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총리회담 출발점에서 ‘맴맴’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0.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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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동도 성과없이 끝나 … 盧ㆍ고르비 회담이 새 변수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제3차 남북총리회담은 양측이 서로의 입장차이만 드러낸 채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우리측 입장에서 볼 때 이번회담의 결정적 ‘걸림돌’은 북측이 2차회담 때부터 내놓은 ‘불가침선언’ 문제였다. 우리측은 교류협력을 우선한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기본합의서> 작성을 제안했으나 북측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3차에 걸친 총리회담은 어떤 합의점을 향한 노력이었다기보다 상호 불신 속에서 상대측의 ‘속셈’을 파악하기 위한 탐색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측은 1, 2차회담 및 실무접촉과정에서 나타난 북측의 주장을 어느정도 수용한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내놓았다. 총 10개조로 된 이 기본합의서는 △상호체제 존중 및 상호비방ㆍ중상금지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상호개방 △3통협정 체결 △이산가족 재결합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기본합의서를 채택한 지 1개월 후 남북정치분과위원회에서 북측이 내놓은 ‘불가침선언’을 수용토록 하고 있다. 또 불가침에 관한 합의사항의 실천을 위해 군사공동위원회를 설치하며 불가침에 관한 국제적 보장조처를 강구토록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측은 2차회담 때 우리가 내놓았던 화해협력에 관한 선언을 ‘불가침선언’에 접목시킨 ‘북남불가침과 화해협력에 관한 선언’을 내놓았다. 북측안은 △상호비방 및 중상 중지 △이산가족 재결합 △상호교류협력 △군사당국자간의 직통전화 설치 △총리간 직통전화 설치 등 남측안과 공통적인 주장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북측은 이같은 교류협력의 실천에 앞서 ‘불가침선언’의 채택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 ‘신뢰구축의 순서’를 두고 남측과 인식차를 드러냈다.

 북측은 남한내에 핵무기와 이의 ‘실질 소유자’인 주한미군이 있는 한 진정한 긴장완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침 선언’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측은 ‘불가침 선언→북한ㆍ미국 평화협정 체결→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북측의 대남전략이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안보태세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불가침선언 내용이 무력 불사용, 분쟁의 평화적 해결, 불가침 경계선 설치 조항 등만을 담고 있지 국제감시와 검증 등 구체적인 보장책을 결여하고 있다는 게 우리측의 생각이다.

 회담에 임한 양측의 태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측은 북측이 2차회담에서 ‘불가침선언’을 제의하자 “국민과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총리회담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었다. 그런데 이번 회담에서는 입장을 바꿔 기본합의서가 채택되면 정치분과위원회를 통해 불가침선언의 구체적 실천 방안까지 논의할 수 있다고 나왔다. 더구나 종전에는 불가침선언을 제의함에 있어 이번과 같은 전제조건이 없었다. 이 때문에 우리 입장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북한측이 보인 태도도 석연치 않다. 특히 회담 이틀째인 12일 북한측 기자들이 林秀卿양의 집을 찾고 동국대 지하철역 남대문시장 등을 방문해 학생과 시민을 상대로 북한선전에 열을 올린 것은 이번 회담에 임하는 북측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럽게 했다.

 회담기간에 북한의 방송 신문 등 언론매체가 종전처럼 우리측 주장은 생략하고 북측의 주장만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북한이 대남통일전선 차원에서 남북대화를 이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한 내년 2월25일부터 3박4일 동안 평양서 열릴 예정인 4차 총리회담 역시 ‘만남을 위한 만남’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다만 盧泰愚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과 내년봄으로 예정된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서울 방문으로 대표되는 한ㆍ소관계의 새로운 진전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가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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