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 4총사
  • 글 조용준 특파원 ()
  • 승인 199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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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벽 높지만

 카메룬의 최대 도시 두알라 중심가에 자리잡은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사무실에는 이곳 시장개척에 한창인 4명의 젊은 사업가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자동차정비소를 운영하고있는 金弘起 사장, 무역업을 하는 朴憙成 사장, 가발업체인 미성상사의 白道光 소장, 청송물산의 林賢出 지사장이다. 이들이 아프리카를 찾게 된 동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밤낮없이 열심히 뛴다는 점에서는 한몸이나 다름없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투자환경은 정치적 안정이나 경제여건, 사회간접자본 면에서 매우 열악하다. 대규모 농장소유는 물론, 각종 광산물 채굴권이나 산림벌채권은 프랑스나 영국 등 외국인들 손에 쥐어져 있다.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에서 그렇듯이 1백여년 전부터 자리잡은 인도계 · 레바논계의 상권을 공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 원화 가치 상승과 임금인상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으로 한국 상품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기술 면에서는 일본에, 가격 면에서는 중국 등에 밀리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이 젊은이들은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말리 부르키나파소토고 차드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 서부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넘나들며 시장개척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의 고통은 교통 문제와 각국의 불규칙한 입국절차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부 아프리카 항공사들은 자리만 채울 수 있으면 예약손님이 있건 없건 출발시각보다 두세시간 먼저 출발하기가 일쑤이다. 손님이 없거나 할땐 서너시간 연발착도 예사다. 대부분의 비행기가 고물인지라 예정된 비행기 스케줄이 취소되는가 하면, 탑승객 수에 따라서는 사전통보도 없이 노선이 변경되기도 한다. 비자가 있어도 입국을 시켜주지 않아 짐과 함께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올 때도 있다.

 김사장은 얼마전 사진현상소를 차리기 위해 차드에 두달간 머물면서 양복차림에 오토바이 뒷안장에 앉아 넥타이를 휘날리며 일을 보러다녀야만 했다. 택시가 없고 오토바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업을 하는 박사장은 나이지리아에서 사기단을 만나 혼쭐이 났었다. 원유를 국제시세의 절반값으로 사주겠다며 각본을 짜놓고 박사장에게 접근했던 현지인들이 그의 돈을 훔쳐 달아난 것이다.

 미성상사의 현지공장 운영을 맡고 있는 백소장은 사업초기에 제품의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느라 애를 먹었다. 직공들이 가발제품을 화장지 대신 사용하는 바람에 화장실이 막혀 사용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직공들을 설득하고 공장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게 해 지금은 카메룬 최대의 가발공장으로 회사를 발전시켰다.

 아프리카는 개척자 정신을 지닌 젊은 사업가에게는 덤벼볼 만한 도전의 땅이다. 청송의 임현출 지사장은 아프리카 시장의 매력을 다음 한마디로 압축한다. “뛰는 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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