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부시 차기대권 전망 흐릿
  • 워싱턴 이석렬특파원 ()
  • 승인 199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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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만사태 경기침체 해결에 정치생명 걸려

예산문제로 의회와 맞싸우다 소신을 굽혀 양보하고 끌려만 갔다는 거센 비난 속에서 '소신없는 사람'으로 몰려 동네북이 되었던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이 중간선거 결과 때문에 다시 궁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이다.

올해 선거 결과는 공화당이 상원의석을 하나 잃었고 하원의 경우는 9석을 잃어 숫자상으로는 별로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기왕의 '여소야대' 의회에서조차 고전을 면치 못했던 부시 대통령이 반대세력이 더욱 강화된 새 의회를 상대로 나머지 2년을 어떻게 견디어 나갈 것인지, 또 92년 대통령선거에 과연 큰 무리 없이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이긴 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의회와 예외적으로 긴 '밀월기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의회가 마련해서 넘긴 법안이 마음에 안들어 무려 16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하며 맞서야만 했다.

공화당내에서는 아직 일부 여론이기는 하지만 벌써부터 부시 이외의 다른 인물을 찾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결코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던 공약을 어긴 채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제안에 따라 새해 예산을 확정한 '공범자'라는 규탄의 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보수계가 반기를 들고 일어나면서 싹튼 내분이 미처 가라앉기도 전에 또다시 중간선거 패배라는 악수가 겹쳐 내분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인상이다.

세금문제를 놓고 우유부단한 태도로 갈팡질팡하던 부시 대통령을 정면으로 공격한 사람은 선거대책을 맡은 전국공화당의회대책위원회 공동의장 에드워드 롤린스였다. 그는 의원 입후보자들에게 "부시와 견해가 다르면 다르다고 과감히 반대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말하면서 내놓고 반발했다. 이런 형편에서 공화당으로서는 자중지란이 일어난 가운데 중간선거를 치른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평론가들은 지금 부시에게 두가지 선택이 있다고 지적한다.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여 당내분을 속히 수습하고 결속을 강화해나가면서 전열을 가다듬든가 아니면 민주당과 지금처럼 타협해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당내 요구를 받아들여 공화당 위주로 당파기질을 앞세워나간다면 민주당과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나빠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초당적인 지지가 필요한 페르시아만 사태 대비책이나 경기침체 극복에 대한 과감한 정책을 펴나가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은 뻔하다.

부시의 발판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민주당에게는 12년만에 백악관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희소식으로 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민주당내에는 대권에 도전할 만한 큰 그릇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여태까지 뉴욕 지사 마리오 쿠오모나 뉴저지주 출신 상원의원 빌 브래들리 같은 사람들이 그런대로 하마평에 오르내렸으나 이번 중간선거에서 두사람 다같이 악전고투 끝에 간신히 턱걸이 당선을 하여 제고장에서조차 별 인기가 없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더이상 거명조차 되고 있지 않는 형편이다.

백악관 측근들은 더 많은 의석을 잃은 경우가 허다한 과거 중간선거의 예를 들어 "이번 결과는 약과다"라고 자위하고 있다. 공화당 내분도 '접시물 속의 파도'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가파른 길을 터덜거리고 갈 수밖에 없는데 눈앞의 가장 큰 고개가 이라크와의 전쟁, 그 다음이 경기침체라고 말한다. 이 두가지 큰 일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부시의 장래 운명이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비록 이 두가지 고비를 성공적으로 넘긴다 해도 얼마전에 있었던 사상유례없는 거액의 금융기관 부정사건이 부시가 백악관을 떠나는 날까지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고 보면 산 넘어 산이 가로놓여 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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