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석유화학산업 육성 ‘속도전’
  • 이찬우<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sisa@sisapress.com)
  • 승인 1996.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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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원유 개발·산업단지 조성 박차···북·일 수교 자금으로 재원마련

 
북한이 나진 ·선본 지대에 일본의 가시마공단을 모델로 한 석유 화학단지를 설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시사저널>의 최근 보도와, 북한 서해안에 원유가 매장된 사실을 확인했다는 김정우 북한 대외경제협력 추진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북한 석유화학산업의 현황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시사저널>은, 일본 니가타의 환일본해경제연구소에 근무할 때 북한의 에너지 수급현황과 관현한 논문으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은 현 대우경제 연구소 이찬우 선임 연구원에게 북한의 원유 도입 현황과 석유화학산업에 대한글을 청택해 싣는다. <편집자>
 
 북한은 69년 12월 옛 소련의 기술 원조로 함경복두 선봉군(현 나진·선봉 지대)에 최초의 석유 정제 시설인 승리석유화학공장을 착공했다. 73년9월 연백만t처리 능력의 제1기 공사를 완료하고, 76년 같은 규모의 제2기 공사를 완료하여 연 2백만t처리할 정유시설을 확보했다. 이어 중국의 원조로 평안북도 피현군(의주 부근)에 봉화화학공장을 76년에 착공하여 80년 연 1백 50만t 처리능력의 정유공장을 완공하였다. 그러나 80년 이후 새로운 정유 시설이 건설되지 않아 북한의 원유 정제 능력은 연재 연 3백 50만t에 머물고 있다.

 원유 도입규모는 과거 최대 3백만t수준(86~88년)으로 옛 소려느 중국 및 중동 지역으로부터 각 각 백만t 규모로 도입되었다. 중국으로부터는 백만t규모를 유지했지만, 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로부터 도입이 급감(84년 백만t, 93년6만t)하고, 중동 지역 원유 도입도 이란·이라크 전쟁(80~88년)때 북한산 무기와의 구상 거래로 약 백만t규모이던 것이 90년대 이후 격감 하였다. 그결과 95년의 원유 도입은 1백10만t 규모로 과거 최대 도입 수준의 3분의 1가량으로 감소하였으며, 도입선 또한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이 되었다.

 북한이 그동안 수입한 원유의 95%는 경유·등유·휘발유·중유 같은 에너지유로 정제되었다.

따라서 석유화학산업의 기본 원료가 되는 나프타생산이 대단히 위축되어 있다. 특히 수송 부문에 쓰이는 경우와 휘발유의 비중이 70%수준을 차지 한다. 북한의 석유 소비가 도로수송 부문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이 석유화학산업에 대해 정책적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71년에 시작된 ‘6개년 계획’ 시기부터이다. 이때 경제 정책의 목표로서 석유화학공업을 추진하는 문제가 처음 제기되었고 73년에 제 1기 공사가 완료된 승리석유화학공장의 정유시설을 가동함으로써 북한도 석유화학산업의 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기는 특히 남북 간의 체제 경쟁이 본격화한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은 65년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시작된 제2차 5개년계획(67~71년)기간에 석유화학산업을 핵심산업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72년 10월 에틸렌 연산 10만t규모인 나프타 분해공장과 관련 계열 공장을 갖는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준공·가동하기 시작하였으며, 그후의 신·증설과 여천 제2 석유화학단지 건설(76년 착공,79년 완공)로 79년 현재연산 50만 5천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와 같이 한국이 북한보다 한발짝 앞서 석유화학산업을 육성한것에 대해 북한은 기존 석탄화학 중심구조를 석유화학중심구조로 전환할 것을 추진한 것이다. 즉 위에서 언급한 승리 화학공장을 준공하고 여기서 생산된 나프타를 원료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73년 평안북도 안주 지역(박천군)남흥리에 석유화학 종합 플랜트인 남흥 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착공하여 79년 에틸렌 연산 3만t규모의 나프타 분해 공장을 갖춘 석유화학단지를 완공·가동하기 시작하였다.

 
북한, 오일쇼크로 석유화학 산업 한때 포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의 석유화학산업 육성 시기가 제 1차 오일 쇼크(73년 시작)와 제 2차 오일쇼크(79년 시작)의 중간 시기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석유화학 종합 플랜트 건설 등을 위해 처음으로 서방 자본주의권으로부터 약 12억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도입했다. 그러나 곧 시작된 제 1차 오일 쇼크로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지고, 그 결과 북한의 주요 수출 상품이던 비철금속 등의 가격이 하락해 외화 수입이 격감함으로써 외채를 상환할 수 없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또한 남흥청년석유화학단지의 조업시점인 79년에 시작된 제 2차오일쇼크는 원유 도입가격에서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국제 시세보다 낮은 “우호가격‘으로 원유를 도입하던 북한에게도 원유가 인상 압박으로 작용 하였으며, 세계 경기의 침체도 북한의 외채 상환 능력은 더욱 악화했다.

 이 결과 북한은 80년대 이후,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를 원료로 한 석유화학산업 확대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다시 석탄화학산업 정책적 중심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국내 석탄생산 격감으로 인해 석탄 중심의 에너지 수급 체계 및 석탄화학산업이 위기를 맞고 원유 도입 또한 격감함으로써 북한은 정권 창립 이래 최대 경제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 위기를 극복 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 된 것이 이른바 ; 혁명적 경제 전략‘ 이라고 불리는 3대 제1주의(농업·경공업·무역)이다. 그러나 이세 가지 분야는 현재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식량난과 외화난을 해결기 위한 중심 산업 분야로서 제시 되기는 했지만,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할수 있다.

 그 한 예로 경공업의 구체 분야인 섬유 부문과 무역의 수출 부문이 연결되어 섬유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중점 육성할 경우 현재의 석탄계 화학 섬유로는 국제 경쟁력을 가질수 없기 때문에 원료 수입·가공수출또는 임가공 수출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경공업의 중심인 섬유·피복·플라스틱제품의 원료가 대부분 석유화학에서 나오고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전개되고 있는 다음과 같은 상황들은 북한이 석유화학산업을 추진할 가능성과 관련하여 주목된다. 하나는 북한의 원유 개발 움직임이다. 이미 89년 호주 메리디안사가 서해안에서 1일 4백 25배럴 정도의 원유를 시추하여 뽑아 낸 적이 있으나 경제성 문제로 생산이 취소된 바 있다. 그후 94년 8월 17일 호주 석유회사 크레어몬트 패트로리엄사와 자회사인 피치 패트로리엄사가 북한과 석유 개발 계약을 체결하여 서해안에서 탐사 작업을 벌여왔다. 금년 7월 일본을 방문한 북한의 김정우 대외경제협력위원장이 ‘서해안에 원유가 다량 매장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곧 시추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밝혔으며, 9월13~15일 나진·선봉 지대에서 열린 ‘나진·선봉 지대 투자 포럼’에서도 같은 내용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

‘한국 배제한 경제 개방’ 실험중

 둘째는, 새로운 석유화학단지 건설 계획이다. 이미 <시사저널>제 360호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 지만, 나진 ·선봉 지대의 우암지구에 일본 자본을 끌어들여 석유화학 종합 플랜트를 건설하려는 계획이다.

 이로 미루어 볼때 북한은 80년대 이후 중단된 석유화학산업 개발을 북한 경제 회생 전략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하려 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대규모 자본을 북·일수교 자금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원유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조건에서는 승리 석유화학공장이라는 기존원유정제 시설을 활용하는 나진 ·선본 지대를 석유화학단지로 조성할 가능성이 크나 만일 서해안에서 경제성 있는 원유가 생산될 것이 확실하다면 기존 평남 안주 지역에 있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확장하거나, 서해안 지역에 새로운 임해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북한은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전략으로서 ‘한국을 배제한 상태에서의 경제 개방’이 가능할 것인지 시험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의 가장 좋은 파트너는 수교 자금이 걸려 있는 일본이며, 일본 또한 산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오는 저부가가치 산업 부문 이전과 관련하여 석유화학산업 부문의 이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북·일 수교와 연결한다면 기본적으로 65년 이후 한국의 석유화학산업 발전 과정에 개입하였던 일본 자본과 정부의 논리가 그대로 북한에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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