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충남에도 ‘鄭風’ 민자당과 백중세
  • 대전 · 문정우 기자 ()
  • 승인 2006.05.0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동표 40~50 최대 격전지 ‥‥ 민주당도 선전


 

정주영 김영삼 김대중 등 3명의 대선 후보가 차례로 다녀간 지난주 내내 대전 ·충남 지역은 짙은 안개에 덮여 있었다. 유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전 11시 이후에도 불과 5m 앞을 분간하기 힘들 때가 많았다. 대전 · 충남 지역은 안개 가 별로 많지 않은 지역인데 이같이 안개가 많이 끼자 유세장에 모인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대통령 후보들이 충청도에 안개를 몰고 왔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런 농담처럼 이 지역에서 세 후보는 그 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을 펼치고 있다. 선거운동 초반에는 김영삼 후보의 인기가 압도적인 것처럼 보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세 후보의 지지율은 점점 좁혀져가는 양상이다. 특히 정주영 후보의 부상은 두 후보 진영에 긴장감을 몰고올 정도로 위협적인 것으로 보인다. 

 대전의 유권자수는 72만여명. 지난 14대 총선 때도 이곳은 3당 모두 20%대의 득표를 했을 정도로 치열한 격전지였다. 민자당은 13만4천5백표, 민주당은 12만4천표, 국민당은 10만3천8백표를 각각 얻었다. 국회의원 수는 민주 2명, 민자 1명, 그리고 무소속이 2명이었다. 그러나 송천영 의원(동구 을)이 민주당에서 민자당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국회의원 수에서는 민자당이 한발 앞서 있다. 

 이같은 결과만을 놓고 볼 때는 지역구 의원이 한명도 없는 국민당이 단연 열세인 것 같지만 각당 선거운동본부의 분석은 그렇지 않다. 국민당과 민주당에서는 현재 정주영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민자당에서는 아직 김영삼 후보가 앞서고 있으나 정후보와의 차이가 점점 좁혀져가는 것으로 보고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나 각 당의 자체조사 결과 아직도 부동표가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3당 모두 자신들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기도 하다. 

 민자당 대전시지부 윤석관 사무처장은 “현재 정주영 후보가 선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자당의 공조직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으므로 상황은 곧 달라질 것이다. 이곳 유권자들의 성향이 본래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 당 후보를 선택할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민자당 대전시지부는 51% 득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당 관계자들도 현재로서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열 · 혼탁 조짐도

 민주당 대전직할시 선거대책본부장 유인범씨는 "쉽게 달아오르면 금방 식는다. 정주영 후보에 대한 인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민자당측에서는 선거 막판에 불리하다 싶으면 정주영 후보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가할 것이다. 그렇게 두 당이 이전투구를 벌이면 민심은 자연히 우리에게 쓸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거 막판에 20~30대의 표가 김대중 후보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고 득표목표를 44%로 잡고 있다. 

 국민당의 대전시지부장 김태룡씨는 “현재 대전 지역 여론조사 응답자의 45% 정도가 정주영 후보를 지지할 정도로 국민당 인기가 높다. 민자 · 민주는 엇비슷한데 민주당이 조금 앞서가고 있는 양상이다. 민자당은 공조직과 김영삼 후보의 사조직인 민주산악회 등이 마찰을 빚고 있어 회생불능이다”라고 말했다.  국민당 당직자들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강한 이곳의 반양김 정서가 정주영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의 득표 목표는 60%”라고 기염을 토한다. 

 대전 지역에서는 지금 한창 ‘바람’과 ‘거품’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주영 후보의 인기가 표로 이어질 바람인가 아니면 금방 사그러들 거품인가 하는 것이다. 현대의 운전기사 ㅂ씨는 “정주영씨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양김씨에게 식상해 사람들이 반은 장난으로 정주영씨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막상 투표장 에 가면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전시청의 50대 공무원 ㄱ씨는 “정주영씨 바람이 심상치 않다. 공무원 중에는 오히려 김영삼씨를 찍겠다는 사람보다 정주영씨를 찍겠다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선거 때마다 여당 표몰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지역의 통반장들이 현재 대부분 국민당으로 넘어간 상태다. 조직력에서도 정후보는 다른 후보들을 누르고 있다. 아마도 대전 지역에서 만큼은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을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총유권자 수가 1백23만명인 충남 지역에 서는 김영삼 후보와 정주영 후보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그 뒤를 김대중 후보가 바짝 뒤쫓고 있다는 것이 각당 선거운동 본부의 공통적인 견해이다. 하지만 이 지역도 대전과 마찬가지로 현재 부동표가 40~50% 로 추산되기 때문에 아직은 우열을 가리기 불가능한 상태다. 지난 14대 총선 때는 민자당이 39만9천3백52표, 민주당이 18만5천1백 65표, 국민당이 겨만7천5백41표를 얻었다. 

 민자당 충남도지부 관계자들은 국민당의 선심관광이 효력을 발휘해 현재는 정주영 후보의 인기가 김영삼 후보를 위협할 정도로 치솟고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김후보가 다시 선두를 달리게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특히 국민당 대천 유세장에서 터진 나체쇼 사건이 정후보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득표목표는 45% 로 잡고 있는데 현재는 김영삼 정주영 김대중 후보가 각각 35 : 25 : 20 정도로 표를 나눠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충남도지부의 당직자들은 현재는 김대중 후보가 정주영 후보나 김영삼 후보 보다 약간 처져 있지만 텔레비전 유세가 본격 적으로 시작되면 지지율이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농가부채 탕감과 각종 세금 인하 공약이 농민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판단, 고무된 모습이다. 득표 목표는 35%로 잡고 있는데 농촌에서 바람이 불고, 20-30대 유권자의 투표율이 높으면 그 이상도 가능하리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국민당 충남도지부 관계자들은 선거 초반 정주영 후보가 예상외로 강세를 보이자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투표날까지 지속시킬 수 있을까 부심하고 있다. 득표목표는 50%인데 최근의 나체쇼 사건이 악역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대전 · 충남 지역에서 세 후보가 이같이 혼전을 벌임에 따라 각당 관계자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선거 분위기가 과열될 조짐도 보인다. 특히 국민당측은 나체쇼 사건으로 타격을 입은 데다 최근에는 대전 유성지구당에서 집단 탈당사태까지 벌어져 분위기가 격앙된 상태다. 국민당측은 이같이 상식 밖의 사태가 연속해 터지는 것은 민자당측의 ‘공작’이 작 용한 때문이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탄압’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자당 측은 국민당측에서 표몰이를 위해 무리수를 두다 화를 입으니까 엉뚱하게 민자당측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며 국민당의 금권선거에 대해 수사당국은 보다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권자는 속 내비치지 않은 채 담담

 민주당측은 국민당의 선전에 무언의 성원을 보내는 듯한 태도였으나 최근 국민당 연기군지구당 게시판에 “김일성 주체사상과 결합한 DJ 선생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라는 벽보가 나붙자 국민당을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무슨 것이라도 저지를 무법자 집단” 이라고 맹렬히 성토하고 있다. 

 부정선거 수사가 편파적이라는 국민당측의 주장은 사실 대전 · 충남 지역에서만큼은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이 지역 공선협 관계자 들은 “적어도 외부에 드러나는 것만을 보면 김영삼 후보 진영이 훨씬 많은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얘기한다. 지난 12월3일 오전 9시 천안시 목화예식장 앞에는 7대의 관광버스가 주차해 있었다. 민주산악회 천안시지부 가 주선한 모임이었는데 참석자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의 아주머니들이었다. 《시사저널》 취재팀과 현장을 포착한 공선협 관계자는 “현재 이런 식으로 대담하게 운동을 하는 것은 김영삼 후보 진영뿐이지만 전혀 관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각 후보 진영의 치열한 싸움과 달리 대전 · 충남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은 담담한 편이다. 각 후보자들의 유세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후보들의 연설을 조용히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좀체 속내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충청도 사람들의 선택은 무엇일지 속타는 것은 선거 관계자들뿐인 것 같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