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 개방돼도 자신있다”
  • 도쿄 · 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199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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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66%가지지…농가들 “좋은 쌀로 수입쌀 막겠다”

 쌀시장 개방의 거센 파도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은 일본농민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막바지 협상이 진행중인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던켈 사무국장이 제시한 수입관세안의 채택 가능성이 날로 농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쌀정책연구소의 시범계산에 의하면 이 수입관세안이 채택된 경우 일본의 2백57만4천세대 쌀농가가 입게 될 피해는 생산액감소 5조1천8백억엔, 고용감소 77만명에 이른다. 93년부터 7백%의 관세가 적용되고 매년 36%씩 인하되는 경우 99년에는 일본 국내 소비량의 29%에 해당하는 3백70만톤의 외국쌀이 수입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일본 국내여론의 쌀시장 개방 압력도 농가의 불안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일본국미의 66.4%가 쌀시장개방을 지지하고 있으며, 국제시세의 6배에 이르는 쌀값에 불만을 표시했다.

 안팎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쌀시장 개방압력에 일본농가도 뒤짐만 지고 있지는 않다.

 자바현 사쿠라시의 인바누마개발 대표 가네사코 유씨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건습전답을 개발했다. 이웃 농가와 공동으로 1구획 7.5ha 단위로 모두 40ha의 논을 최신식 영농방법으로 경작하고 있다. 물은 지하파이프를 통해 자동공급하고 농약살포에는 헬리콥터를 이용한다. 모내기도 못자리를 만들지 않고 직접 파종하는 직파식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일본식 영농기술을 더욱 다듬으면 미국산이나 태국산쌀이 홍수처럼 들어오더라도 아무 걱정이 없다고 장담한다. 일본에서 가장 낮은 비용으로 쌀을 생산한 오카야마시의 구니사다 마사도시씨도 그와 같은 개방파 농민이다. 그는 생산에서 출하 · 판매까지의 전과정을 정부에서 관리하는 식량관리제도가 일본의 농업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4년 전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미국산 쌀보다 3배나 비싼 신종 쌀을 출하해 화제를 모았던 사람이다.

 니가다현 나가오카시에 작년 4월 설립된 ‘라이스보드 니가타’는 주주가 모두 쌀생산 농가이다. 이들은 쌀을 어느 농가가 어떤 방법으로 재배했는가를 기록한 자료와 생산자의 얼굴사진을 동봉하여 쌀을 직접 소비자에게 우송한다. 이들의 내규에 따르면 수확한 볏집은 다시 논에 뿌려야 하고 비료는 유기비료, 제초제살포는 한 차례만 허용된다.

 이같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특별재배미’도 시장개방대책의 다크호스로 등장해 연간 7천톤 이상을 판매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일본인 입맛에는 일본쌀이 제격”
 재배쌀을 유명브랜드와 같은 이미지로 팔기 위해 이름붙이기 경쟁이 한창이다. 작년 미야기현이 신품종의 쌀 이름을 공모했더니 3만8천통이나 몰렸다. 당선작은 ‘히도메보레’(첫눈에 반함). 이 쌀은 독특한 이름 덕택으로 첫 출하 직후 가짜 쌀 소동이 일어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그밖에도 사가현의 ‘지성’, 기후현의 ‘백설회’, 지바현의 ‘꽃살’과 같은 신품종이 속속 등장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농림수산성의 관계자는 “맛도 맛이지만 애교있는 이름이 소비확대에 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이러한 현상을 풀이하고 “시장개방을 앞두고 고정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지방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 질 것이다”고 내다보았다.

 일본에서 지금 가장 맛있는 쌀로 꼽히는 고질미는 전체 수확량의 약 39%를 차지하고 있는 ‘고시히카리’라는 품종. 이어 ‘사사니시키’라는 품종이 약 10%로 이러한 고질미는 저질미에 비해 가격도 20% 이상 비싸다.

 이러한 고질미는 쌀시장이 개방되더라도 별 걱정은 없다. 그러나 품질 · 가격경쟁력이 없는 저질미의 경우 고민은 심각하다. 저질미를 생산하고 있는 홋카이도 등지는 지금 품종개량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일본쌀에 묶어두려는 노력도 왕성하다. 동양정미기계제작소의 사이카 게이지씨는 지난해에 씻지 않아도 밥을 지을 수 있는 쌀을 개발했다. 차 껍질로 쌀표면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새로운 정미법을 사용했다. 전국 식량사업협동조합연합회는 이 쌀의 판매량을 장차 10% 이상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어서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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