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불린’ 정주영, 양김 추격
  • 서명숙 기자 ()
  • 승인 200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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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으로 ‘2강1중’ 3파전 굳혀 … 박태준 의원 가세가 변수


 

20일 대통령선거일 공고와 후보자 등록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14대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이와 함께 3당은 본격적인 3파전 시대로 돌입했다.

 당초 정치분석가 대부분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양김의 마지막 승부’라는 관점에서 파악해왔다. 선거관 자체가 깨질 수도 있다는 이른바 ‘음모설’만이 그 분석을 가로막는 유일한 장애물이었다. 그러나 지난 16일 국민당과 새한국당의 통합선언은 대선의 양상과 흐름을 일시에 다른 방향으로 틀어 놓았다. 이 사건으로 대통령 선거는 ‘2강(양김) 1중(정주영)’의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물론 양당 통합에 따른 진통과 잡음, 부작용도 있다. 이종찬 의원 등 새정치국민연합측 인사들은 내부 의견조정을 끝내지 않은 통합선언에 반발, 통합 무효를 선언하며 새한국당을 독자 창당하겠다고 밝혀 명실상부한 ‘당 대 당 통합’은 불투명하다. 따라서 이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려 있고, 만일 이의원이 끝내 통합성격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통합효과는 반감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국민당은 통합의 성격이 어떻든 이번 통합을 계기로 추격의 막강한 발판을 마련했다. 정주영 후보 개인으로서는 대통령후보 사퇴 문제와 대선 이후 국민당의 존속에 대한 의구심을 2천억원 규모의 당기금 출연으로 완벽하게 봉쇄해냄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막판 사퇴설’을 완전 차단했다. 대선을 앞두고 영남세를 보강하는 ‘몸집 불리기’에 성공함으로써 대국민용 전시효과와 함께 막판 기세를 올릴 수 있는 가능성도 끌어냈다. 14일 양당 실무협상 대표들이 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변정일 국민당 대변인이 “대선을 앞두고 정당 분열은 많았지만 통합은 한국 정당사상 최초의 일”이라며 통합의 의미를 강조한 것도 통합효과의 극대화를 겨냥한 발언이다.

 국민당 ‘세 불리기’에는 아직도 큰 변수가 남아 있다. 외유중인 박태준 의원의 합류가 그것이다. 정후보는 박의원의 민자당 탈장 이후 줄곧 박의원의 행보에 관해 “신당 참여는 안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은 행사할 것이며 경제대통령 만드는 일에 나설 것이다”라며 ‘자신의 추리’를 언론에 흘려왔다. 홍콩에 체류중인 박의원도 지난 12일 귀국해 잠깐 머무르는 동안 새한국당측 김용환 · 이자헌 의원 등을 접촉, 이들에게 “국민당 합류”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박의원의 배후 조정, 막판 합류” 가능성을 점친다. 박의원의 경우 그동안 줄곧 정치개혁과 경제발전을 위해 내각제 소신을 피력해온 만큼, 탈당 이후 여러 차례 가진 정대표와의 회동에서 ‘장기적인 구도’를 논의하고 교감을 나누었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당의 추격을 보는 두 당의 표정은 극히 대조적이다. 민자당은 국민당의 여권표 잠식을 우려하며, 특히 박의원의 합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의원이 국민당에 합류할 경우, 겨우 진정된 당 이탈 사태가 재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 쪽에서는 “충분히 예측했고, 또 기대했던 일”이 일어났다며 반기고 있다. 선거양상이 3파전으로 전개되면 김대중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민주당은 경북과 중부권의 ‘여권 이탈표’를 정대표가 흡수 해주기를 은근히 바란다. 그러나 국민당의 약진이 반드시 민주당의 ‘장미빛 계산’을 충족시켜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국민당은 최근 민주당이 주요 지지기반으로 여기는 중소기업인 · 자영업자 · 도시 서민층을 빠르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현재 우위를 점한 민자당, 근소한 차이의 열세를 인정하며 자력 승리보다는 어부지리를 기대하는 민주당, 3당 가운데 가장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막판 뒤집기를 장담하는 국민당 사이의 3파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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