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약’들이 몰려온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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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임상 시험 요충지로 떠올라…선진 제약 기술 배울 기회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다국적 임상 시험이 거의 없었다. 2000년에도 다섯 건 뿐이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에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국내에서 이루어진 다국적 임상은 95건, 국내 임상(90건)보다 더 많았다. 겨우 5년 사이에 19배가 증가한 것이다.

화이자의 피터 코아 연구개발 총괄 부사장은 앞으로 나올 세 가지 신약의 임상을 한국에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아예 대한항암요법연구회(회장 방영주 교수)와 양해 각서(MOU)까지 체결했다. MSD도 자궁경부암 백신, 비만·당뇨 치료제 임상 등, 이미 여러 건을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을 ‘임상 요충지’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국적 임상 10건을 진행 중인 방영주 교수(서울대 의대)는 “한국 의사들의 개인 능력과 임상 시험 수준이 선진국과 비슷해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위암·간암 치료제 임상의 경우,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환자가 많아 제격이라는 것이다. 위상도 높아졌다. 방교수는 24개국에서 진행 중인 항암제 허셉틴(로슈) 임상의 아시아 지역(7개국) 책임을 맡고 있다. 정부도 2004년에 지역 임상센터를 만들어 적극 거들고 있다.   

다국적 임상 시험이 국내에서 실시되면 이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신약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인 ‘마지막 기술’을 손쉽게 습득할 수 있다. 들어오는 외화도 만만치 않다. 아스트라 제네카는 2년 동안 2백60억원을 국내 임상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보통 한 제품의 임상 시험에 드는 비용은 100억~150억 원 정도 된다. 환자들도 반긴다.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돈 한 푼 안 내고 치료 효과가 뛰어난 신약을 먼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임상 덕을 보는 환자도 적지 않다. 

잘하면 다국적 제약사의 연구개발 센터를 유치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 효과는 임상 시험의 몇 배, 몇 십 배나 된다. “임상을 하면 1백50억원 정도 연구비를 받는다. 그 효과는 천억원어치의 상품을 수출한 것 이상이다”라고 방교수는 말했다. 임상은 대개 비밀스럽게 이루어진다. 항암제 수텐(화이자)의 임상도 환자 45명 정도가 참여한다는 내용만 알려져 있을 뿐, 언제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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