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공명 해치는 ‘보이지 않는 손’
  • 김 당 기자 ()
  • 승인 200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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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연’ 보고서 / 방송 · 신문, 특정 후보 부각 등 편파…선거 무관심 유발도


 

대통령에서부터 통 · 반장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공명 · 공정 선거를 외친다. 그러나 막상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언론도 그 점에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 14대 총선에 이어 지난 9월4일부터 언론의 편파 · 왜곡 · 불공정 보도에 대한 감시활동을 재개한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상임대표 정동익 · 이하 선감연)가 최근 펴낸 ,대선보도 모니터 중간보고서>(이하 보고서)는 언론이 공정선거를 해치는 ‘보이지 않는 적’임을 고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방송의 사례를 요약하면 이렇다.

 3당 대표 국회연설은 대선을 앞둔 공약과 대국민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번 선거를 정책대결로 이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보도 순위에서 방송 3사는 김영삼씨 연설을 첫머리로 다뤘다. 그러나 방송은 김영삼씨의 ‘의원직 사퇴’를 다루면서 기록필름(과거의정활동 · 87년 유세장면 등)을 겹치기로 삽입, 뉴스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극적 효과를 내도록 처리해 정책보다 사퇴에 비중을 둔 김영삼씨의 ‘충격요법’을 충실히 수용했다. 이는 김영삼씨 개인의 이미지 부각에 크게 기여하는 화면제작으로 특정인 편들기 인상이 짙다. 한편 KBS는 김대중 · 정주영씨 연설을 세 번째로 취급해 뉴스가치의 선택에서부터 형평성을 잃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어떤 인물을 부각하는 데 원샷(화면 중심에 한 인물이 가득 자리잡게 촬영하는 것)의 효과는 매우 크다. 특히 뉴스에서 비중있게 다뤄지는 정치적인 인물의 경우, 원샷의 횟수와 지속시간은 시청자에게 강한 지도자적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런데 <표>에서 보듯, 방송 3사 모두 횟수와 시간에서 형평성을 잃었다.

 특히 3당 유세전 보도에서도 김영삼씨의 육성발언과 기자의 리포트가 일관성있게 반복돼 호소력을 높였고, 청중의 환호하는 모습과 이에 답변하는 김씨의 모습 등이 잘 부각되었다. 반면 김대중씨의 경우 정책대결 내용보다는 시장 방문 때 상인들과 나눈 잡담이 육성발언으로 삽입되었으며, 정주영씨의 경우에도 짧은 화면이 계속되어 산만한 분위기로 처리되었다.

 등시간 배분 원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화면 내용의 공정성이다. 방송 3사는 11월6일 보도에서도 김영삼씨는 연설 뒤 환호하는 군중의 모습과 깃발의 물결, 청중의 열기가 잘 전달된 반면 김대중씨는 육성 다음에 반응없는 청년들의 모습을 부분적으로 보여주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3당 사전선거운동 경고에 대해서도 MBC는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가 김대중씨 홍보물을 들린 혐의는 보도하면서 민주산악회가 금품을 돌린 혐의는 보도하지 않았다.

 또 민주당의 공약 발표일인 11월2일 sbs는 민자 · 민주 · 국민이라는 의례적인 보도 순서에 따라 첫 번째 뉴스로 “민자당 내일 공약발표(주요 내용은 김영삼씨의 지방유세 활동)”, 두 번째 “민주당 100대 공약제시”, 세 번째 “국민당 모레 공약발표(주요 내용은 정주영씨의 지구당 개편대회)” 등으로 제목을 뽑아 민주당 공약발표 의미를 희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편 방송은 대선을 앞두고 강종 직능단체들이 후보자들을 초청, 후보자의 정견과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보도를 외면한 대신에, ‘감성이 지배하는 이미지 선거로 끌고갈 가능성이 큰 대규모 대중집회’에 관한 보도비중을 불이지 않고 있다. 특히 주 후보만 각종 토론회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김영삼 후보의 토론회 불참이 거의 상례화되고 있는데도 이에대한 지적이 없어 방송 또한 말로는 정책대결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이미지 선거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선감연의 보고서에 따르면 결국 거의 모든 언론이 3당의 정책공약과 유세활동을 보도하면서 그 허와 실, 또는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은 채 싸잡아 비난함으로써 오히려 유권자의 ‘선거 무관심’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시청자가 뉴스를 선택할 기회조차 없이 화면과 음성에만 매달려야 하는 텔레비전 보도의 경우 뉴스의 비판적 수용보다는 방송이 내보내는 것을 무의식중에 그대로 수용하기 십상이라는 점에서, 선거보드자체가 공정선거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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