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구조조정 노력 매우 미흡”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8.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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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이언스 캐피털 윤영원 수석 부사장/“노동법 개정 하루가 급하다”

얼라이언스 캐피털 사의 윤영원 수석 부사장(61)은 윌가에서는 신화적인 한국인이다. 뉴욕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30여년을 투자분석가와 펀드 매니저(기금 운용자)로 활약하면서, 윌가에서 15위 안에 드는 금융기관의 수석 부사장에 올랐다. 게다가 세 딸도 모두 증권사에 몸 담을 정도로 골수 윌가 사람이다. 주로 윌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의 모임인‘뉴욕한인재경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번 외환위기 때 한국과 윌가를 이어주는 가교 구실을 하기도 했다. 한화투신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입국한 그를 만나 요즘 한국을 보는 윌가의 사각을 알아보았다.

한국 문제가 윌가의 관심을 끈 것은 언제부터인가?
윌가의 분위기가 돌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 전 한보사태 때부터 한국은 정부와 정치권, 기업과 금융권이 뇌물을 고리로 무차별 대출과 과잉투자를 일삼는 난장판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그러던 터에 외채 액수가 터무니없이 축소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격히 신용을 잃었다. 뒤돌아보면 김영삼 정부가 마지막 순간 우물우물 몇 달을 넘겨보자고 한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김대중 차기 대통령에 대한 윌가의 반응은?
국제통화기금과 재협상하겠다고 말할 때는 불안했는데, 그 후에는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지적이 많다. 국제 금융계와의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해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앞으로 지금까지 얘기한 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윌가에서는 올해 2~3월을 지켜보겠다는 사람이 많다.

외화 위기 이후 한국의 대응에 대한 평가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외국 정부나 금융기관이 한국의 누구를 믿고 돈을 빌려줄 것이냐 하는‘신용문제(credibility issue)'였다. 국제통화기금이 개입해 그 문제가 해결된 셈이다. 그런데 초기에 한국엣 국제통화기금에 대한 반발이 거센 것을 보고 상당히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방향을 고쳐 잡았지만, 아직도 재벌들의 구조 조정 노력이 너무 미약하다. 이익과 생산성 위주로 체질을 바꾸고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데, 직원들의 월급을 줄이는 일 외에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노동법 개정도 가능한 한 빨리 해야 한다. 거리에서 차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한국인들은 아직도 절박한 상황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앞으로의 남은 과제는?
한국이 살 길은 수출밖에 없다. 그런데 은행 때문에 수출이 잘 안된다. 유일한 돌파구가 막혀 있다. 정부가 책임지고 금융기관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신용 창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급선무다. 앞으로 3~6개월 동안 모든 사람이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 시대라는 말도 생겼는데, 그보다는 제대로 된 자유시장 경제 시대로 접어든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새 시대에는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을 소유하면 안된다는 시각을 비롯해 우리의 의식이 많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정부를 윌가에 소개했다고 들었다.
한화투신에 투자하는 문제로 8월부터 한국시장에 관심을 가졌다. 11월게 한국의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 채널을 통해 원인과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에서 온 경제 대사들과 윌가 사람들을 연결해 주려고 했다. 유종근 전라북도 지사를 통해서 윌가의 분위기를 전달하려고도 했다.

얼라이언스 캐피털이 한화투신 지분 20%를 인수한 것이, 국제통화기금 체제에서 외국 금융기관이 한국 금융기관 지분을 최초로 인수했다는 점에서 화제다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고, 투자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다.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회사를 철저히 분석한 후 결정을 내렸다. 어려울 때 들어가는 것이 투자의 기본 원칙 아닌가.
                                                                      金芳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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