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無에 허덕인 ‘중립 국감’
  • 서명숙ㆍ조용준 기자 ()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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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맞물려 무與野ㆍ무爭點ㆍ무氣力 … 建榮특혜ㆍ‘농약밀’ 추궁 돋보여


 

14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정 감사는 대통령선거와 맞물린 정치권의 예기치 못한 풍향에 따라 그 본질에서 훨씬 멀어진 듯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번 국정감사는 지금까지 지적돼왔던 감사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고쳐지지 않은 채 행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각 정당의 이해가 결부돼 전보다 훨씬 느슨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특징을 보여주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질문자료를 만드는 보좌관들이 관계 부처에서 아예 질문서 자체를 얻어오는 경우를 몇차례 목격했다. 해가 갈수록 피감사 부처와 감사인 사이의 유착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몇몇 의원은 철저한 준비와 논리적인 물음으로 국정감사의 모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같은 경제 관련 상임위이면서도 경과ㆍ상공위 등이 큰 쟁점 없이 비교적 조용하게 끝난 반면 재무위에서는 임기말과 차기 정권에서의 대기업 문제와 관련하여 상당한 파란이 일어났다. 3선으로 재무위 고참격인 金台植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작성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벌대책 보고서’ 2차시안(92년 7월6일)을 공개, 대재벌에 의한 금융지배의 문제점을 세밀하게 파헤쳤다. 김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청와대 비서실 경제담당 중 산업담당관인 ㅂㆍㅈ씨 2명과 은행감독원 2명, 전경련 2명, 한국산업연구원(KIET) 2명, 한국개발연구원 2명이 모여 작성한 것으로 재벌의 은행 소유를 허용해 금융과 재벌의 유착관계를 유도하는 내용으로 돼있다.

 

건설위 ‘건영ㆍ주택정책’ 폭풍타

 김의원은 “최근 정부가 재벌의 금융지배를 용인할 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 등의 금융업 신규 진출을 용인하고 있다”면서 △91년 10월 선경그룹의 최종현 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한 사실 △동방유랑과 홍콩 페레그린사의 합작증권사 설립을 허가해준 사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과 계열사가 국제증권을 인수한 사실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현재 전체 통화량의 37% 정도만 제1금융권이 담당하고 나머지는 제2금융권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제2금융권을 거의 석권한 대기업이 제1금융권마저 지배하게 된다면 대재벌의 자본 독점을 제어하지 못해 통화질서를 바로잡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내 재무경제통으로서의 역할 말고도, 신민당 대변인을 맡아 3당합당 이후 거대 여당의 실정을 논박함으로써 말솜씨를 자랑했다.

 건설위는 (주)建榮에 대한 특혜의혹을 적발해 이번 감사중 가장 주목받은 상임위였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민주당 의원이었다가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감사를 맞은 宋千永 의원은 건설위 폭풍의 주역이 되었다. 그는 한때 ‘새한국당’(가칭)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으나 신당의 주요행사 일정에 불참하고 감사장에 나가 감사에 열중했다.

 송의원은 서울시 감사에서 △(주)건영이 토지개발공사로부터 토지(송파구 문정동 72-3)를 매입하여 지정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전매한 사실 △건설업체 소유 토지는 주택조합에 전매할 수 없다는 토지개발공사 규정이 (주)건영의 토지 매매 직전 전매 허용으로 개정되고 이로 인해 (주)건영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 사실 △문정지구가 고도제한에 묶인 인접 지구와 달리 15층 고층아파트 사업승인을 얻게 된 과정 등을 집중 추궁해 건설위를 이끌어 나갔다.

 송의원의 질문으로 인해 (주)건영을 비롯, 우방주택ㆍ청구주택 등 소위 건설업계 TK 3인방이 화제거리로 떠오른 것도 이번 감사의 부산물이다. 그러나 그는 이 문제가 정치적 쟁점사항으로 부각되자 나중에는 오히려 공세 수준을 낮춤으로써 그의 민자당 입당설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건설위에서 주목받는 또 한명은 초선의 李錫玄 의원. 그는 주택 2백만호 건설로 대표되는 6공 주택정책의 허구성을 파헤치는 데 주력하여 성실한 태도를 인정받았다. 그의 활동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토지개발공사가 평촌 신도시 농수산물유통센터 및 아파트 건설부지에 쓰레기 15만t을 불법 매립한 사실. 지반붕괴 위험이 있는 쓰레기더미 위에 아파트를 짓도록 내버려둔 토지개발공사의 ‘대담성’에 대한 이의원의 신랄한 비판은 신도시 이주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교체위, 준비 부족해 정부입장 인정만

 그의 지적사항 중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주택 2백만호를 건설했어도 주거비용이 오히려 더 늘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2백만호 건설이 초과달성된 92년 현재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되어 85년 12월을 100으로 잡았을 때, 92년말 현재 주택가격지수는 155.7로 늘고 전세가격지수는 214.7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당 金東吉 의원을 제외하고 유일한 총각의원인데 오랫동안 김대중 대표 비서로 일하면서 민주당 청년조직인 ‘연청’의 핵심으로 활약, 김대표가 아끼는 측근 중의 한명이다. 서울법대 출신으로 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안을 만들 때는 야당측 전문위원으로 활약했다.

 13대 때 의원들이 배정받기 가장 꺼린 상임위 중 하나였던 교통체신위는 이번에는 가장 경합이 치열했다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는 이동통신 신공항 고속전철 등 정권말 의혹사업의 대부분이 교체위 해당사항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원들의 맹렬한 추궁에도 불구하고 준비작업 미비로 오히려 해당부처의 입장만을 인정해주는 결과를 낳았다.

 

행정위, 여당의원이 저인망식 감사

 대부분 의원이 의혹사업에 대한 목청만 높이는 가운데 초선의 李允洙 의원은 △체신부 산하 우정연구소의 서신 검열 △서울 시내버스 요금표지판의 종말론 광고 △일본 우정성에 잠자는 한국인 징용자 우편저금 5조원 △(주)경월에 대한 강원권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업체 선정 등 차별화된 문제에 대한 차분한 접근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우정연구소가 체신문화 연구 개발이라는 설립취지와는 달리 연간 98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오로지 연간 50만통에 달하는 우편물 검열에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안기부가 첩보수준의 정보에 기초해 서신검열을 하는 소위 블랙리스트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강원권에서 삐삐사업자로 선정된 (주) 경월소주는 자본금 규모가 14억9천만원에 부채총액이 91년말 1백57억7천여원으로, 부채비율이 1천6백40%에 달하는 부도 직전의 부실기업인데 어떻게 삐삐사업권이 넘어갔는지 그 사유를 밝히라”면서 이 회사 회장 催燉雄 의원의 민자당 입당과의 관련 여부를 추궁했다.

 3개월 전부터 감사 준비를 해온 이의원은 “증거와 숫자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하는 감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면서 “의원 자신의 공부와 인기위주 발언 배제가 충실한 감사의 첩경”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 13대 대통령선거에서 金大中 후보 경호실장을 맡았던 그는 최근 비서실 차장으로 기용되어 유세지원반을 감독하고 있다.

 행정위의 朴明煥 의원은 이번 감사에서 행정위 소속 의원들로부터 ‘저인망’이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그것은 그의 감사 태도를 보고 동료 의원들이 “초선이고 여당 간사인데 그렇게 저인망식으로 훑으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하는 불평 아닌 불평을 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여당 간사는 질문은 거의 하지 않고 감사활동 운영에만 관여하는 것이 관례였다. 박의원은 “간사라고 질의를 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이자 지역 주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못박았다.

 총무처 감사에서 그는 대부분의 장ㆍ차관급 고급승용차 구입과 폐기처분에 따른 예산낭비를 지적해 총무처를 곤경에 빠뜨렸다. 박의원은 “작년과 올해에 걸쳐 1천6백만원이나 하는 거의 모든 부처의 장관용 승용차(로열살롱)가 4년 내지 5년만 사용된채 2만원 정도의 고철값에 폐차되고 있다”면서 “중고시장에 내놓아도 2백만원은 받을 수 있고, 수요자에게 불하하면 4년 정도는 더 탈 수 있는 고급승용차를 결재 등에 시일이 걸려 새 차 구입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폐차시키는 무분별한 관리실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총무처가 발언저지를 위한 로비를 펼쳤으나 굽히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농수산위에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추곡수매가 인상률과 추곡수매량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정부는 작년도 대비 5% 정도 인상된 추곡수매가와 약 6백만석 수매방침을 내심 생각하고 있는 데 반해 민주ㆍ국민당은 15% 인상에 1천1백 만섬의 수매를 요구하여 이 문제는 정기국회가 폐회될 때까지 결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농수산위의 국정감사는 다분히 추곡수매가를 겨냥한 정치공세의 장이 되었다.

 金泳鎭 의원은 민주당 간사로서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당 농수산정책의 대변자 노릇을 하고 있다. 13대에 처음 원내에 들어간 그는 농수산위를 고수하여 전문가로서 자리를 굳혔다. “정부의 금년도 추곡수매 방침은 6공이 단행한 살농정책의 계수적 표현”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번에도 전문의원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사위 金炳午 의원은 이번 국감이 배출한 우등생 가운데서도 가장 활약이 돋보인 의원으로 꼽힌다. 사실상 보사위는 국감이 시작 되기 전부터 의원들 사이에서 ‘스타 탄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임위로 지목됐다. 국민의 관심이 정치 문제에서 삶의 질과 직접 연관된 환경 문제로 급속히 옮겨가는 조짐은 이미 13대 국회 후반기부터 나타났다. 김의원이 터뜨린 사안 중 가장 큰 방향을 일으킨 것은 농약이 기준치의 16배나 함유된 호주산 수입 밀 10만 부대 중 3만6천여 부대분이 수입사인 대한제분을 거쳐 전국 각지에 유통됐음을 폭로한 이른바 ‘농약밀’ 사건이다. 김의원은 목포검역소가 7월말 호주산 수입밀이 유해하니 전량 수거하라는 보사부 지시를 받을 당시 이미 한국제분은 이 수입밀을 가공해 처리했다고 폭로하고,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검역소와 한국분제의 유착 가능성을 짚었다. 그는 문제제기만 한 것이 아니라 조목조목 따지는 ‘사냥꾼’ 기능에서도 탁월한 솜씨를 보였다는 평을 들었다.

 

야당 추파로 ‘맥빠진 국방위’

 이 ‘농약밀’ 사건은 국감에서 거론된 지 며칠만에 목포검역소장이 직위해제되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정작 문제가 된 농략밀의 전량 수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의원의 폭로가 워낙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것이어서 한때 국감 현장 주변에서는 ‘제분회사 내부에서 제보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그러나 정작 그를 도와준 건 ‘비밀을 간직한 정부 자료’였다. 보사부는 국감 준비과정에서 대외비 문서와 비밀 문서는 그냥 내줄 수 없다며 국회의원이 직접 문서 목록을 열람한 뒤 필요한 것만 요청하도록 주문했는데 “성실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김의원에게 오히려 당한 셈이다. 자료를 열람하려고 과천 청사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김의원의 주관심사는 수입 초콜릿이었다. 기밀문서 자료 대장을 보다가 김의원은 ‘수입 밀가루 일부에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사례’건을 발견 했고, ‘부적합 판정’ 이유가 기준치 이상이 검출된 농약 때문임을 알아내 자료를 추적한 것이다.

 김의원의 ‘특종’에 가리워지긴 했지만 13대 때 노동위와 경과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던 李海瓚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도 병원 적출물 불법폐기 사례, 보사부의 소록도 병원 예산 전용 등을 구체적으로 꼬집어내 ‘역시 이해찬’이라는 말을 들었다.

 국방위의 경우 해마다 군의 중립성 문제가 제기돼 여느 상임위보다도 ‘민감한’ 상위로 꼽혀왔지만, 올해는 대통령선거에서 군의 중립을 기대하는 야당이 국감 벽두부터 “국방부의 예산을 삭감할 의향은 전혀 없으며 필요하다면 증액할 수도 있다”는 등 군을 사랑하고 이해한다는 식의 유화적인 태도로 일관해 ‘맥빠진 상위’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權魯甲 의원은 육군본부 감사에서 육군이 전차장비 도입 과정에서 시제품을 완제품으로 오인, 군의 전차 사업이 수년간 지연되고 1천여억원의 국고 손실을 끼친 점을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추궁하는 ‘개가’를 올렸다. 권의원은 “육군이 전차사업을 위해 핵심장비인 사격 통제장치를 도입하면서 미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에서 개발한 GPTTS의 시제품을 완제품으로 오판, 잘못 도입해 큰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이 원인을 제공한 수입사인 S전자는 국방부와의 계약 물량 2백61대 중 18대에 대해서만 지체상금을 부담했다”고 지적했다. 金振永 참모총장은 권의원의 주장 가운데 일부는 부인하면서도 ‘85년에 도입한 GPTTS 2대의 결함사항을 보완한 뒤 91년부터 이를 장착했다“고 전차증강 사업이 1년 정도 지연됐음을 시인했다.

 재선의원이지만 의정활동보다는 金大中 대표의 실제측근으로 더 알려진 권의원은 야권에서는 보기 드문 ‘국방통’으로 군 인사들과도 폭넓은 교분을 갖고 있다. 그는 군장성 출신 동료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거론하지 못했던” 이 문제에 접근할 단서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권의원의 폭로는 국방부에서 겉으로는 껄끄러워하면서도 속으로는 좋아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안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야권에서 이 문제를 물고 늘어져야 국방부가 미국과의 보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당, 경제관련 상위서 뜻밖에 무기력

 외무통일위는 “여도 없고 야도 없는” 올해 국감의 성격을 여실히 드러낸 상임위였다. 특히 6공이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는 북방외교의 허점과 문제점은 3당의 공통적인 공격거리였다. 민자당 李世基 의원은 외무부 감사에서 야당의원 못지않게 ‘신랄한’ 공격을 퍼부으며 국감장 분위기를 주도해 눈길을 끌었다. 학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1ㆍ12대 국회의원, 통일원ㆍ체육부 장관을 거치고 13대 때 낙선했다 4년 만에 국회에 돌아온 이의원은 달변이 특기. 그는 두 차례에 걸친 외무부 감사에서 보도자료나 질의서 없이 메모만으로 우리나라 외교정책의 일과성과 미숙성을 맹공했다. 특히 한ㆍ중수교 과정에 대해 “한ㆍ중수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대만에 수교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우리 외교의 미숙성을 비판했다. 이의원은 단교 이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이등휘 총통을 접견했는데, 그때 대만 고위 관료들로부터 “한국 정부의 무책임함과 비겁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기군의 관권 부정선거, 관변단체의 대통령선거 개입 가능성 등 현안이 많아 큰 관심을 모았던 내무위는 기대만큼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연기군 문제만 해도 그동안 거론된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새롭게 끄집어내거나 알려진 부분이 거의 없었다. 연기군수의 양심선언에 처음부터 깊이 관련됐던 재야 출신 朴啓東 의원, 행정관료를 다루는 데 상당한 솜씨를 보인 李協 의원, ‘전ㆍ의경 동우회 결성 추진계획’과 대통령선거와의 관련성을 추궁한 金忠兆 의원 등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의원으로 꼽힌다.

 내무위의 국민당 金海碩 의원은 “국감에서 두고보라”며 큰소리치던 국민당 의원들이 재무ㆍ상공위 등 경제관련 상위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인 데 비하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당 원내 부총무인 김의원은 원래 신민주공화당 출신으로 ‘3전4기’ 끝에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 당 업무에도 성실하기로 정평이 난 그는 국감 초반 ‘김영삼 총재 자택의 과잉경비’ 문제를 거론해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민자당사와 김총재 자택 경비에 동원되는 경찰 인력이면 서울 시민 35만명의 치안을 담당할 수 있다”는 김의원의 주장은 민자당과 야권 일부로부터 “관례를 문제삼는 지나치게 시시콜콜한 문제제기”라는 평도 들었지만, 치안 부재에 불만을 느끼는 시민의 공감을 끌어낼 만했다.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끈 ‘우등생’은 아니지만 성실한 준비와 질의로 ‘모범생’ 자질을 보여준 의원들도 있다. 노동위 소속 元惠榮 의원(민주)은 시대적 변화와 노동운동의 위축으로 말미암아 과거에는 ‘스타 산실’이었던 노동위가 별다른 관심을 못끄는 상황에서 시종일관 “화끈한 한건보다 노동행정 전반을 감시하고 국민복지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입장으로 성실하게 국감에 임했다.

 문공위는 13대 ‘문공위 3총사’처럼 개인적으로 화려한 성과를 올린 의원들은 별반 눈에 띄지 않았지만, 朴智元 의원(민주)이 돋보였다. MBC 사태와 관련하여 최창봉 사장을 증인으로 소환키로 의결한 점은 상임위 전체가 거둔 수확으로 기록할 만하다.

 대통령선거 직전이라는 시간적 한계 때문에 아쉬움을 군데군데 드러낸 국정감사,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대선이냐’하는 의문을 남긴 채 그 막을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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