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실세는 젊은 개혁파
  • 최영재 기자 ()
  • 승인 1997.07.2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일성 3주기 이후 북한 체제 내부에서 대대적인 인사 개편과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혁명 1세대의 연이은 자연사가 겉으로 드러난 원인이다. 김정일은 혁명 1세대가 자연사해 생긴 빈자리를 거의 채우지 않았다. 김정일은 이 빈자리를 선대의 혁명 유업을 계승한다는 뜻에서 남아 있는 혁명 1세대에게 맡길 것 같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당·정·군의 얼굴은 살이 있는 혁명 1세대이지만, 실제 권력의 무게 중심은 혁명 유가족이나 김정일의 친인척, 김일성종합대학 동창등 신진 세대로 옮아갔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이다. 이 같은 세대 교체 흐름은 작년 연말부터 시작되었다.

당은 50대 초반 인사들이 주도권 잡아
북한에서 가장 큰 지분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당 내부는 이미 50대 초반 인물들이 주도권을 장악했고 40대가 실무를 맏기 시작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 박사는 "북한 노동당의 핵심인 정치국에는 혁명 2·3세대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혁명 1세대의 자녀로 뛰어난 경제 감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실세가 드러나지 않는 당이지만 현재 눈에 크게 띄는 인물이 두 사람 있다.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장성택과 사로청위원장 최용해이다. 장성택은 당을 우선하는 북한에서 당 핵심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어 실세중의 실세이다. 그는 당을 단결시키고 군을 통제할 수있다. 정무원에도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김정일의 매부라는 점에서 사실상 김정일의 오른팔이다.

김정일의 홍위병이라 할 수 있는 당의 외곽 청년 조직 사로청을 이끄는 최용해는 내부 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80년대 이후 숱하게 외국을 드나들며 북한의 대외 활동을 도맡다시피 했다. 그의 활동은 모두 김정일의 든든한 후원 아래 이루어졌다.

군부에서는 항일 빨치산 세대가 사망하면서 자연스런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민무력부장 오진우가 95년 2월에 죽었고, 후임자인 최 광(97년 2월)·인민무력부 1부부장 김광진(97년 2월)이 잇달아 세상을 떠났다.

군부의 가장 큰 관심사는 현재 공석인 인민무력부장 자리에 누가 앉을까이다. 김정일이 혁명 1세대를 배려한다면 호위 사령관 리을설(77·원수)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리을설이 기용되더라도 상징적 의미일뿐 이라고 말했다. 실권은 혁명 1.5세대 또는 2세대인 김정일 측근들이 가진다는 의미이다.

군부 실세는 인민무력부 총정치국장 조명록(73·차수), 총참모장 김영춘(66·차수),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일철(69·차수)등이다. 이들은 최근 서열이 높아지면서 군 중심부에 들어섰다. 이 가운데 조명록은 김정일이 나들이 할때 거의 빠짐없이 수행하는 최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다.

북한 체제에서 행정부격인 정무원은 당·정·군 가운데 가장 세력이 약한 곳이다. 따라서 정무원 인사들은 실세가 될 수  없다. 당의 실세들이 이들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주요 정책을 조정한다. 하지만 정무원 인사도 이들이 북한 체제의 얼굴 마담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정무원에서 가장 눈여겨 볼 변화는 공진태 부통리·김문성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이종옥 부주석이 최근 크게 떠올랐다는 점이다. 이 3명은 올해 들어 정무원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나진·선봉 무역지대 사업을 주도하던 김정우는 지난 4월말 사업에서 손을 떼었고, 임태덕은 잠비아 주재대사관으로 좌천되었다.

이밖에 연형묵과 김달현이 정무원 총리와 부총리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대표적인 개혁·개방주의자로 91년과 92년 각각 한국을 방문해 산업 시설을 시찰하며 남북 경제공동체 가능성을 논의했던 인물이다.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군부 세력에 힘을 실어줄 것인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혁·개방 인사를 등용해 실권을 줄 것인가. 이것이 김정일 정권의 딜레마였다. 김일성의 3년 탈상을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북한은 일단 후자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