 많은 군사지원을 요청할 경우 언제라도 탱크와 전폭기를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부독일에 배치되어 있는 미군 탱크 수백대가 페르시아만 지역으로 이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영국은 미국의 대이라크전에서 발생하게 될지도 모를 부상자 치료를 위한 비상계획을 수립, 발표했다.  29일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군사참모위원회 회의도 이 문제를 토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26일 여러 소식통을 인용, 중동전의 가상 시나리오를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쟁이 개시될 경우 미군과 다국적군의 초기단계 작전은 대규모 공중폭격에 의해 이라크를 초토화시킨다는 것이다.  폭격작전은 6시간 안에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 거의 모든 항공기와 군사령부를 파괴하고 12시간 안에 지상미사일망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쟁은 10일 이내에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최악의 경우 2주일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측의 움직임이 이처럼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쿠웨이트의 모든 유전과 정유시설을 초토화시키는 한편 즉각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는 배수진을 치고 협상에 의한 사태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그는 미테랑 프랑스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최근 미테랑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자신이 쿠웨이트문제를 포함, 중동지역의 상황에 대한 모든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음을 알리고 특히 이라크가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답변을 줄 준비가 돼 있음” 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의 상황에서 대부분의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당장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군사적 공격을 가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부시대통령의 국내정치적 입장도 그러하거니와 후세인 대통령이 최근 쿠웨이트 철수의사를 여러 경로를 통해 누차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협상을 전면배제하고 페르시아만에서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그 이면에서 협상에 의한 사태해결 노력이 그만큼 진척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는 미테랑과 고르바초프의 회담 결과가 사태해결의 윤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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