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 당정개편 지는 이름 뜨는 이름
  • 문정우 기자 ()
  • 승인 1994.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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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대표·최형우 장관 거취 최대 관심

여권이 크게 술렁인다. 3일 전격적인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되어 여권의 대대적인 자리 이동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권 인사들은 자기가 가진 채널을 총동원해 김영삼 대통령의 의중을 점치고 자신의 희망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부산한 나날을 보냈다.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로 가속도가 붙었다.

우선 당장의 관심은 누가 총리가 될 것인가 이다. 이영덕 총리의 유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는 12월 18일 끝난다. 새 총리는 적어도 12월 17일 이전에 임명해야 한다.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려면 해를 넘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각과 민자당 개편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권에서는 늦어도 15일이나 16일께는 새 총리가 임명되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다.

총리에 이홍구·김윤환 유망
그동안 신임 총리 후보로 가장 자주 거론돼 온 사람은 이홍구 통일부총리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되기 이전의 일이다. 정부 부처 통합으로 각 부서의 기능은 예전에 비할 바 없이 강화됐다. 국무총리까지 행정 실무 능력이 뛰어난 인물을 앉힐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그 때문에 총리 자리를 정치인이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치인으로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김윤환 의원과 이한동 민자당 원내총무이다. 두 사람 모두 구 여권 세력의 정서를 어루만지기에는 적격이다.

특히 김윤환 의원은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구 여권 인사라는 이유 때문에 이렇다 할 자리를 맡지 못했다. 이번 인사에도 소외되면 그는 김대통령의 임기 전반기 내내 밖에서만 맴도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배려하리라는 것이 여권의 관측이기도 하다.

누가 총리가 될 것인가는 민주계 실세 중의 한 사람인 박관용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대통령의 임기 3분의 1 동안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해온 그는 통일부총리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뜻이 받아들여질 경우에는 이홍구 통일부총리가 총리가 되는 구도로 가기 쉽다. 그렇지 않고 그가 안기부장 자리를 맡거나, 부산시장 출마를 위해 잠시 쉴 경우에는 김윤환 의원이나 이한동 총무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이홍구 부총리, 김윤환 의원, 이한동 총무 외에 전혀 새로운 인물이 총리가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여권의 관심은 또 김종필 민자당 대표의 유임 가능성과 민주계 실세인 최형우 내무부장관의 거취에 쏠려 있다.

현재 민자당 내에서 김대표의 운명과 관련한 분석은 두 갈래이다. 민정·공화계와 최장관을 견제하는 편에 서 있는 민주계 일부는, 김대표가 내년 지방자치 선거까지는 건재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반면 최장관과 가까운 민주계 인사들은 김대표의 조기 퇴진을 점친다.

김대표가 지방자치 선거까지는 당의 간판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보는 측은 대안 부재론을 내세운다. 그나마 김대표가 아니면 결속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당을 끌고 나갈 수 없다는 얘기이다. 또 김대표를 거세하면 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하게 충청권의 민심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든다. 충청권에서 김대표의 인기가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만약 김대표가 모양이 좋지 않게 퇴진하게 되면 민자당에 대한 충청권의 민심이 급속도로 냉각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대표를 물러나게 한다고 해서 야당 찍을 사람이 민자당 찍지는 않겠지만 여당 지지자들은 상당히 동요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최장관 다시 공백기 가질 가능성
반면 김대표의 조기 퇴진을 주장하는 측은 그동안 여권 내부에서 여러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민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민자당이 아직 반개혁적인 이미지를 벗고 있지 못하고 있는데, 그 주된 요인은 김종필 대표가 당의 얼굴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지방자치 선거에서 민자당이 확실하게 승리하려면 당의 얼굴을 개혁적인 인사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충청권에서 김대표의 영향력은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그들은 김대표가, 김대중 이사장이 정계에 복귀하게 되면 여권에서 필적할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호언하고 있지만 그것은 “시대의 변화와 자신의 주제를 너무 모르는 말”이라고 맹렬히 공격한다.

김대표의 운명은 최형우 장관의 거취와 얽혀 있다. 최장관이 내무부 장관에 유임될 경우에는 김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장관이 유임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 같다. 더 이상 상처를 입으면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본인이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유임을 원치 않으리라는 것이 정가의 관측이다. 따라서 과거 민자당 총장을 맡고 있다가 아들의 부정 입학 사실이 밝혀져 잠시 물러났던 것처럼 이번에도 공백기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공백기가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장관과 가까운 사람들은 그가 지방자치 선거 전인 민자당 전당대회 때 당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 그가 선거 전에 민자당에 복귀하면 김대표의 신상에 중대한 변화가 올 수 있다.

지난번 민자당 전당대회는 92년 5월 18일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열렸다. 당헌·당규대로라면 다음 전당대회는 올해 5월중에 열렸어야 했다. 그런데 정초에 김대통령이 올해는 전당대회를 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표명해 순연되고 말았다. 따라서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지방자치 선거 전인 내년 2, 3월께가 되기 쉽다.

이 때 전당대회가 열리게 되면 민자당에는 정부 조직 개편과 같은 큰 변화가 올지 모른다. 당내에서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관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예 당명까지 바꾸고 민자당이 새롭게 출발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공동대표제를 도입할 것이다’ ‘당의장제를 도입해 김대표를 명목상 대표로 만들 것이다’ ‘부총재제를 도입해 중진들의 충성 경쟁을 유도할 것이다’ 등 지도 체제 개편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점치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선거 전에 전당대회가 열리고 최형우 장관이 당에 복귀하게 되면 아무래도 김대표의 입지는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최장관이 갈릴 경우 후임이 누가 될 것인가도 정계의 관심거리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인물은 김덕룡 의원, 문정수 민자당 사무총장 정도이다. 민자당 내에서는 문총장이라고 보는 견해가 약간 우세하다. 최장관과 잠재적 경쟁 관계에 있는 김의원을 그의 후임에 임명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리고 서울시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 주력해야 할 처지이다. 문총장은 오랫동안 국회 내무위에서 활동했고, 여야에 두루두루 인간관계가 원만하다. 그리고 여당 사무총장이 내무부장관이 돼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외 민주계 실세인 강삼재 기획조정실장과 백남치 정책조정실장도 입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3선 의원이면서 기조실장 자리를 맡아 당내 궂은 일을 처리해 온 강의원은 당내 일에서는 당분간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는 상태이다. 그의 측근은 “강의원이 청와대 측에 임명권자가 시켜도 이번에는 당직 맡는 것을 사양하겠다는 확고한 뜻을 전달했다”고 말한다.

김대통령의 최측근이면서도 여권 핵심부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서석재 민자당 당무위원의 거취도 주목 대상이다. 대통령 비서실장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 내에서는 그가 청와대 특보로 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한승주 주미대사 등 관료 출신들이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청와대 특보가 되면 그의 정치적 위상은 비서실장 못지 않게 높아질 것이다.

김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여권 인사들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文正宇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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