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灣 전쟁은 피하고 싶다"
  • 표완수 국제부장 ()
  • 승인 199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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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1백일 연합전선 균열 조짐, 부시는 초강경 대처로 조기해결 겨냥

페르시아만사태가 지난 주말로 발생 1백일을 넘겼다. 8월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기습점령으로 촉발된 이 사태는 단순한 아랍 내의 한 분쟁이라는 성격을 넘어서 세계 주요 국가들이 직  간접으로 모두 개입한 국제분쟁의 파장을 일으켜놓았다.

페르시아만의 지난 1백일은 이른바 다국적군의 주도국인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 무력사용 위협과 화해 제스처가 끊임없이 교차된 시기였다. 이 기간 동안 소련과 요르단 등 몇몇 국가들이 일촉즉발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조정자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사태 해결을 위한 결정적 계기는 마련해주지 못했다. 미국은 일면 무력사용 위협을 가하면서 국제적으로 반이라크 연합전선을 구축해 경제봉쇄를 통한 대이라크'목조르기'를 계속하고 있으나 양측의 기본적 대결구조에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반이라크 연합 전선의 전력 위축 가능성과 국내 정치적 입장 때문에 초조감에 빠진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이 최근 들어 이 지역에 군사력을 부쩍 증강시킴으로써 긴장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 페르시아만사태의 오늘의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은 16일 유럽 및 중동 순방길에 오른다. 그는 파리에서 열리는 유럽안보협력회의에 참석한 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다. 백악관측은 부시의 이번 사우디 방문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군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별다른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있으나 분석가들은 그것을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개시하기 전의 마지막 상황점검 단계로 보기도 한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최근 태도를 보면 그같은 분석의 근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소련과 중국의 협조아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한 대이라크 경제봉쇄를 강행해온 부시 대통령은 10월말부터 돌연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여 그를 "히틀러보다 더 야만적인 인물"이라고 매도하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의 그런 강경발언과 함께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이 11월2일 중동국 순방에 나섰다.

 

일본  일부 유럽국 이라크와 개별 교섭

국방차관 등 군사전문가들을 대동한 베이커 장관은 바레인 사우디 터키 등을 방문, 중동의 지도자들과 사태의 군사적 해결방안 가능성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우디 방문에서 그는 대이라크 전쟁시 군 지휘권을 미국이 독자적으로 행사한다는 데 사우드 알 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과 합의했다.

그가 중동국을 순방중이던 11월5일 75기의 전폭기를 탑재한 항공모함 미드웨이호가 전함 7척의 호위 속에 페르시아만에 진입, 인디펜던스호와 합류함으로써 긴장을 한층 고조시켰다.

미국의 이같은 긴박한 움직임에 대해 일부 분석가들은 그것이 부시 자신의 국내 정치적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과시용일 뿐 실제 전쟁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부시의 초강경 선회는 페르시아만사태의 조기해결을 바라는 미국내 여론에 부합하는 것이기는 하나 그것의 근본적인 이유는 사태의 장기화에 따라 연합전선이 약화되는 조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이 대이라크 초강경노선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일본과 일부 유럽국은 자국의 인질석방을 위한 교섭을 개별적으로 이라크와 벌여 최근 반이라크 연합전선에 약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인질석방을 통해 화해 제스처를 보인 바 있는 이라크는 지난 6일 다시 1백8명의 인질을 석방했다. 여기에는 일본인 77명, 이탈리아인 20명 등이 포함되어 있다. 나카소네 전 일본총리가 11월4일 이라크를 방문, 후세인 대통령과 회담한 후 취해진 조치이다. 나카소네에 이어 독일의 브란트 전 총리도 의약품을 싣고 이라크를 방문했다.

이같은 현상은 반이라크 연합전선의 결속이 약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것은 곧 다국적군에서의 미국의 입장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유럽공동체(EC) 12개 회원국은 11월5일 인질석방을 위한 개별협상을 벌이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태가 더 장기화될 경우에도 반이라크 연합전선의 결속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미국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미국의 초강경 대응의 배경에는 이같은 상황적 여건이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나 전쟁발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의 현지 사령관조차 "전쟁은 피하고 싶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으며 미 하원의원들은 "무력사용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특사로 하여금 미국과 이라크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이집트 시리아 등을 두루 순방케 해 협상에 의한 사태해결을 시도한 바 있는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은 범아랍권회의를 통한 해결이 최상의 방책임을 내세우고 있다. 미테랑 프랑스대통령도 중동사태 해결을 위한 4원칙을 제시해 협상에 의할 사태해결을 지지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국의 초강경 노선은 무력행사 자체를 겨냥하고 있다기보다 사태의 조기해결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마지막 단계로 전반적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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