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뚜막 고양이 때려잡자 ”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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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도둑 ’ 사건 터진 뒤 부천 시민들 영수증 확인 작업 계속



 건국 이래 최대의 감사 파동을 불러일으킨 부천시 세금 도둑 사건은, 12월10일 검찰이 수사 결과를 중간 발표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 날 인천지방검찰청 발표 내용의 핵심은 사건 관련자 수와 전체 횡령 규모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가 모두 50명이며, 횡령 액수는 31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세금 도둑 사건의 직접 피해자 격인 부천 시민들은 이같은 검찰의 발표 내용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들은 먼저 횡령규모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한다.  영수증 대조작업을 60% 정도 진행했던 시점에서 검찰이 밝힌 세금 도둑 사건 횡령액 규모는 46억원대.  당시 검찰은 대조 작업이 끝나지 않은 영수증분까지 합쳐 추산하면 횡령액 규모가 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린 수사결과에서는 횡령액이 예상보다 3분의 1이 줄어든 31억원으로 나온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계산상 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천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중간 발표하던 날, 부천 경실련의 한 간사는 “바로 이틀 전만 해도 주범격 세금 도둑 2명이 또 자수했다.  추가 수사를 위해 검찰이 중간발표를 연기할 줄 알았는데 예정대로 발표를 강행한 것은 뜻밖이다 ”라고 말했다.

 부천YMCA · 부천경실련 · 부천생활문화센터 등 부천 지역 9개 시민 단체는, 부천 세금 도둑 사건이 터진 직후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영수증 확인 운동’을 벌여왔다.  시민들이 직접 등록세 · 취득세 영수증을 거둬들여 이를 검찰측이 확보한 영수증과 일일이 대조해 보자는 것이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횡령 사건에 관련된 세무 공무원들이 수납 장부를 조작하거나 영수증을 폐기한 사실까지 있어, 부천 시민들은 자기네가 거둔 영수증이 횡령액 전체 규모를 밝히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천 지역 시민 단체의 영수증 확인 작업은 지난 11월26일부터 세금 횡령 가능성이 짙은 부천 원미구 등 중동 신도시아파트 단지 주민을 대상으로 집중 실시되었다.  검찰 발표가 있던 날인 12월9일 현재까지 진행 현황은 목표의 65% 정도가 진척된 상태.  이 때까지 시민 단체가 주민들로부터 받은 등록세 · 취득세 영수증만도 총 2천1백여 세대분 4천여 건에 이르렀다.

 시민 단체들은 영수증 확인 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알아낸 몇 가지 사실이, 세금 횡령 규모와 연루자 수를 밝혀낼 유력한 증거로 보고 있다.  부천 경실련 황원상 간사는 “중동 신도시 주민들이 납부한 등록세는 워낙 규모가 커 서울 지역 법무사들까지 몰려와 세금 징수에 참여했음이 드러났다.  1차로 입주가 완료된 아파트 단지만 해도 40개 정도가 되는데, 한 단지를 법무사 1명씩이 맡아도 법무사 40명이 필요하다.  지그까지 검찰 수사는 세금 횡령에 직접 관여한 세무공무원과 부천 지역내 몇몇 법무사 사무실에만 국한되었다 ”라고 말한다.  수사 범위를 법무사 전체로 확대하면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횡령 규모와 관련해 참고할 또 다른 부분은 시민 단체에 접수된 고발 내용이다.  주요 내용은  △취득액이 다른 집보다 적은데도 세금이 더 나왔다  △공과금 계산 기준이 들쭉날쭉하다 등이다.  시민대책위원회측은 검찰이 마음만 먹는다면 이같은 고발 내용이 얼마든지 사건 규모를 수사할 단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

 시민대책위원회측은 이같은 판단을 근거로 영수증 확인 작업을 예정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부천생활문화센터 한병환 간사는 “실추된 공직 사회의 권위를 회복하고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그 첫 번째 작업이 바로 사건의 직접 피해자인 시민들에 의한 영수증 확인 작업이다 ”라고 주장한다.

 부천 시민들은 검찰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후에도 세금 횡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영수증 수거 확인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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