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네트 모르면 ‘까막눈’ 된다
  • 김상현 기자 ()
  • 승인 1995.01.1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공 초월한 ‘무한대 정보 세계’의 동맥…2003년에는 모든 인류 사용

Wohn@cs.kaist.ac.kr, jhkim@camd2.kkpcr.re.kr…. 요즘 들어 이처럼 수수께끼 같은 문자를 명함에 적어 넣은 사람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네티즌, 곧 네트워크 세계의 시민임을 알려주는 전자우편 주소이다. 김영삼 대통령도 president@bluehouse.go.kr라는 주소를 가진 네티즌이다. 인터네트에 의해 컴퓨터와 연결되는 네트워크의 규모나 속도가 사상 유례 없이 증가하면서 네티즌은 새로운 특권층을 가리키는 말처럼 되어 버렸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03년에 네티즌이라는 단어가 시민이라는 뜻의 시티즌을 대체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달마다 백만명 이상이 인터네트에 들어옴으로써 네티즌이 되어가고 있다. 정보화사회에서 인터네트는 새로운 화두이다. 컴퓨터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도 인터네트라는 말은 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나우콤의 인터네트서비스를 담당하는 아이네트에 따르면, 매일 30여 명의 뉴비즈(Newbies:인터네트에 처음 가입하는 사람)가 생겨난다.

 인터네트에 가입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전자우편 주소는 정보화 사회의 새로운 시민권처럼 여겨진다. 왜 그런가. ‘통신망의 은하계’ ‘정보의 바다’ 등 인터네트에 붙은 별칭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현재 전세계에 4천여만 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인터네트는 하이텔이나 천리안처럼 대량정보를 가진 호스트 컴퓨터 3백80여만 대와 접속되어 있다. 각각의 호스트 컴퓨터들은 통신망에 의해 이어달리기 식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어느 곳에서든 접속만 하면 어디로든 연결된다. ‘네트워크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Network of Networks)’인 셈이다.

국내 이용자 15만~20만에 불과

 PC통신을 해본 사람이라면 인터네트에 얼마나 엄청난 정보가 담겨 있는지, 또 흘러다니는지 쉽사리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압도적으로 많은 컴퓨터 관련 자료를 비롯해 역사·지리 ·과학·철학·음악·종교·영화 등은 물론 심지어 포르노그라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자료를 찾아볼 수 있으며, 전세계에서 들어오는 뉴스와 대화 내용도 알 수 있다. 인터네트를 ‘세상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배움의 도구’라고 정의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인터네트가 지닌 커다란 강점은 그처럼 무한에 가까운 정보력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현실세계의 지리적·시간적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굳이 미국까지 가지 않아도 서울의 컴퓨터로 미국 과학재단의 슈퍼 컴퓨터를 옆방에 있는 단말기 이용하듯 쓸 수 있는 인터네트의 ‘텔넷(Telnet)’이나, 인터네트상의 파일을 송·수신할 수 있는 FTP, 가입자 누구와도 주고받을 수 있는 전자우편 등은 컴퓨터와 네트워크에 의해 형성된 전자적 세계(Cyberspace)의 규모를 끝없이 확장해가는 동인이다.

현재 국내에서 인터네트를 이용하는 사람은  15만~2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인터네트에 연결된 워크스테이션급 컴퓨터 수 1만8천4백여 대에 10배수한 규모이다. 지난해 6월과 12월 한국통신과 나우콤이 각각 인터네트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새로 가입한 2천여 뉴비즈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대학 및 교육기관이나 기업·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다. 이것은 인터네트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인터네트의 원조는 아르파네트(ARPANet)이다.69년 미국 국방부가 당시 소련의 핵 폭격이나그에 준하는 공격에도 작동할 수 있는 컴퓨터 네트워크로 구상한 아르파네트는 그 때문에 주로 국방관계자·과학자·연구원 들이 서로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정보를 주고받는 데 쓰였다. 다른 네트워크들과 합쳐짐으로써 인터네트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인데, 미국에서도 90년 45메가 bps급(bit per second:초당 디지털 신호 전송 속도. 대다수 PC 통신의 속도는 2천4백bps이다) ‘초고속 통신회선’ 이 깔리기 전까지는 소수 전문가·과학자·해커 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사정은 국내도 마찬가지여서, 82년 서울대와 KIET(전자통신연구소의 전신)가 광역 네트워크를 구성해 처음 가동한 이후 최근까지도 서울대에서 관리하는 교육망(KREN),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시스템공학연구소에서 관리하는 연구망(KREONet) 등 인터네트에 연결된 네트워크는 소수 전문가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면 이 ‘크고 복잡한 배움의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먼저 인터네트에 접속하는 방법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인터네트와 연결된 전산망에 속한 컴퓨터에 가입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기사 첫머리에 소개한 암호 같은 인터네트 주소부터 이해하는 것이 인터네트에 대한 생소함을 더는데 효과적일 듯하다. 인터네트는 미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주소의 순서도 한국의 주소와는 반대로 되어 있다. 곧 범위가 작은 곳에서부터 큰 곳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president@bluehouse.go.kr에서 @는 ‘~에 있는’이라는 뜻의 at에 해당하며 그 왼쪽은 사용자의 이름, 오른쪽은 각각 청와대, 정부, 한국을 가리킨다. ac.kr는 한국의 교육기관은 re.kr는 한국에 있는 연구기관을 뜻한다. 이밖에 co.kr(기업),nm.kr(네트워크 관리 기관), or.kr(기타 기관)따위가 있다.

 인터네트에 들어가는 첫번째 방법은 근거리 통신망(LAN)으로 연결된 연구소나 큰 기업, 정부기관 등이 주로 하는 직접 접속 방법이다. 값이 비싸지만 그곳 종사자들은 얼마든지 공짜로 인터네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통신 속도도 빠르므로 인터네트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는, 인터네트에 접속하려 할 때마다 PC통신기능을 이용해 서비스 제공 회사에 전화로 접속하는 이른바 ‘다이얼업 계정’ 방법이다. 값이 비교적 싸서 개인이 가입하기에 알맞다. 한국통신이 제공하는 코네트(KORNET)콤의 나우누리에 개설된 아이네트를 통해서 인터네트에 들어갈 수 있다. 현재로서는 1만4천4백bps짜리 고속 모뎀을 지원하고 대부분의 인터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네트의 안정성이 가장 높다. 포스서브도 2월부터 아이네트를 통해 인터네트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어서 개인의 가입이 더 쉬워질 전망이다. 온라인 서비스를 통한 인터네트 접속 방법은 데이콤의 천리안에서 볼 수 있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했다. 천리안 주메뉴의 ‘500. 인터넷 접속’을 선택해 들어가는 방식이다. 데이콤도 올 4월부터 전자우편 같은 인터네트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인터네트 붐에 견주면 한국의 경우는 지금까지 미약한 편이었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말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11개 대도시에 구축된 1.5메가bps급 고속 기간망은 인터네트 붐의 결정적 걸림돌인 속도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해줄 것으로 보여 올해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한꺼번에 2천명이 사용해도 전송 회선에 별 무리가 없다.

가까이하기엔 아직 먼 인터네트

 그럼에도 인터네트는 아직 멀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인터네트의 운영 체계가 PC의 운영 체계인 MS-DOS와 전혀 다르고 낮선 유닉스 체계이다. WWW나 모자이크, 웹 브라우저 같은 그래픽 환경의 손쉬운 인터네트 도구들이 있지만 전화선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아직 그림의 떡일 뿐이다. 애써 인터네트 안에 들어간다 해도 어디에 어떤 정보가 들어 있는지에 대한 노웨어(know-where)가 없는 한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고퍼·웨이즈·아치 같은 정보 검색 도구, 심지어 엄청난 정보를 담은 고퍼 자체의 정보 내용을 검색하는 도구(베로니카)까지 있지만, 시시각각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를 제대로 검색해서 선별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정보의 ‘보고’가 ‘수렁’으로 전락해버릴 판이다(46쪽 기사 참조).

 인터네트가 지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보 범람과 그로 인한 조직화나 검색의 어려움보다 언어·문화의 문제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민감하거나 음란하고 질 낮은 내용들이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안방까지 유입될 수 있는 것이다. 허진호 박사(아이네트 대표)는 “인터네트 정보의 90% 이상이 영어라는 점은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줄 뿐 아니라 문화의 ‘역조 현상’ 마저 낳을 위험이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국력에 걸맞는 정보제공자로서의 위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인터네트 사용 빈도로 볼 때 미국 스웨덴 일본 프랑스 등 정보 선진국보다 한참 처진 26~27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것은 문화의 역조 위험이 적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정보력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인터네트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보 사회의 뼈대를 이를 것이다. 문제는 그것

이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뛰어들어야 한다 ■

이 정도는 알아야

프로토콜(Protocol) : 컴퓨터끼리 교신할 수 있도록 작동 방법을 알려주는 규칙 또는 표준.

FTP(File Transfer protocol) : 컴퓨터끼리 파일을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토콜.

텔넷(Telnet) : 멀리 있는 대형 컴퓨터를 그 지역 단말기처럼 쓸 수 있게 하는 프로토콜.

아치(Archie) : 모든 FTP 장소에 있는 파일의 목록을 관리하는 프로그램.

고퍼(Gopher) :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가 처음 개발한 검색 도구. 인터네트에 담긴 정보를 메뉴 형태로 보여준다.

WWW(World Wide Web·W3) : 문자·그림·소리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인터네트의 멀티미디어 서비스.

WAIS(Wide Area Information Service) : 광역정보 서비스. 인터네트의 정보를 통합된 하나의 데이터 베이스처럼 생각하고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한다.

IRC(Internet Relay Chat) : 인터네트의 대화방. 영어가 공용어다.

TCP/IP(Transmission Control Protocol/Internet Protocol) : 인터네트를 구성하는 네트워크들이 연결될 때 쓰는 통신 규약.

DNS(Domain Naming System) : 인터네트 가입자의 주소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구성하는 방식.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