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체제로 SW시장 지키자
  • 강태진 (한컴퓨터주식회사 대표) ()
  • 승인 2006.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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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판매방법에 따라 주문용과 패키지용으로 나뉜다. 주문용은 사용자의 주문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공급하는 것을 말하고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미리 제작해 두었다가 다수에게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컴퓨터용 소프트웨어는 주문제작이 주종을 이루고 개인 컴퓨터용 소프트웨어는 패키지 형태가 많다.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대수와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수요 또한 크게 늘고 있다.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한번 히트하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지적소유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3~4년 전만 해도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장이라는 것이 없었다. 주문용 소프트웨어와 달리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한번 개발하는 데 엄청난 투자를 필요로 하면서도 수입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우리나라의 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이 지난 2년 동안 놀랍게 성장했다. 90년 1백14억, 92년 3백억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급성장의 요인은 두가지로 볼 수 있다.

 

급성장한 수입 소프트웨어 시장

 첫째, 지적소유권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이다. 그동안 한국정보산업연합회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이 이에 대한 홍보와 교육활동을 해왔으나 소비자의 인식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91년초에 있었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얼라이언스(Business Software AllianceㆍBSA)의 활동이었다. BSA는 미국의 대규모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단체로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를 감시하고 정품 사용을 유도하는 일이 주 업무이다. BSA는 국내의 작은 기업을 제소함으로써 주고객이 될 대기업에 간접적으로 경고를 보내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 전략에 힘입어 미국 굴지의 소프트웨어 회사의 매출이 몇배로 증가했고 수입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도 1990년보다 48%나 늘어난 1천49억원이었다.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장이 급성장한 두 번째 요인은 유통망의 형성이다. 국내 유통시장 개방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90년말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설립된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문 유통회사들은 국산 소프트웨어 시장을 확장하는 데 일조했다. 이 들은 다른 유통회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또는 중소기업 영역 침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지원하고 국산 소프트웨어 보급의 첨병을 자처했다. 상품을 개발하고도 마케팅 조직이 없어 팔 길이 막연했던 소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유통회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좀더 안정된 분위기에서 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한글’ 보호막 허물 차세대 운영체계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대부분은 아직 영세하다. 정보 산업 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92년 8월7백69개의 정보산업 관련업체 중 65%에 이르는 5백3개의 회사가 30명 미만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본금 1억 미만의 회사가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국산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을 이 작은 회사들이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의 일에 열정과 긍지를 가지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한국의 빌게이츠를 꿈꾸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은 ‘한글화’라는 보호막 덕분에 외국 소프트웨어의 공세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즈 NT를 선두로 2~3년간 속속 선보일 차세대 운용체계들로 인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이 체계들은 유니코드라고 하는 단일문자 체계를 채용해 손쉽게 어느 나라 언어든 지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운용체계가 등장하면 미국서 발표된 소프트웨어를 다룬 수정작업 없이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한글화’라는 보호막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이제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국제경쟁력을 갖추어야만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업체들은 현재의 기술에 안주하지 말고 공조체제를 만들어 외국 기술과 시장 동향에 민감해져야만 한다. 앞으로 닥칠 위기를 세계시장 진출의 기회로 바꾸는 길만이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활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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