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없는 서울서 결판내자”
  • 이흥환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2.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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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승패 44개구에 달려… 곳곳에 ‘신당 변수’民自 ‘국민당 與票잠식’ 民主 ‘바람 안불까’ 불안

서울의 의석수는 44개로 전체 지역구 의석수 3백37개의 18.6%에 불과하다. 그러나 호남과 영남의 대부분을 민자 · 민주 두 당이 차지하고 신생통일국민당(약칭 국민당)과 신정치개혁당(약칭 신정당)이 일부분을 잠식하는 결과를 가정했을 때 서울의 중요성은 18.6%라는 단순 수치를 훨씬 뛰어넘게 된다. 결국 과반수 안정의석 확보는 서울을 어느 당이 석권하느냐에 상당 부분 좌우되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 지역의 총선 결과는 한 당의 수권능력의 검증에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13대 당시에는 민정당 10석, 평민당 17석, 민주당 10석, 공화당 3석, 무소속 2석의 분포였으나 현재는 민자당 22석, 민주당 18석, 무소속 2석으로 바뀌었다.

민자당은 현재의 22석을 고수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잡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민자당의 희망사항일 뿐, 민자당 내의 정세분석가들조차 최고로 선전했을 때 겨우 과반수가 가능하다고 시인한다. 민자당 자체 조사 결과 당선 안정권으로 잡는 곳은 8곳에 불과하다. 이는 종로(李鍾贊) 용산(徐延和) 동대문 을(金榮龜) 은평 갑(吳有邦) 등 거의 민정계 의원 지역구이나 이마저도 통일국민당의 거센 도전으로 인해 형세 판단을 다시 해야할 형편에 놓였다. 공천 당시 민자당은 거물급 인사 영입을 통한 대폭 물갈이를 계획했으나 결국 계파 지분에 밀려 부분적인 손질에 그치고 만 것도 큰 부담이다.

지난 광역 선거의 결과도 민자당을 안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당시 선거 결과는 민자당의 압승이었으나 이는 야권 표가 신민당과 민주당으로 나뉘었기 때문에 생긴 결과였다. 당시 민자당은 41.3%, 신민당은 33.9%, 민주당은 14.4% 득표를 기록했는데 신민 · 민주당 합산 득표율 48.3%는 민자당을 앞서는 것이다. 물론 당시 야권 지지표 전체가 그대로 총선에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야권통합이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서울 지역에서 민자당보다 민주당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광역선거 결과로만 보았을 때 민자당 득표율이 신민 · 민주 합산 득표율보다 앞선 곳은 종로와 강남 단 두군데였다.

민자당의 서울지역 전략에서 제일 큰 걸림돌은 국민당이다. 민자당은 국민당이 야당 성향의 표보다는 여권 지지표를 부분 잠식할 것으로 판단한다. 민자당 지도부는 민자 · 민주 · 국민 3파전이 벌어지는 지역구의 경우 국민당 후보가 당선은 되지 못하면서 여권 지지표만을 분열시켜 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지 않을까 가장 염려하고 있다.

민자 22석 守城, 민주 30석 탈환 희망
奉斗玩(용산) 洪性宇(노원 을) 鄭男(강동 을) 전 의원이나 金東吉씨(강남 갑) 등 국민당 인사들은 민자당에 커다란 위협 세력이다. 민중당의 李佑宰(구로 을) 長琪杓(동작 갑)씨 등도 진보적 성향의 20~30대 유권자를 발판으로 민자당 공략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서울 지역에서 30석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는 호남 지역 의석수가 영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서울에서 이 정도는 돼야 전체 과반수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목표이다. 13대 총선 당시 서울에서 평민당이 제일 많은 의석수를 차지했던 것처럼 서울은 전통적으로 야권이 강세를 보여왔다는 사실과, 강남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지역구에서 호남 출신 유권자가 25~3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등이 민주당에서 유리한 부분이다.

당선 안정권에 든다고 민주당이 자체 파악하고 있는 곳은 대략 13개로 중구(鄭大哲) 성동 을(趙世衡) 중랑 갑(李相洙) 중랑 을(金德圭) 성북 갑(李哲) 서대문 을(林春元) 양천 을(金令培) 영등포 갑(張石和) 동작 을(朴實) 관악 갑(韓光玉) 등이다. 민주당은 이밖에 李富榮 최고위원(강동 갑) 洪思德 전의원(강남 을) 安東洙 변호사(서초 을) 李重載 전의원(강남 갑) 趙舞衡 최고위원(도봉 병) 姜秀淋 변호사(성동 병) 林采正씨(노원 을) 金相賢 전의원(서대문갑) 李敬載 전국구의원(구로 을) 등 10여명이 당선 가능선에 육박해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야당의 고질적 문제점인 인물난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민주당의 한계를 그어놓고 있다. 민주당은 행정 경험이 풍부한 관료나 재계의 거물급 인사 영입이 실패함으로써 수도권 입성 전략이 취약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계파간 지분다툼의 여파도 총선 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주었다. 1차 공천자 발표에서 제외되었던 지역구 공천자들은 그 사실 하나로 인해 수천표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치권 전체의 판갈이를 기치로 쳐든 朴燦鍾 의원의 신정당은 여당보다는 민주당 표를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신정당은 국민당과 마찬가지로 기존 정치권에 식상해 있는 유권자들에게 후보들의 참신성을 무기로 덤벼들고 있다. 신정당은 박의원을 비롯 강남 갑의 鄭宙植(변호사) 강남 을의 李信範(정개협 대변인) 성동 갑의 鄭龍澤(전 한양대 교수) 강동 을의 李?允(전 해군사관학교 교수) 용산의 金東周(정개협 부대변인)씨 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신당의 ‘서울 돌풍’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집권여당인 민자당과 통합야당인 민주당도 신당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석수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민자 · 민주 양당으로서는 서울에서 만큼은 신생 군소정당이 발을 못붙이게 하여 민자 · 민주 양당구도를 고수하려 애쓰고 있다.

군소당, 거물 앞세워 입성 시도
신당 변수 못지않게 서울의 판세를 가름할 결정적 요인 중의 하나는 야당의 ‘바람’이다. 과거 총선 경험을 통해 ‘바람’의 위력을 익히 알고 있는 민주당이 대도시의 ‘야당 바람’에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번 14대 총선에서는 야당 바람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거론되기도 한다. 민자당 민주계의 黃秉泰의원은 “이제 야당의 바람선거는 통하지 않게 되었다”라고 못박는다. 우리 사회에 다양한 가치관이 형성되어 있고 정치보다 경제가 우선하는 새로운 질서에서는 야당 바람이 발붙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趙世衡 의원도 야당이 어려운 선거를 치르게 되리라 내다본다. 조의원은 “민자당은 역시 돈과 행정력으로 선거를 치르려 할 것이다. 야당 바람이 없으면 돈과 행정력에 바탕한 여당 프리미엄이 맹위를 떨치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20 · 30대의 투표율이 가장 큰 변수가 될 텐데 광역의회 선거 때보다 다소 투표율이 높아지긴 하겠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예비 후보들은 공천장을 받기 전부터 이미 서울의 표밭을 갈기 시작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참모들은 대도시 선거의 승패가 여성 유권자에게 달려 있다는 시실을 선거전략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일부 지구당에서 ‘여성문화원’이나 ‘여성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상대로 한 문화강좌를 개설해 지역여성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현역의원은 컴퓨터에 입력되어 있는 지역구 유권자 명단에서 30대 여성만 따로 분리해 특별관리를 하고 있고, 민자당 민주계의 ㄱ의원은 ‘친지소개서’라는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 타지역 유권자로부터 자신의 지역구에 거주하는 친지를 소개받기도 한다.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한복부대’가 등장했다. 담당 선거구로 전입해온 여성 선거운동원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이사왔다는 핑계로 이웃집에 떡을 돌리는 등 호별 방문이 시작된 것이다. 이른바 ‘얼굴 맞대기’ 전략이다. 선거참모들은 이 방법이야말로 선거운동에서 가장 교과서적이고 탁월한 선거전략이라고 평한다. 사전선거운동 금지라는 ‘금줄’이 있긴 하지만 배짱좋게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비 후보가 직접 유권자를 만나고 다닌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전 선거운동에 걸려 불구속 입건됨으로써 오히려 유권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총선의 승패는 공천의 50%를 좌우한다. 여야는 이미 총선의 반을 치른 셈이다. 각 당별로 우세지역과 경합지역 열세지역 등 전력분석도 끝냈다. 선거운동 기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유권자의 선택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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