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대통령 편하게”
  • 이흥환 기자 ()
  • 승인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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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 “모든 절차가 작전”



의전수석은 측근 중의 측근…“경호는 안전이 최우선”

 청와대 의전비서실에서는 크든 작든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든 모임을 ‘행사’라고 부른다. 청와대의 외부인사 한명이 대통령과 독대를 하더라도 의전실 입장에서는 ‘행사’가 되며, 담당 비서관은 대통령 의전절차에 따라 준비를 한다.

 의전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을 편하게 하는 것이 의전이다. 일부에서는 의전이 너무 격식에 얽매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행사의 흐름을 자르거나 통제하는 것은 의전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의전 담당자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을 편하게 ‘모시려면’ 우선 담당자 자신이 편해져야 한다. “대통령을 너무 어려워한 나머지 담당자가 경직되어 있으면 의전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우선 담당자가 편한 마음과 편한 자세로 의전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관례상 오른쪽이 상석

 대통령이 혼자 있을 때 의전을 필요없다. 다른 사람과 접촉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의전절차도 시작된다. 회사원 ㄱ씨가 대통령과 만나자면 해당 비서실을 통해 ‘대통령 예방 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자가 접수되면 의전실에서는 예방 신청자들에 대해 예방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일정 조정을 거쳐 해당 부서에 통보한다. 예방이 허락되면 구체적인 면담절차는 의전실에서 관장한다. 우선 ㄱ씨는 5~10분 전에 행사 장소(접견실이나 집무실)에 도착해야 한다. 행사 장소에 입장하기 전에 ㄱ씨는 이미 의전 담당자로부터 대통령을 ‘접견’할 때의 주의사항을 전달받는다.

 대통령은 행사 1분 전에 입장한다. 접견 사안에 따라 배석자가 참석하게 되는데 물론 대통령이 상석에 앉는다. 두 명이 나란히 앉을 경우, 국제 관례상 상석은 오른쪽이다. 부인과 나란히 서 있을 때 대통령이 부인의 오른쪽에 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급자가 왼쪽에 서는 우리나라의 전통예법과 달라 청와대 의전비서실 관계자들은 성균관이나 예지원 등 전통예법을 중시하는 단체로부터 “대통령이 부인의 왼쪽에 서야지 왜 오른쪽에 서느냐”는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

 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는 상대방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우리 대통령이 왼쪽에 앉는다. 양국 실무관계자들이 여럿 배석할 경우 양국 의전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칠 때가 많다. 좌석배치를 둘러싼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다.

 좌석배치는 의전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절차 중의 하나다. 상하 직급이나 서열순이 분명한 국무위원이나 공무원, 군인의 경우에는 문제가 안되지만, 그 밖에는 참석자의 연령순이나 이름의 가나다순 배치가 원칙이다. 한 행사장에서 단일 행사를 치르더라도 접견과 회담, 기념촬영 등 진행절차에 따라 좌석 배열이 달라진다. 의전실 관계자는 “일단 잘못 서거나 앉으면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명장을 수여할 때는 상급자인 대통령이 제자리에 서 있고, 임명장을 받는 하급자는 사회를 보는 총무처 인사국장의 나지막한 구령에 맞추어 대통령 앞으로 한발 나서게 된다. 그러나 교육정책자문위원 등 대통령과 상하관계에 있지 않은 인사에게 위촉장을 수여할 때는 위촉받는 사람이 제자리에 서 있고 대통령이 한발 나서도록 되어 있다. 의전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전두환 전대통령은 절차에 매우 엄격했고, 노태우 대통령은 자신이 세밀하고 꼼꼼한 스타일”이라고 전한다.

 대통령의 대내외 행사 참석과 일정, 각계 인사의 면담 및 접견 절차를 총괄하는 의전수석비서관(차관급)은 대통령과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어서 ‘대통령의 그림자’로 통한다. 의전수석은 대통령이 측근 중의 측근을 기용하기 마련이며 수석비서관 가운데 가장 ‘수명’이 긴 자리이기도 한데, 3명의 전직 대통령 재임 기간 중 16명의 비서실장이 바뀌었으나 의전수석은 6명만이 교체되었다는 사실도 의전수석의 위치를 짐작케 한다.

 의전이 형식이라면 경호는 실제다. 대통령 경호야말로 대통령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표출한다. 청와대의 한 전직 비서관은 “대통령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전제는 무조건적”이라고 말한다. 적대집단이 없어지지 않는 한 경호의 본질적인 측면은 바뀔 수 없고, 따라서 대통령 경호는 ‘살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대통령이 참석하는 청와대 안팎의 모든 행사는 경호실의 사전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며, 모든 경호절차는 ‘작전’ 개념으로 수행되고 있다.

대통령 퇴임 후 7년까지 경호

 청와대 비서실에서 장관급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뿐이다. 경호실장은 서열상 비서실장 바로 밑이고 모든 수석비서관의 위에 자리잡는다. 경호실이야말로 비서실과 함께 대통령을 직접 보위하는 양대 축이다. 박정희 대통령 때의 차지철 경호실장과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장세동 경호실장이 누렸던, 대통령 버금가는 권위와 위세는 경호실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은 현역 군인을 경호실장으로 임명할 수 있고, 경호실장은 경호원에게 총기를 휴대시킬 수 있다.

 대통령경호법은 경호를 대통령의 신체에 직접 가해지는 위해를 방지하고 제거하는 ‘호위’와 대통령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한 지역을 경계·경찰·방비하는 ‘경비’로 구분해 놓고 있다. 경호의 대상은 대통령과 그 가족(대통령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대통령 당선 확정자와 그 가족이다. 전직 대통령의 경우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퇴임 후 7년까지 그의 배우자와 자녀를 경호 대상에 포함시키되, 전직 대통령과 동거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출가한 여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경호실은 행정처와 경호처, 안전처 및 통신처의 기구를 갖추고 경호실차장 밑에 기획관리관과 청와대 종합상황실을 가동하고 있으며, 전체 인원은 알려져 있지 않다. 경호실장 휘하에는 행정 각부처 관계자들로 구성된 대통령경호안전대책위원회가 있는데, 경호실장 외에 외무부 영사 교민국장·내무부 치안 본부 제3부장 ·국가안전기획부 제1국장.합동참모본부 제3국차장.국군기무사무령부 보안처장·육군본부 헌병감·수도방위사령부 작전참모 등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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