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 4대 강국 통일한국 경계한다.
  • 한종호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06.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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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창간 3주년 기념 통일 분야 여론조사


 

조사설계

●조사지역:읍면단위 포함한 전국(제주도 제외)

●모집단:만 20세 이상의 남녀

●표본추출방법:(인구비례를 기초로 한) 다단층화 무작위 추출

●표본크기:1,000명(유효표본)

●최대허용오차:±3.1% (95% 신뢰수준에서)

●실시기간:1992. 9.18~9.25

●조사방법: 1:1 개별면접

●코리아리서치센터(대표 朴泳浚)

 한때 금세기 통일 가능성을 점치며 들떴던 분위기가 조금씩 사그라지면서 국민은 통일 방식으로 급격한 상황 변동보다는 차분하고 지속적인 교류쪽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이 창간 3주년 기념 기획의 하나로 일반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 여론조사(통일 분야)에서 응답자의 33.0%는 독일식으로 북한을 흡수 통일해야 한다고 대답했고, 응답자의 23,4%는 지금의 체제를 그대로 둔 채 연방제로 통일을 하자고 응답했다. 흡수 통일을 지지한 사람은 나이가 많을수록(50대 이상 41.3%), 그리고 교육수준이 낮을수록(국졸이하45.7%) 많았다.

 3년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을 계기로 정부나 학계에서는 그 전까지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던 독일식 흡수 통일이라는 기능주의적 통일 방안이 크게 유행했다. 물론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라는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 방안이 있었지만 안기부와 통일원, 그리고 정부 각 부처는 이른바 ‘북한급변대책’이라는 흡수 통일 대비 방안을 세우고 거기에 필요한 ‘통일비용’을 계산하는 데 열을 올렸다. 최근에는 정주영 후보가 아예 자신의 정견으로 들고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의 ‘급변’에 대한 회의적 견해가 꾸준히 제기됐고 최근 들어 협상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 난항을 거듭하자 조기 통일에 대한 다소 회의적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번 조사에서 65.3%의 응답자가 연방제 혹은 장기적 교류를 통한 공존을 지지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정부 가운데 어느 쪽이 통일을 더 원한다고 보느냐 하는 질문에는 남한(61.5%)을 지목한 사람이 북한(7.8%)보다 많았고, 양쪽 다 통일을 원한다는 대답(19.4%)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대학 재학 이상(22.4%)과 학생(28.2%) 가운데 상당수는 ‘양쪽 다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는 남북한 집권층의 통일정책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남쪽에서는 정부의 창구 단일화론을 놓고 아직도 정부와 재야의 이견이 좁혀지질 않고 있다. 북쪽의 입장도 뚜렷한 것이 아니다. 남조선노동당사건에서 엿보이듯 북한은 북한식 제도통일론을 대남정책의 주류로 삼고 있으면서도 공식으로는 애매한 연방제를 되풀이 하고 있다. 올해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통일문제 심포지엄에서 崔禹鎭 외교부 순회대사는 “두개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여 공존시키는 연방제를 ‘통일’로 보고, 제도까지의 통일은 후대에 맡기자는 것이 공화국의 통일 방안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반도 주변의 4대 강국 가운데 남북한 통일을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로 미국(40.3%)을 가장 많이 지목한 반면, 러시아 (16.3%) 중국(15.6%)보다 일본(9.8%)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지하는 나라가 없다는 대답이 47.3%를 차지했다. 이는 자주적 통일정책의 필요성을 암시한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뿌리깊은 불신을 갖고 있으며 남한쪽으로의 조속한 통일을 지지하는 편이다. 반면 일본

은 통일한국이라는 반일성향이 강한 강자의 출현을 원치 않으며 북한을 개방시켜 엔블럭에 수직적으로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남북의 조속한 통일을 원치 않는 것 같다. 중국은 남북이 통일되면 중국 경제개혁에 끌어들일 수 있는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으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점진적 통일을 원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중국은 북한을 고립시키지 않기 위해 세심한 ‘정치적 배려’를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의 입장은 뚜렷하지 않으며 동북아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방향에서 남북한관계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문제에 관련해 북한이 평화적 목적으로 원자력 개발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반대(56.1%) 입장을 보였다. 찬성하는 입장(34.7%)은 젊을수록(20대 38.4%), 교육수준이 높을수록(대학 재학 이상 44.1%)높았고, 학생층에서는 찬성(48.7%)이 반대 (46.2%)보다 많았다. 또 북한의 풍부한 핵원료와 남한의 원전 기술을 바탕으로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추진하는 것에는 49.2%가 바람직하다고 대답했다. 특히 북한의 평화적 원자력 개발을 지지하는 사람 가운데 86.2%가 남북의 원자력 협력을 지지했다.

 남북한 간의 핵문제는 장기적으로 군사적 사찰만으로 종결될 수 없는 많은 쟁점이 있다. 첫째는, 유한한 에너지 자원의 대체연료 개발이라는 경제안보 차원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핵군비통제를 위한 신뢰 구축의 문제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남북한의 평화적인 원자력 협력은 사고 위험이 높은 북한 원자로의 안전 문제와 에너지난을 해소하고 여기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사찰 규정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분위기는 북한과의 원자력 협력에 대해 입도 뗄 수 없는 강경일변도라는 게 문제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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