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제주의 손익계산
  • 제주·장영희 기자 ()
  • 승인 1990.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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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섬이 개발열기로 후끈‥·“외지인 좋은 일 시킨다” 불만 커

 수요일의 제주공항은 제주를 떠나는 관광객의 물결로 발디딜 틈이 없다. 항공사 발권창구는 탑승권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아우성으로 난장판이다. 하루종일 밀어닥치는 관광객을 비행기에 태우기 위해 공항 관리공단과 항공사 직원들은 진땀을 흘린다. 워낙 사람이 많아 발착이 늦어지기도한다. 시장판을 방불케 하는 제주공항의 혼란은 여행사 직원의 고함으로 절정에 달한다. 20~30%쌍의 신혼부부를 한줄로 세우고 “다시 또 뵙기를 희망한다”는 말을 끝으로 이들을 탑승구로 배웅한다.

 3박4일의 일정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가는 신부 車淑英(27)씨는 고단하기만 했다. 신혼 첫날부터 방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결국 제주시에서 1시간이나 떨어진 한림읍에서 여관방 하나를 간신히 구했다. 신혼여행의 첫 뚜껑이 잘못 열린다는 생각에 신랑과 말다툼까지 벌였다고 했다.

 차씨는 다른 부부들이 2달 전부터 예약을 하고 호텔에 투숙했다는 얘기를 듣고 ‘숙박전쟁’을 실감해야만 했다. 숙박뿐 아니라 교통편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사정하다시피 해서 7만원을 주고 개인택시를 전세내 겨우 관광이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

 여행사 프로그램을 이용한 金仁淑(25)씨의 경우도 홍역을 치르기는 마찬가지였다. 판에 박은 듯한 관광프로그램이 신통치 않은 데다가 가는 곳마다 예상외의 돈을 써야 했다.

 관광농원에서 다른 부부들이 파인애플을 사니 안 사기가 어색했고 승마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탁하지도 않은 비디오 구매 권유도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김씨는 “일생에 한번인데” 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의 생각대로 신혼여행을 할 수 없고보니 마음이 개운치 못했다. 게다가 얘기로만 듣던 ‘기생관광’의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에 김씨는 제주에서의 첫밤부터 입맛이 썼다.

 제주의 낮과 밤은 크게 다르다. 제주의 낮은 평온보다 못해 나른하기까지 하다. 제주의 신시가지인 신제주는 어둠이 찾아들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활기가 넘치고 화려하게 번쩍인다. 호텔 룸살롱 카바레 가라오케 비디오케 카페등 온갖 유흥업소의 네온사인이 켜지면서 흥청거리기 시작한다. 이 야행성의 본능을 처음 일깨우는 것이 관광요정이다.

 제주공항에 도착한 일보인들이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관광요정에 들이닥치는 시간은 저녁 7시 전후. 보통 20~30명에서 많을 때는 1백명 가까이 되는 일본인 관광객이 전세버스를 타고 요정에 도착, 현관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정장 차림의 요정 간부 및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3~4명의 마담이 한줄로 서서 손님을 맞는다. 기생파티는 손님의 입장으로 1막이 오른다. 이들 관광객을 인솔하거나 안내하던 여행사 직원들은 이때부터 무대에서 퇴장한다. 관광요정측이 연출 감독을 맡는 것이다.

 

 ‘기생관광’이 제주의 얼굴 먹칠

 방에 들어서면 마담이 일련번호가 적힌 번호표로 ‘짝짓기’를 해준다. 일본인 관광객과 한국인 여성의 하룻밤 인연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곧 연회에 들어간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린 한정식 요리상을 사이에 두고 쌍쌍이 앉은 관광객고 여종업원은 곧이어 펼쳐지는 고전무용이나 가무를 즐기기도 하고 또 끼리끼리 춤을 추며 흥을 돋운다. 이때 속칭 ‘오야마담’은 각 쌍을 돌면서 손님에게 “이 여자 쓸만합니까”하고 묻는다. “괜찮다”라는 대답이 나오면 손님의 호텔 객실번호를 적는다.

 몇 년 전까지도 이런 형태였으나 최근엔 이른바 ‘찍고’가 많다고 한다. 동남아에 경쟁국이 많이 생긴 데다가 요정끼리 경쟁도 치열해져 주도권이 일본인 손님에게 넘어간 것이다. 일본인이 10명 있다면 2배수에 가까운 한국인 여성이 ‘간택’을 기다린다고 한다.

 연회시간은 길어야 2시간 정도다. 이들은 연회비용으로 1인당 2만엔(약22만원) 정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회가 끝나면 관광객은 전세버스를 타고 혼자 호텔로 돌아간다. 이어 종업원이 뒤따라간다. 함께 버스에 타는 것은 버스업계에서 허용하지 않을뿐더러 요정에서도 금기로 여기는 탓이다.

 호텔로 갔다고 해서 하룻밤의 인연이 당장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속칭‘눈텡이 박는다’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전세버스 업계의 한 기사는 귀뜀해준다. 찾아간 한국인 여성은 일본인 관광객을 다시 데리고 나온다. 기생파티의 제2막이다. 이들을 ‘닷찌’라고 부르는데 닷찌가 된 한국인 여성은 일본인 관광객을 가라오케·나이트클럽 등으로 이끈다. 이곳은 요정 관계자나 마담이 경영하는 곳으로, 사전에 지정돼 있음은 물론이다.

 이곳에서 일본인은 된통 바가지를 쓴다. 이들이 받는 ‘눈텡이’ 액수는 ‘닷찌’인 한국여성몫이다. 본래의 술값에 더 얹혀진 금액이 다음날 해당업소의 주인에 의해 ‘닷찌’에게 어김없이 전해진다. 이들 ‘닷찌’와 결탁된 업소의 가격은 비쌀수록 좋지만 ‘눈텡이’ 액수는 속이지 않는 것이 이들 업계의 불문율이다. 그리고 이 매상은 관공요정의 관계자에게 돌아간다. 공종공생이다. 그러다보니 이들 업소를 이용하는 순진한 제주도민이나 내국인 관광객도 덩달아 ‘눈텡이’가 터지게 마련이다.

 

2년새 두배로 늘어난 관광업체

 제주도에는 버드나무집·송림각·탐라성등 관광요정이 3군데 있다. 행정관청의 자료를 보면 이 관광요정은 ‘한국음식점업’으로 분류돼 버젓이 관광업체 명단에 올라가 있다. 행정관청이 기생파티를 묵인 내지 방조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제주 거리에서 1시간만 서 있으면 일본인 관광객과 ‘닷찌’인 한국인 여성이 떼거리로 몰려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기생파티는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벌어지고 있으며 내일도 열릴 것이다. 물론 기생파티는 관광제주의 극히 일부분의 모습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도 있다. 그러나 관광제주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수는 2백64만3천명이다. 이중 외국인 관광객은 16만7천명으로 일본인이 62.3%를 차지, 압도적으로 많다. 올해 목표는 3백만명. 9월말 현재 2백20만명을 넘어섰다. 제주도는 앞으로 제주가 살 길은 관광산업의 진흥에 있다고 할 만큼 이를 역점과제로 여긴다.

 86년부터 관광산업은 제주도의 주소득원이었던 감귤산업을 앞질러 가장 주요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89년의 관광수입은 3천4백42억원(올 9월말 현재 3천1백97억원)으로 그동안 매년 20~30%씩 증가해왔다. 제주도는 감귤 등 농림어업과 서비스업이 산업구조의 근간을 이룬다. 제조업 및 광업은 갈수록 떨어져 89년에는 전체 생산액의 3%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공장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반면 관광산업의 비중은 20%에 달하고 있다.

 이에 다라 관광업체(일반적으로 관광진흥법에서 규정하는 여행업·관광숙박업·관광객이용시설업·관광음식점업·외국인전용 유흥음식점업·외국인전용 기념품업을 말한다)의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87년말까지 1백 15개에 불과하던 관광업체는 지난해말 현재 2배 가까운 2백22개사로 급증했다. 호텔 등 숙박업이 77개, 여행사가 54개, 음식점이 24개 등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회원사로 등록이 되지 않은 영세한 업체까지 감안하면 1천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불과 2~3년 동안 관광업체가 크게 늘어나다 보니 과당경쟁으로 인한 폐해가 두드러지고 있다. 수용시설이 관광객수보다 빨리 늘어 손님 유치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어느 관광지에서나 나타나고 있는 관광부조리가 구조화되고 있다.

 

뜯고 뜯기는 먹이사슬

 관광부조리는 여행사와 숙박업소에서 시작 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여행사에서 비롯된다. 54개에 달하는 도내 여행사는 유지여행사에 관광객 모집을 의존하는 경우가 60%를 넘는다. 이렇게 육지여행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니 도내 여행사는 약자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행사의 수가 너무 많아 과당경쟁이 불가피해진다. 채산성이 맞지 않아도 ‘덤핑판매’를 해서까지 육지여행사의 모집에 응한다. 육지여행사는 좀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도내여행사르 얼마든지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도내 여행사는 출혈적인 경쟁에서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자연히 부당영업을 하게 된다. 숙박업소에 숙박료 덤핑을 요구하고, 토산품점·관광농원 등 관광업소에 관광객을 안내해주면서 ‘수수료’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송객(알선) 수수료는 10%를 받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지만 30%의 높은 수수료와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채산성을 맞추려는 여행사의 욕심에 숙박업소·토산품점·관광식당은 등이 터진다. 이렇게 해서라도 여행사나 전세버스업계와 끈을 맺지 않으면 장사가 안된다.

 토산품점의 경우 거액의 수수료를 여행사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납품업체에서 물건을 싸게 받아오는 자구책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돌하르방시계 등 제주의 토산품을 만들고 있는 태양산업 金石保상무는 “관광부조리로 채산성이 맞지 않아 토산품 제조업체들이 거의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밝힌다. 결국 관광부조리는 관련 제조업체의 피폐를 초래하는 셈이다.

 관광부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행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워 관광가이드나 운전기사에 대한 대우도 좋을 수가 없다. 기사월급 조차 지불하지 않은 전세버스업체도 더러 있다. 이들은 토산품점이나 손님에게 서비스한다는 명부으로 돈을 긁어내기도 한다. “송객 수수료로 여행사에 10%, 관광가이드와  운전기사에 각각 5%씩, 20% 정도만 ‘뜯길’ 수 있으면 그래도 견딜 만하겠다”고 ㅎ토산품점 주인은 말한다.

 이 과정에서 여행사와 이들이 안내하는 특정 관광업소는 어쨌든 서로 공생을 하게 되지만 관광부조리에 따른 부담은 결국 관광객에게 돌아간다는 데 문제가 있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처럼 관광부조리가 돌고 돌아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은 관광객도 관광부조리를 만나기는 마찬가지다. 일반택시를 전세낼 경우 통상 하루 5만원은 주어야 한다. 그러나 3~5월과 10월의 관광 성수기, 그중에서도 신혼부부 등이 몰리는 토·일·월요일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이때는 7~8만원선까지 올라간다. 여기다 사진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최소한 2만원은 얹어주어야 하고 기사의 점심·저녁도 해결해주어야 한다.

 

“관광부조리 원인은 육지여행사 횡포”

 도내여행사 관계자들은 관광부조리가 근본적으로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한결같이 ‘육지여행사의 횡포’를 지적한다. 육지여행사들이 도내여행사간 출혈경쟁을 부추겨 손해를 안보려면 부득이 송객수수료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제주지점의 관광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관광업체들의 현금판매율은 76%에 그치고 있다. 여행업고 숙박업은 각각 51%, 57%에 불과하다. 또 육지여행사의 연락사무소들이 실질적으로 영업행위를 일삼고 있어 손님유치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도 말단다. 관광진흥법상 여행사는 허가를 내준 행정관청의 구역범위에서만 영업하게 되어 있지만 대부분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관광협회 金道明 사무국장은 “관광객이 일시적으로 몰리다보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냐”면서 “그래도 제주도는 관광질서가 매우 양호한 편”이라고 말한다. 설악산 등 다른 관광지에서처럼 관광객에게 부당요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관광부조리는 심해도 이른바 ‘따따블’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인 듯했다.

 도내 관광업체의 과당경쟁은 관광질서를 흔들 뿐 아니라 건실한 업체를 육성하기 어렵게 만드고 있다. 방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인 데다가 기본적으로 경쟁이 너무 심해 현상유지가 고작이라고 맥심호텔 姜慶爀 사장은 말했다. 성수기 수입이 짭짤하다고 해도 호텔을 짓기 위해 빌린은행빚을 갚아야 하니 허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땅값과 부동산값 상승을 감안해 자산재평가를 한다면 큰돈을 벌어들인 것은 사실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현금장사의 알짜업종이라고 불리는 이들 관광업체가 허덕이는 원인은 규모의 영세성에서 찾을 수 있다. 여행업의 경우 자본금이 5천만원만 있으면 회사를 세울 수가 있다. 그 결과 소규모 여행사들이 난립하게 된다.

 관광상품이 저급한 차원에 머물고 있는 탓도 크다. 대부분 자연경관 위주의 거의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관광업체들이 승부를 걸고 있어 가격할인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덤핑판매는 광광부조리를 부르고 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한국은행 제주지점 羅吉禹 지점장은 “보는 관광에서 참여하는 관광으로 유도할 수 있는 종합적인 상품개발이 아쉽다”고 지적한다.

 관광종사원들의 자질에도 문제는 있다. 관광호텔과 여행알선업체에서 자격증 소지가능 57%에 불과하다. 종사원 중 65%가 근무경력 2년 미만인 사람들이다. 자연히 전문지식과 경험부족으로 세련된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된다.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극동의 하와이’ 구상에 제주도민 시큰둥

 제주시에서 1100도로를 타고 서귀포시를 가다 보면 곳곳에서 포크레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북제주군 안덕면 정평리에는 신동아설이 36홀의 한라골프장을 건설하고 있다. 발트빛 하늘 아래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떼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지난해부터 제주도내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많이 개발이 이루어진 중문단지는 개발 열기로 한껏 달아올라 있다. 한양건설에 짓고 있는 후라밍고호텔과 전통어촌(제주 광어촌) 조성작업이 한창 막바지 공사에 돌입 하고 있다. 하얏트리젠시·호텔신라등 대형 호텔들은 이미 완공돼 중문의 바닷바람을 맞고 있다.

 중문단지에는 지난해말까지 정부와 민간인투자로 1천3백43억원이 쏟아부어졌다. 내년으로 예정된 1단계 개발계획과 2001년까지의 2단계개발계획(2천3백28억원 투자)이 끝나면 중문은 종합관광휴양지로 크게 변모할 것이다.

 정부와 제주도청은 중문·성산·표선 등 3개 단지와 26개 지구를 지정, 제주도 전역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관광산업 진흥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있으나 구체적인 방법에서 이견이 큰 것이다. 특히 지난해 국무총리실의 주관 아래 한국개발연구원이 연구를 한 제주도종합개발 특별조치법 초안이 말썽이 되고 있다.

 제주도를 ‘극동의 하와이’로 만들겠다는 구상에 대해 현지인들은 냉소적이다. 대규모 개발을 빠른 시일내에 이루기 위해 외지자본과 심지어 외국자본까지 참여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남 좋은 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주도민들은 그동안의 개발이 외지자본으로 이루어져 개발에 따른 이익이 지역주민에게 돌아오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등 육지의 거대자본이 들어와 부스러기만 제주도에 떨어뜨릴 뿐 건더기는 모두 도 밖으로 유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보다 주민참여 길 터야

 관광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제주도의 논의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역개발과 연계된 관광개발, 관광업체의 대형화·고급화와 제주도민의 출자기획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제주도민의 출자문제는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속병을 치유하려는 관광산업 체질 강화 방안으로 앞길을 열어가려는 관광제주의 눈앞에는 난관이 산적해 있다. 많은 이들은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학 참여를 유도하는 개발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73년부터 개발바람이 불었지만 20년 가까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그것을 잘 말해준다.

 무분별한 개발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파괴해 관광자원 자체를 고갈시킨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관광산업만이 살길이라는 발상도 위험하다. 철저히 타인의존적인 관광산업에만 제주를 맡기는 것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관광에만 의존할 경우 제주도는 경제적 예속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폐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1차산업과 3차산업을 연계하는 산업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주도청 姜哲熙 지역경제국장의 지적은 새겨볼 가치가 있다.

 三多(돌·바람·여자) 三無(거지·도둑·대문) 三寶(자연과 민속·언어·식물) 三麗(인심·자연·열매)로 유명한 환상의 섬 제주. 우리나라의 ‘마지막 보물창고’라는 제주는 ‘제주의 것을 보존’하면서 지역민에게 혜택이 돌아감을 전제로 지역개발과 관광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왕 방 갑서”(오셔서 보고 가세요)하고 당당하게 화려한 자태를 자랑할 수 있는 제주의 2000년대는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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